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혁신가] 02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는 에너지를 쓰는 잘못된 방식에서 초래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과 공동체가 건강해지려면 그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물질이 순환 가능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구가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소모적인 삶을 사는 우리를 향해 인문학적 성찰이 없는 과학 기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선 넘은 혁신가>에서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지역으로 외연을 확장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파크에서 쌓은 네트워킹과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남 적정기술 공유센터에서 삶과 더 밀접한 적정기술 사례를 만들고 있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의 강신호 대표를 만났다.
Q.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저는 첨단 기술을 다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오랜 시간 지냈어요. 그러다 문득 제가 하는 기술이 환경 오염이나 기후 위기를 대비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나왔죠. 대안적인 삶의 기술을 찾아보고 사례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를 시작했어요. 적정기술을 하는 엔지니어로서 전문적인 기술자만 알 수 있는 영역으로 치부되었던 것들을 생활 과학의 영역으로 낮추어서 삶을 전환하는 방식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적정기술'이란?
우리는 계속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마구 쓰고, 오히려 기계에 종속되어 사람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제안된 것이 적정기술이에요. 과학기술을 수행하되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거죠.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들을 찾아서 직접 수행하는 것이 적정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전기기술이나 기계기술처럼 기술의 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기술 철학인 거죠. 요즘처럼 사람들이 뚝딱거리고 재활용하면서 자급자족하려는 모든 흐름들이 적정기술의 가치와 철학에 맞는 기술이에요.
Q. 지구를 위해 개인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부분은?
하나는 에너지 전환이에요. 발전소에서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드는 전기의 비율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려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해요. 예를 들어 장작을 태워서 난방을 하거나 태양열로 물을 데우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거죠. 두 번째는 모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순환이 되는 방향을 먼저 생각해야 돼요. 이것을 버렸을 때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새로운 것을 설계를 할 때도 순환되는 재료인지 생각해보고 선택하는 거예요. 이렇게 삶의 방식에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처음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했던 이유는?
혁신가들이 모여있는 큰 무대에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입주했어요. 그동안 인연을 맺은 많은 활동가들이 있는 파크로 가면 네트워크를 폭넓게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 생각했죠. 파크에 있을 때는 파크를 알려야지라는 생각이 강해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파크로 불러와 세미나를 여러 차례 했어요. 지금은 지역에서 활동을 넓혀보고자 충남으로 왔어요. 그때 맺은 인맥들을 충청도로 불러서 파크의 활동을 지역에 알리고 지역과 파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파크와 어떤 교류를 이어가고 싶은지?
파크는 유치원생부터 50+ 이후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방문하다 보니 많은 교육들이 이루어져요. 적정기술과 생태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그럼 삶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 되고 싶어요. 실생활에서 쓰이는 사례를 만들고 삶과 더 밀접한 적정기술을 하려고 해요. 활동가들이 견학을 가야지 했을 때 적정기술 공유센터로 오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Q. 파크의 혁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느 교육에 가든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해요. 기후 위기 시대에는 작게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면 그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게 쉬워지죠. 파크도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모여서 서로 시너지를 내다가 떠나야 될 때가 되면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가라고 하고 싶어요. 파크에서 만든 사례와 아이템을 들고 삶과 조금 더 밀접한 지역으로 가면 어떨까요. 파크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자체의 품 안에 있는 것에서 과감히 한 번 나와보시라 얘기하고 싶어요.
Q. 충남 적정기술 공유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적정기술 관련 활동가들을 지원해 주는 공간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생겼어요. 국내에 적정기술이 알려지면서 적정기술을 실천하려는 활동가들이 지역마다 생겨나고 적정기술을 가지고 비즈니스나 사회 활동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충청도에 있는 10여 개의 협동조합이 연합해서 같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적정기술 협동조합 연합회가 탄생했어요. 충남 농업기술원 안에 있는 충남 적정기술 공유센터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술도 개발하면서 연대하고 있어요.
Q. 지역으로 나와보니 가장 다른 점은?
지역은 바로 삶의 현장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에요. 예를 들어 모종 이식기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제가 프로토 타입을 만들면 청년 농업인들이 이식기를 가지고 밭에 가서 테스트를 해봐요. 연구 개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얻는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여지를 찾아요. 파크를 방문한 사람들의 경우 교육을 받고 가도 실제로 도심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여기서는 협업을 통해 개발한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고 어려움이 있을 때 제가 바로 도와줄 수 있는 점이 달라요.
Q. 앞으로 지역에서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은?
지금까지 적정기술 차원에서 시도해 본 다양한 활동들을 융합적으로 접목해서 구현한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어요.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얻고, 땅에서 직접 키운 것을 먹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바이오 가스화해서 조리할 때 쓰거나 퇴비화해서 땅으로 돌려주는 거죠. 물론 플라스틱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요. 100% 자립은 안 되겠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60%까지는 한다고 해요. 저는 자급자족률을 80%까지 높여보는 것이 목표예요.
Q. 파크 밖으로 선을 넘어보니 어떤가요?
파크에 있을 땐 혼자 버스킹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역에 나와보니 대형 무대에 선 것 같아요. 할 일은 많고 무대는 넓고. 그렇지만 제가 가진 기술을 지역 사람들에게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게 좋아요.
-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대표
*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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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박미란
영상 촬영 편집 ㅣ그레잇마인즈(https://greatmind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