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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Dec 31. 2023

급만남의 반가움!

드디어 내 친구가 독일로 여행 오다.

바야흐로 14년 전,

우리는 조리원에서 만났다.

이름하여  우리는 조리원 동기!


아이들 5살 때까지는 왕래도 자주 했으나, 그녀도 이사 가고, 복직하고, 우리도 이사 가고 종종 연락만 하다가 내가 한국 갈 때만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그녀의 가족들과 그리고 다른 한국 지인가족들도 함께 단체 독일&스위스 관광을 온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 5일 차면 이제 한참 고추장에 밥이라도 말아먹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그 때다!!

이 느낌 내가 알지.


그래서 그들을 만나기 전 나는 오래간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불고기 삼각김밥을 12개 싸고, 부랴부랴 만든 김치찌개를 넓은 보온병에 2병 담아 친구네가 머무는 숙소 근처에서 만났다.


덩달아 옆에서 남편도 신나 했다. 한국말 연습해야 한다며 딸내미와 둘이 기본대화도 연습했다.

딸 : (내 친구의 9살 아들 빙의)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하이코 : "네, 저는 하이코 쉴링 이에요"

딸 : "아저씨, 한국의 어떤 음식 좋아해요?"

하이코 : "한국  What???"


옆에서 웃음이 났다.


우리는 2시간 30분을 운전해 스위스 인터라켄 그들의 숙소 근처로 갔는데,

여기가 어디냐 하면,

바로 사랑의 불시착을 찍은 그 아름다운 스위스 소도시 되시겠다.


근처에 도착하니 웬걸,

이 흐린 겨울날씨에도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를 보기 위해 이미 많이 모여든 게 아닌가!

K 드라마의 파워가 이 정도구나.

남편이 작년즈음에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이 한국드라마 촬영지로 급 유명해져서, 30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에 매일  3천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그 동네가 떠들썩하다는 것을 뉴스에서 읽었다고 보여줬었다.

그래? 하고 말았는데 아직도 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니, 놀랍다!

심지어 한국인들은 별로 없었고, 중국인들 그리고 국적은 모르지만 검은 머리의 아시안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편 왈

" 나 이제 휴가 온 것 같아! 와~ 아시안들 많다!"

스위스 이 작은 마을에서 전부 아시안들만 보다니!!



유럽에는 웬만한 큰 도시 아니면 한국레스토랑 찾기 힘든데, 남편이 이 동네 지도를 검색해 보니 이미 3개의 한국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었다.


메뉴를 잠시 보니, 역시 스위스 물가!

비빔밥 한 그릇에 4만 원가량.

울랄라~~


역시 스위스 갈 때는 도시락을 싸야지 싶다.


10여 년 만에 보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

너무 반가워서 난 입이 헤벌레 해져 있었을 듯하다.

아이들도 많이 컸고, 우리는 약간 늙었고 그래도 너무 기쁘고 좋았다.


그녀의 9살 둘째 아들이 배고프다고 하여 우리는 급하게 길 가 벤치에 앉아 삼각김밥을 먹고 이 가족들은 김치찌개를 거의 흡입하는 수준이었다. 하하하하


9살 그녀의 아들이 삼각김밥을 먹으며 작게 혼잣말을 했다.

"I am glad"



이런 게 또 행복이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식에 행복해하며  먹는 걸 보면서 나는 더 큰 행복을 느꼈다.


감사하게도 그녀 남편도 하이코와  열심히 영어로 대화하려 하고, 아이들도 영어를 꽤나 잘해서 다 같이 대화하는데 막힘 없이 잘 이어졌다.


역시 아이들이 많이 컸다고 또 느꼈다.


내 욕심으로는 친구네 가족이 우리 집 게스트룸에서 자고 같이 밤새 수다도 떨면 참 좋았을 텐데, 그녀는 다른 한국 가족들과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몇 시간 후에 헤어졌다.



우리는 헤이질 때 독일식으로 서로를 꼭 안아주고, 또 한국식으로 목례를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시어머니 생일파티에 가야 한다고 말한 나에게 그녀는  급 K 며느리 빙의 되어 나에게 어깨를 툭툭 치며 "그래! 가서 잘하고 와!" 라며 힘을 내라는 듯 응원해 줬다.


순간 '어떻게 잘 하고 오지?'라며 1초 고민했다.



아..친구는 이제 며칠 후면  떠날텐데, 독일의 장점만 죄 다 읊어주며 그녀에게 독일로 이사오라고 해볼까?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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