by
Madame Kyu
Nov 18. 2023
할 말이 많았습니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는 게 더 맞겠지요.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픈 까닭에 그저 지나가리라 믿으며 잊고 묻어둔 시간입니다.
어땠습니까. 무엇이 그토록 끝을 보지 않으면 안 되게 하던가요. 지독한 쓸쓸함은 남겨진 사람의 몫이 되더군요. 모든 게 느슨하다 못해 푹 삶아진 채소처럼 뭉개져버린 눈빛을 봤습니다. 살아도 살아 있지 않은 상태란 도대체 무엇이던가요. 그 절망감 앞에서 누군가는 어깨가 들썩 거릴 정도로 오열해도 그 눈빛은 반응하지 않음을, 앞으로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걸 선명하게 알았던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보는 봄의 온도, 여름의 태양, 가을의 향기, 겨울의 빛.......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을 뒤로한 채 기어이 멈춰 내고 만 시간. 우리 생을 지탱할 거라 믿던 그 사랑은 그다지 위대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다지 끈질기지도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계절에 한 번씩 이토록 앓습니다. 부디 평온함에 이르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