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부를 때
목사 사모님이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온 건 뜻밖이었다.
교민사회에 한국인이 많이 줄어든 요즘 나는 한국인들과의 대면교류가 그리워서 굳이 하나님을 안 믿음에도 불구하고 한인 교회를 나갔었다. 올해 초에 그것도 두 번 나가고 한국에서 지내느라 못 가기도 했는 데 여태 아무도 연락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한인교회.
9월에 접어들자마자 사모님의 전화를 받은 거다. 새로 이사 온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는 한인교회라서 찾아갔던지라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교회사람들과 잘 지내기를 즐기는 나는 교회행사나 예배에 꽤나 익숙하다. 기도할 때는 얌전히 따라서 기도도 했고 교회살림에 도움이 되게 헌금도 봉투에 넣어서 꼬박꼬박 했다.
내 기억 속에 이 작은 교회의 사모님은 교회의 전사이자 기둥이었다. 남편인 목사님의 설교를 가장 열심히 듣고 많이 메모를 적는 이도 바로 사모였다. 여러 한인교회를 쇼핑하듯이 나가 본 내가 느끼기에 엄청 재미없는 설교였는데, 사모님은 그 누구보다 목사님의 설교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입을 가장 크게 벌리고 찬송가를 열심히 부르는 이도 사모님이었다.
무슨 얘기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게 메리트 없던 싱거운 예배가 끝나자마자 사모님은 벌떡 일어나서 주방으로 직행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중국찬모와 함께 덜그럭 덜그럭 하더니 점심을 내오는 것이었다. 그 주에 특히 한국에 간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지만 목사님 부부를 포함해도 참석자가 10명이 안 되는 날이었음에도 정성스럽게 만든 점심을 대접했다. 또 콜라비로 만든 “콜라비생채무침”이 사각사각 씹는 맛이 좋아서 맛있다고 하니 내가 집으로 갈 때는 남은 걸 잔뜩 포장해 주기도 했다. 콜라비로 무생채를 만들면 이렇게 맛있구나를 그때서야 배운 나는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을 만나야 뭘 배워도 배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되었다.
교회라는 모임을 사람 만나느라 좋아하지만 하나님은 안 믿는 나는, 아무리 해도 하나님이 안 믿어지는 게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어서 교회를 안 나갔었다. 종교적이지 않은 성향이지만 다시 이 교회에 나가 볼 생각이다. 마침 에너지 넘치고 친절하고 부지런한 사모님이 전화로 “한국으로 떠나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지는 데 새로 오시는 분들이 없네요”라고 말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 말은 SOS로 들렸다.
나라도 또 나가서 흔들고 왔다 갔다 할 생각이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데 안 갈 수 없지 않은가.
너~무 재미없으면 늘 하던 대로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