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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Apr 17. 2024

독일 시부모는 어떨까?

나는 80년대 생으로 한국 시부모를 10년이나 겪은 며느리이다. 그때의 트라우마인지 지금도 "시부모"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니 과거의 그 억압된, 억눌린 감정에서 벗어났지만, 예전에는 다른 며느리들처럼  나도 감정적으로 참으로 힘들었다.


오직 나의 경험에 의한  한국 vs 독일 시부모 비교.


첫 만남


전 한국 남편의 어머니는 첫 만남에 나에게  물었다.

"그래, 내 아들 어디가 좋아서 따라다니냐?"


???? 네에??

내 인생에 난 누군가를 따라다닌 적도 없고

키는  남편만 하고,  직장도 같은 계열, 내가 4살이나 어리고, 나는 그가 나에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만난 사람인데....

 그녀 눈에는 내가 본인 아들을 따라다니는 여자로 보였나 보다.. 그 당시 전 남편은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어른이 말실수 좀 할 수 있지...라고 그가 후에 말했다)


현재 시어머니의 첫 질문

" 내 아들이 좋은 남자친구 역할 하고 있니?"


난 이 질문에 동받았다.

나에 대한 잣대질, 평가절하, 아랫사람이니 존중하지 않는 어휘들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얼마나 담백하고 즐거운 관계의 시작인가!


심지어 시어머니 그녀는 내가 이혼녀인 것도, 아이들이 둘인 것도, 나이가 그보다 많은 것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 그녀는 나를 환영해 주었다. 아들이 있는 나로서도 그녀의 태평양 같은 마음씨는 거의 부처님 급이라고 본다.


후에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상황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물었다.


"우리 엄마는 일단 내가 행복해 보여서 아들이 사랑에 빠졌구나 하고 이미 눈치를 챘고, 그게 누구든 간에 내 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너무 좋다. 아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에 관해서는?


"그건 나의 인생이고 내가 선택한 결정이니 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아이들과 독일로 다 같이 이사 간다고 하니, 손주가 둘 더 생겼다며 좋아하셨다."


만약 나와 시부모 사이가 안 좋다면 넌 어떻게 하겠는가


"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슬프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나 혼자서만 부모님을 뵐 것 같다. 근데 우리 부모님은 너를 너무 사랑하셔서 난 참 기쁘다."


독일의 이른 독립적인 생활

이미 유치원생 아이들은 스스로 식사하고,  양말 신고, 옷 입고 가방 챙길 줄 안다. 용돈이 더 필요하면 청소년 시기에 동네 신문 돌리기도 하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집안일을 꼭 배운다. 16세부터는 담배, 술이 법적으로 가능해서 아이 학교 픽업 가면 길거리에서 몇몇의 아이들이 담배 피우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도 그들의 선택이니 존중까지 보다는 인정해 주는 분위기이다.

18세면 성인으로 운전면허증, 결혼, 독립 등 부모의 의견과 상관없이 가능하다. 아이 인생은 이제 온전히 아이의 것이다.

너무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지만 또 그만큼 아이들이 빨리 성숙해지는 하다. 물론 부모의 부재가 있는 아이들은 바로 임신과 출산의 길로 빠지는 걸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본다.

빈부의 격차 또는 부모의 교육에 따라 여기 독일도 아이들의 미래가 다양하다. 어쨌든 독일문화기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여서  나의 시부모님도 그런 듯하다.


*독일 대학 학비는 무료지만 아이의 생활비, 주거비는 부모가  아이 졸업할 때까지 지원해 줍니다. 남편말로는 부모가 지원 못해주는 친구는 대학을 포기 한 케이스도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경제적인 독립은 아니고 정신적인 독립을 빨리 하는 거죠.



이번에는 며느리들이 가장 징글징글 맞아하는 명절 비교.


명절


전 시부모

"남의 집 하는 거 안보냐? 애가 아파도 아침 일찍 와야지. 어디 가서 든, 직장 생활이든  그렇게 하지 마라!!!"

전 시어버지가 한 말.

손주가(3~4살쯤?) 아파서 밤새 부부가 잠을 못잤던터라 1시간만 제사 늦게 간다고 전남편에게 전화드리라고 했고, 남편은 "우리 부모님 괜찮을 거야!"라고 했지만 나의 강요에 그는 본인 부모님께 사전 전화까지 드렸고, 역시 내 예상대로  전 시부모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화를 무척 냈었다.

참고로, 9번째 중 7번째 아들인 전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생기고  집에 제사를 만들었다.

(이 날은 나도 들이받았다. 나에게 뭐라 했던 건 억울해도 참았는데 내 자식 가지고 말도 안 되는 화를 내니 같이 받아쳤다. )

매번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부당한 대우와 거 친잔소리들로 인해 명절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고, 불편했던 건 사실.



현재 시부모님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인 독일.

남편의 형 와이프,  한국어로는 '형님'과 나의 관계가 불편하니 나는 그 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시부모님께 폭탄선언을 했다.

나의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며 내 손을 잡아주시는 시어머니.

"걔는 참 차갑지? 나도 알아. 너는 그 아이를 안 봐도 돼. 하지만 나는 내 아들이 선택한 아이라 어쩔 수가 없구나."라고 하셨다.

남편에게는 너네 명절인데 부모님 모시고 형네 집 다녀오라고 하자,

"내 가족이 여깄 는데 내가 왜 그 집 파티에 가? 우리끼리 파티하자"라고 하는 남편.


시부모님을 알게 된 지 5년, 같은 지붕아래 산 지 3년.

시부모님과의 대화에는 잔소리라는 게 없다.

단 한 번도 말도 안 되는 걸로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인 적도 못 봤고, 약속 중간에 사전고지 사항을 말씀드리면 늘 "천천히 해. 괜찮아"라고 말씀해 주신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잘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 감시하지 않고, 우리 한 가정의 선을 넘지 않는다.

 "네가 힘들면 도와줄게. 언제든지 말만 해!"라고 하시고

늘 뱉은 말은 꼭 지키신다.


이러니 신뢰가 생기고 우리의 관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에도 본받을만한, 마음 따뜻한 시부모님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내 경우는 인종의 다름으로 보일 수 도 있는데, 사람이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지막으로,


전 시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한 질문들


공부 잘하냐?

1등 해라

연대 의대 가면 내가 학비는 생각해 보마

(늘 백지수표만 날린 후, 너네는 내 말을 믿냐? 하며 웃음)

많이 먹어서 키 커야지 너는 키가 왜 이렇게 작냐.

왜 안 좋은 음식 먹냐

김치는 왜 안 먹냐


물론 그들에게서 긍정적 질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 귀에는 이미 부정적인 질문들로 가득 차고, 조부모와의 대화에 피곤함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시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


학교는 재밌니?

친구는 사귀었니?

네가 학교에서 즐겁게 다닌다니 나도 행복하다.

배 부르다면 음식 남겨도 괜찮아.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독일어 어렵지? 그래도 너네 벌써 3개 국어 하잖아.

아이들이 참 차분하고 똑똑하구나.


잔소리 없이, 군더더기 없이 적절한 칭찬과 공감 그리고 배려

이게 대화의 열쇠인 듯하다.

아이들이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일 좋다고 하는 이유도 이래서 일 것이다.


나도 우리 시어머니 같은 시엄마가 되고 싶다.


* 제 시부모님인 경우이고, 다른 안 좋은 독일 시부모케이스도 알고 있고, 자식과 인연을 끊은 주변 이웃도 있습니다. 다들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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