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공룡 좋아하고, 게임이야 뭐.. 사춘기가 들어서면서 종종 여동생을 짜증 나게 하지만 그래도 누가 봐도 스위트한 아이이다. (한국에서 학원 다닐 때 학원선생님들이 이런 스위트한 오빠가 존재했냐고 나에게 전화주심)
쇼핑을 제일 싫어하고, 눈에 보이는 옷 아무거나 입는 아들인데, 키가 점점 크고 목소리도 바뀌면서 아들의 저렴이 옷이 내 눈에 자꾸 걸렸다. 이제 사춘기인데 외모에 신경도 써줘야지.
그렇다.
엄마는 식품영학학자, 스쿨매니저, 택시드라이버, 심리학자, 하우스키퍼 그리고 쇼퍼까지 되어야 한다.
무튼, 그리하여 남편과 상의해서 독일에서 괜찮은 브랜드(물론 할인 중인)의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 쨘~ 이 옷들 니꺼야. 이번엔 브랜드들로 샀어! 요즘은 오버사이즈 티셔츠가 유행이래. 어깨도 더 넓어 보이고 색도 새로운 것들로 샀지. 네가 입으면 예쁠 것 같아. 어때?"
하니
"엄마, 옷은 몸을 보호하려고 입는건데..옷에 돈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전 옷들도 좋아"라고 했다.
참 검소한 소년이다.
그렇게 검소하면 구글카드 사는 것부터 끊는 것도 좋을 텐데.. 하하
아들의 옷을 점차 사고 나니 헤어스타일도 바꿔주고 싶었다.
(딸을 낳으면 인형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내 딸은 자아가 너무 강해 나의 이 인형놀이는 아들에게만 해당된다. 다만, 이 인형놀이 아이템이 한계인 것이 함정!)
나리 말로는 학교 여자애들이 대부분 곱슬머리 남자아이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하긴 한국도 남자들 펌이 예전부터 유행이었지.
독일 미용실 가면 아들의 헤어스타일이 난리가 날 테니까 내가 해줘야지.(예전에 미용실에서 고릴라가 되어 나온 적이 있다. 하..)
아들 5살때 이 헤어스타일이 귀여웠던게 생각났다.
해서 유튜브로 헤어스타일 공부를 좀 하고, 투블럭으로 옆을 친 후, 파마를 해줬다.
아들도 흡족해하고, 나도 만족스러웠다.
12살 된 딸이 체조클럽 다녀온 후 아들을 보더니,
"엇? 오빠 좀 괜찮아 보이는데?"
이것은 십 대 여동생이 주는 최고의 칭찬이다.
그 이후에 강현이에게 들은 학교 이야기.
1. 파마 후 등교하자, 반 남자아이들이 스타일 너무 괜찮다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고.. 심지어 한 녀석은 "너 여자들한테 인기 좀 많아지겠다!"라고 했다 한다.
2. 쉬는 시간에 (독일은 쉬는 시간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여자아이들이 강현이에게 와서는 이름이랑 나이를 물어본다고..
대박!
3. 얼마 전에는 한 학년 높은 여자아이들 3명이 강현이 교실로 와서 강현이를 구경하고 갔다고 하고 그 뒤로 반 남자애들이 축하한다고 했단다. 하하하
"아들, 너 너무 기분 좋았겠다!! 어땠어?" 물으니,
"엄마가 나 잘생겼다고 했을 땐 안 믿었는데, 이성이 나에게 관심을 주니까 갑자기 자신감이 막 올라가. 여기 애들 알잖아. 눈 크고, 코 크고, 머리작고.. 내 머리는 왜 이렇게 크지? 이런 생각하다가 여자애들이 나 좋아하니까 아! 나도 괜찮은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기분 좋았어! 그리고 더 잘 관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아들아! 남자는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이다.
보슬보슬한 수염도 잘 깎고, 향수 산 것도 뿌려주고, 교정기에 음식물 껴 있는지 잘 체크하고, 머리도 펌 했으니 아침마다 손질하고. 넌 마음씨가 이뻐서 위생이랑 스타일만 관리하면 학교생활이 즐거울 거야라고 몇 번 말해주니,
이제는 아침마다 열심히 헤어스타일링도 하고, 드디어!! 스스로 로션도 바르고, 향수도 살짝 뿌리고 그리고 조심스레 나에게 와서 "엄마, 지금 안 바쁘시면, 저 옷 좀 골라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한다. 그럼 나는 총총총 아들방으로 가서 옷 골라주면 "감사합니다" 한다.
며칠 전 "강현아. 이거 오버사이즈 티셔츠 하나 더 샀는데 어때?" 하니
"엄마!! 이거 너무 예쁘다!!!"
라고 말했다. 난 급작스레 딸의 감성을 느꼈다!
이제는 근육도 좀 키워줘야겠다.
퍼스털트레이너도 엄마가 되어줄게. 으쌰으쌰!
# 남편말로는 독일에서는 운동 잘하는 남자애들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공부 못해도 운동만 잘 하면 최고! 이런 느낌.
강현이는 운동이랑은 담 쌓았고, 축구도 당연히 안좋아해서 남자애들과 어울리질 못했다. 1년 여간을 학교에서 혼자 점심 먹으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때 참 안타깝고 속상했었다. 이제는 반 아이들이 강현이는 수학, 영어 잘하고, 미술도 잘 그리고, 피아노 잘 치고, 따뜻한 아이라고 알고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