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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43세. 자녀가 없어도 괜찮을까? 정말?

그렇게 믿었던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두 번의 장면.

by 송수연


* 본 글은 아기 낳기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 딩크족과 유자녀 부부의 삶을 모두 경험한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녀가 없는 삶. 너무 좋았다.

적어도 43살 먹을 때까지는 조금도 아쉬움이 없었다. 정말로.


그런데 나중에도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건 알 수 없다


나는 마치 피를 찾아 헤매는 뱀파이어처럼 정보를 탐하곤 했다.


'노년에 자녀 없는 삶'

'아이없이 사는 50대 딩크족'

'60세 딩크부부의 행복'


그 어떤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냥 운이 좋으면 행복하고 운이 나쁘면 불행하다는 것이 결론 같았다.


배우자를 찾을 때처럼, 자녀와의 운명도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걸까?
그 날이 오면 귓가에 댕댕 종소리가 들리는 걸까?



그러던 어느날,

내게도 운명의 종소리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밤이었다.

명상을 하고 있는데 먼 미래의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의 생일에 누군가의 반가운 전화.

그는 20대 청년으로 60이 넘은 내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나는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대체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전무했으므로

깊은 인연을 맺는 관계, 가령 결연을 맺거나 입양을 하는 일이 생기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 장면은 희안하게도,

시간이 흐를 수록 희미해지기는 커녕, 선명해져만 갔다.


나의 노년에 나의 생일을 챙겨 목소리를 들려주는, 너무나 반가운 그 청년.

누구일까?


그를 만날 생각에 다가오는 미래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다.


그 사건이 나에게 첫 번째 종소리였다.





두 번째 사건은 그로부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나는 이미 마흔이 넘은 중년으로 비즈니스 미팅이 있어 제주도에 내려가 있었다. 당시 나와 만났건 모 가업 대표님은 누구나 존경할만한 식견과 깊이를 가지고 계셨다 그분은 당시 50대로 내가 바라던 딩크족이셨다.


그분은 대뜸 내게 아이가 있냐고 물으시더니 없다고 하자 너무나 강경하게 낳으라고 하셨다. 난데없었지만 그동안 받았던 그 어떠한 조언보다 절절하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나의 동료들은 거의 교육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조언은 갓 구워 따뜻한 카스텔라 같이 깊고 달콤했다. 그런데 그날 받았던 조언은 아주 날카롭고 둔탁한 도구 같았다. 망가진 기계를 탁탁 두드려 제 자리로 밀어 넣는 그런 도구.


그분은 내게 강력하게 조언했다 본인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건 더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열심히 일하느라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이라고.


그분은 마치 토해내듯 말씀하셨다.


내가 앞으로 무슨 즐거움이 있겠어?


본인은 이미 증여도 다 했고

죽을 때 모든 재산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늦기전에 꼭 자식을 낳으라고.

본인처럼 이미 늦고서 후회하지 말라고.


그때 내 귓가에 두번째 종소리가 들렸다.
운명의 순간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나는 아기 가질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운명의 실체가 성큼 다가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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