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교과서에 실린 <<개미와 베짱이>>를 읽고 곤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박에 베짱이가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선생님은 (진심이야 어떻든) 베짱이처럼 살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도무지 개미에게 마음이 가질 않더군요.
이야기 속 개미들은 한 마리도 아니고 열댓 마리씩 줄을 지어 짐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얇은 개미허리가 끊어지도록 일을 하는 거죠. 열심히…. 반면 베짱이는 혼자 언덕에 올라가 한 손으로 바이올린 활을 척 치켜들고 있었습니다. 두 발을 바닥에 척!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태세로 서 있었죠.
저도 압니다. 핵심은 그게 아니라는 걸. 곧 혹독한 겨울이 온다는 걸. 그저 놀고먹는 자에게는 합당한 벌이 있을지어다 하고 이솝 우화는 경고했지만 썩 와닿지는 않더군요. 왜냐하면 베짱이는 여름내 갈고닦은 연주 실력으로 수준 높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을 테니까요. 뭐, 그렇지 않더라도 죽어버린다는 설정은 심각한 비약이 아닐까…. 하고 초딩 손톱을 바짝 세워 책상을 톡톡 쳤었죠.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한 내향형 인간인 탓에 개미처럼 떼로 모여 있기 싫습니다. 하지 정맥류 때문에 줄 서서 걷는 건 더 싫어요. 물론 얇은 개미허리…. 는 쬐끔 부럽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요통에 시달릴 바에야 지금 이대로의 내가 낫다 싶습니다.
앗, 제가 이솝 우화의 교훈을 깡그리 무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네.
그러나 그냥 제가 베짱이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잡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결론을 짓는 바입니다. 물론 겨울에 좀 춥겠지만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고 다음 해 봄이 오면 또다시 홀로 언덕에 올라 바이올린을 켜야 행복한 인간이니까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