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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Jan 16. 2024

독일에서 새로 깨달은 나의 나약함

난 스포츠를 못하는 사람이구나.

어릴 때부터 내가 자주 듣던 소리는

너는 참 빨리 배운다, 너는 운동신경이 있다. 등등 이였다.


고등학교 때는 에어로빅 선수로 협회에 등록하고, 대회에도 많이 출전하고, 체대를 준비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히 운동신경이 좋은 건 아니다. 연습에 따른 결과가 나쁘지 않았던 듯싶다. 그래도 학교 체육과목에서는 늘 최고 점수였고 친구들도 늘 놀라 했었다.


한국에서는 큰 키에(171cm) 운동도 잘하는 편에 속했고, 자신감도 늘 있었다. 헬스장에 가서 복싱 등 여러 가지 운동할 때면 강사들이 단번에 "예전에 운동하셨셨죠"라고 물어봤었다. 이제는 과거형이다. 독일에 와보니 나는 약골여자였다. 이들의 운동신경, 기초체력은 도대체 내가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들의 어릴 적 환경이 큰 몫을 하는 듯하다.


1. 자전거  

우리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보통은 자전거전용길 즉, 잘 만들어진 아스팔트 위에서 탄다. 독일은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가는데  자갈돌 위에서 페달을 밟고 있자면 핸들이 부들부들 떨리고, 순간순간 중심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  등에서 땀줄기가 줄줄 흐르는 듯하다.

이 공포감!!!

내가 자전거 타는 게 무섭다고???? 겨우 자전거에??

 이정도는 난이도 하. 험난한 길은 자전거 타기 바빠 못찍었다.


내가 들은 경험담

1. 독일 사는 한국 친구는 독일남편과 자전거 타고 산으로 갔다가 넘어졌고, 허리를 다쳐 움직이질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구조대를 불렀고, 헬리콥터가 와서 그녀를 병원으로 실어갔다고..


2. 스위스에 사는 한국 친구는 스위스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출발은 했는데, 산은 아니었으나 2시간이 되도록 계속 어디론가 가길래 불러 세웠다고 한다. " 우리 도대체 언제까지 자전거 타는 거야??" 물으니, 도착하려면 두어 시간 더 자전거를 타야 하는 곳이었다고...(물론 사전에 도착지를 알려주었겠지만) "그냥 집에 가자! 나 힘들어!!" 해서 다시 집으로 왔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2시간 자전거 더 타야 도착.. 그럼 이 남편은 왕복 8시간 자전거 코스를 가려했던 거구나.. 세상에..


3. 나의 경험담.

남편은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우리가 어떤 환경에 살았는지 알았기에, 대부분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는데, 이 날은 남편이 큰 실수를 했다.

조금 짧은 거리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우리를 자전거용 도로가 아닌 메인 도로로 이끌었는데 처음에는 괜찮았다. 차들이 도로에 없었을 때까지는.. 갑자기 차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 도로는 속도 100으로 달리는 곳이었다. 옆에서 차가 쌩하니 지나가자 내 자전거가 그리고 내 몸이 흔들흔들거린다. 바로 오른쪽 길 옆에는 도랑이 있어서 순간 잘못하면 도랑으로 빠져 다칠 것 같은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내리막길에서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차들은 지나가고..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라고 느낄 시점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딸의 핸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


"나리야! 핸들 꽉 잡아!!!"라고 소리침과 동시에 아이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입술을 바닥에 부딪혀 피기 철철 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직접 내 눈으로 본 나는 정말 괴물 같은 괴성을 질렀는데.. 너무 속상하고, 무섭고 그리고 그에게 너무 화가 나서 맘 같아선 남편의 뺨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작은 아이는 놀라서 울고, 지나가던 차주 분께서 차에 태워주신다며 나와 딸은 집으로 가고, 바로 응급실행. 그리고 치과..


그날 밤 남편은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가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자기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해서 나리가 다쳤다며..


2. 수영


독일은 작은 마을 3개, 한국으로 치면 읍 3개가 모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다. 입장료도 어른 2유로 정도. 법적으로 아이들은 9세 이상이면 보호자 없이 입장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 룰에 너무 놀랐는데, 이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 보호자 없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어느 수영장이든 다이빙을 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그 룰이 참 엄격한 듯한데 아마 인구가 많아 사고위험대비를 위한 룰 같다. 그리하여 여기 5세 6세 되는 아이들은 여름 내내 다이빙을 하고, 수영을 하고 내 딸 정도 나이가 되면 입수 시 멋있게 머리로  다이빙을 한다. 물론 수영도 배우고, 고학년 올라가면 다시 제대로 선생님께 배운다.


또 강은 어떠한가, 라인강 주변 어디든 수영이 가능하다.

그리고 주변 나무 높은 곳에 밧줄이 있어 나무로 올라가 밧줄을 잡고 점프하여 다이빙을 즐긴다.

(그래서 남편이 한국에서 강, 호수만 보이면 "여기로 들어가면 되나?"를 끊임없이 물어본 듯하다. 우리는 한국에서 광교호수공원 앞에 살았는데 그는 그 호수에서 몇 번이나 수영하려고 해서 내가 몇 번이나 말렸다. 여기 사인 봐바. 수영금지잖아!)


아이들도 처음엔 구경만 하더니 이제는 강에서 밧줄 잡고 다이빙 등등 독일 사람들처럼 물놀이를 같이 즐기는데, 나만 그러질 못하고 있다. 난 언제나 눈으로만 이 자연을 즐긴다.

사실 나이 들어하려니 무섭다..


3. 바깥놀이

이게 그 간단히 탈 수 있는 미끄럼틀이다.

한쪽에는 작은 매트가 준비되어 있어 그걸 가지고 계단을 올라가 미끄럼틀을 탄다.

나는 가장 낮은 미끄럼틀을 탔는데, 타면서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너무 무섭다.


정말 다른 스케일의 독일 놀이터.


여기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통나무 위에서 놀 수 있게 작은 호수를 만들어놨다. 엄마는 이 아이디어에 감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다. 물론 물에 빠져서 홀딱 젖은 아이들도 보였다.

(물론 둘 다 동네 놀이터는 아니고 차 타고 1시간 이상 찾아간 곳들이다)


라인

 Action Forest라는 곳인데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사실 여기에서 나는 엉엉 울며 끝을 맞이했다.


코스 1. 간단히 끝. 기본 코스인데도 좀 길다.

코스 2.  바로 아들 사진이 보이는 곳인데 보다시피 나무사다리의 간격이 꽤나 넓다. 줄도 마구 흔들리고 떨어질 것 같지만 성공!

코스 3. 여기는 이제 뭐 땀이 줄줄 나기 시작한다. 몸에 힘은 점점 빠지고 줄 하나를 건너야 하는데 머리 위에 있는  줄을 손으로 잡고 발 쪽에 있는 밧줄을 밟으며 앞으로 진행. 갑자기 웬 서커스단원이 된 듯한 느낌이다.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마지막은 집라인으로 끝이지만,

그러나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초토화가 되어 짚라인을 할 자신이 없었다. 나만 뛰어내리면 뒷사람들도 이 코스를 끝낼 수 있는데 나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뒤에 한 8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나를 보며 투덜거린다.


남편은 다른 코스를 끝내고 내쪽으로 와서 뭐라 뭐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공포감이 더 커져서 못 뛰어내리니 그냥 자리에 앉은 다음에  확 해버리라 말해주었다.

높은 곳에 앉아있자니 더 무서워져서 진심으로 엉엉 울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나를 보러 오는데, 여기는 안전레일을 한번 걸면 뒤로 후진을 할 수가 없어서 무조건 끝내야 했다.


그리고 점프.

진짜 별 거 아니었는데 나는 엄청 울었고 그리고 이 날 알았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나무들음 참 높고, 짚 라인이 한두개가 아니다.

독일은 내 생각에는 익스트림스포츠 좋아하는 한국분들이 오면 참 좋아할 듯싶다.


아이들을 위해서 다 같이 스포츠를 즐기면 참 좋겠지만, 난 여기에서는 약골인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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