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아줌마들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엄청 큰 찜질방이 있었다.
얘기는 들었던지라 시험 끝내고 찌뿌둥한 몸뚱이를 이끌고 드디어 가 봤다.
왜 여태 이렇게 좋은 곳을 안 왔던가 후회가 막심할 정도로 꽤 괜찮았다.
탕에 들어가 앉아있다가 옆에 있길래 눈이 마주쳐서 수다를 떨기 시작한 아주머니들은, '송파에서 왔다. 월계동에서 왔다'면서 이 화랑대역에 있는 찜질방을 일부러 찾아온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항상 가던 쬐그마한 동네 목욕탕은 지하이고, 낡은 시설에 더해 세신사아줌마들과 매점아주머니가 꽤 불친절했다.
때를 안 미는 손님과 커피나 식혜를 안 사 먹는 나 같은 손님은 눈총에 시달린다.
눈으로 총을 쏘는 것뿐만 아니라 뭘 물어봐도 퉁명스럽다.
ㅋㅋ 냉커피라도 한 잔 달라고 한 날은 날씨얘기부터 먼저 시작하면서 살갑게 군다.
투명한 아줌마들이다.
'내 물건을 팔아준 손님이냐 아니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30년 동안 동네미용실 운영하는 박아주머니께서 일전에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 그 목욕탕 이제 다들 안 갈걸.. 때 미는 여편네랑 매점여자 꼴 보기 싫다고 다들 저쪽 큰 데로 옮겼어"
그렇다. 내가 바로 그렇다.
나도 이제 조금 멀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있다는 대형찜질방을 개척했다.
이제부터는 가끔 한 번을 와도 여기를 와야겠다 싶은 구석이 많았다.
강력한 물줄기로 마사지를 해 주는 시설도 있었고, 종아리, 발바닥까지 마사지를 해 주는 물줄기를 뿜어내는 탕도 있었다.
냉탕은 길이가 길어서 좋으니 수영장 가고 싶을 때 슬쩍 와서 조용히 잠수 타야지 싶었다.
마음에 쏙 드는 대형 노천탕도 바람과 공기가 통하는 맛에 시원한 분위기였다.
강력한 수압으로 어깨마사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2번은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