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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 Jun 11. 2023

03. 2023년 6월 3일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라는 말을 좋아했었다.


나의 이십 대는 독립된 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겐 독립은 이별에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상태로 생각해 왔다.

모든 이별에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그렇게도 애를 썼다.


이별은 늘 어렵다.


어려운 이별을 대처하는 나의 자세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내 곁의 모든 것이 나를 떠나가도, 나는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염원했더랬다.


부단히 노력하다 깨달은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 하면 할수록 난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것이었다.


내가 바랐던 것처럼 혼자서 살아냈다. 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믿었다.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일상을 살아내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사실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 아무도 내 곁을 떠날 수 없다며 붙잡았다.


멀리 가버린 것을 잊지 않도록 애를 쓰는 것이 남은 이의 몫인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난 가라앉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낸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두 번째 이별을 마주하고 나서야,

이제 내 곁의 모든 것은 떠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난 이렇게 어리석다.


오늘 또 나의 사람이 떠났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떠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들은 떠났어도,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기억이 흐려지겠지만,

가끔씩 그들 생각에 좌절하고, 그리워하면서 울겠지만

그래야만,

서서히 스스로 도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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