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분가해라

가풍을 익혀야 한다는 개떡 같은 소리

by 빽언니

"결혼하면 시댁에서 적어도 1년은 같이 살면서 가풍을 익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버님이요"
"시아버지?"

"네"

"그냥 분가하지 그래"
"사랑받는 며느리 될 거예요 호호"


요즘 세상에 가풍을 익힌다는 건 뭔가? 시댁의 가풍을 익혀야 한다는 시아버지의 주장을 따라서 1년을 시가에서 살았던 M은 가끔 친정에 들르기라도 하는 날이면 잠 못 자서 한 맺힌 사람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얼굴이 반쪽이 된 M은 딱 1년 동안 의무기간 채우듯이 '시가살이'를 하고 허겁지겁 시가로부터 분가를 했다. 외벌이인 남편의 수입으로는 당장 어찌할 수가 없어서 친정의 도움을 받아 방 하나 거실 하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 결혼 2년째부터 자유로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었다고 했다. 시가살이 1년은 뭐라고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남의 집에 사는 것 같은 눈치가 보이고, 더워도 시부모 앞에서 시원하게 입을 수도 없고, 늦잠을 자고 싶어도, 낮잠을 자고 싶어도 마음 놓고 퍼질러 잘 수도 없었다. 시아버지가 잔소리가 심하긴 했어도 나쁜 분은 아니었다고 말을 하는 M은 이제는 쉬는 날 잠도 자고 집에서 속옷만 입고 집안을 돌아다닌다고 철딱서니 없게 좋아했다. 속옷만 입거나 소매 없는 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걸 못해서 분가를 결심한 거라고 농담을 하면서 웃었다.


시집살이는 달리 시집살이가 아니다.

시부모들이 특별히 심술 맞고 나쁜 사람들이어서 시집살이를 하는 게 아니다.


남편의 부모와 남편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산다는 것부터가 시집살이다.


새로 들어와서 살게 되는 사람의 고충을 항상 같이 살던 그들은 모른다. '시가살이'는 웬만하면 안 할수록 좋다. 사서 고생하는 것일 뿐 불편해도 참고 견뎌야 하는 덕목도 아니다.


난 지인 중에서 결혼을 하는 새신랑 새신부가 있다면 '분가'를 하는지를 묻는다. 각 가정마다 사정은 있겠지만, 별도의 거주지를 얻을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안 좋은 거 아니라면 무조건 '시부모와 별거로 시작하라'라고 조언한다.


반지하 300에 30짜리 방에서 신혼을 조촐하게 시작한다고 해도 가풍을 익히러 시가에 들어가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이상 온전하게 나와 내 배우자가 만드는 가정을 시작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시가로 들어가서 방 한 칸 얻어 살고 밥 얻어먹고살아야 하는 며느리는 없다. 최저시급 받는 알바만 잘해도 월 200만원은 번다. 부부가 둘이 벌어서 보증금을 추가할 수 있게 저축하고, 아가라도 생기면 지하방에서 지상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계획하고 실천하면 된다.


성인답고 자유롭게 살려면 반드시 분가해라. 분가로 시작해서 두 부부만의 일상과 분투를 만끽해 보기를 권한다. 혼수니 예물 예단 따위에 누가누가 돈 더 잘 쓰나 뽐내려는 결혼 준비는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반드시 '분가해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고 멋진 결혼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