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로 비수기였던 여름이 지나고, 성수기 중 하나인 추석을 맞아 바쁜 날들을 보냈다. 매일 새벽 5-6시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기를 반복했다.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과 부족한 수면시간 때문에 베개에 머리를 대기 무섭게 잠들기 일쑤였다. 밥을 먹을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엄마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리움이 시간에 비례하진 않지만, 분주함은 종종 그리움을 잠시 잊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깨달았다. 그래서 몸은 피곤하고 지쳐도- 그리움의 농도를 희석시켜 주는 이 분주한 삶이 실은 썩 싫지 않았다. 짙은 그리움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삶은 종종, 꽤나 버거우니까.
엄마를 잊었느냐고, 그리움을 잊었느냐고 묻는다는 질문에는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잊기는커녕 매 삶의 순간순간마다 그리움에 몸부림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 그리움의 아픔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엄마를 애써 잊으려 노력하는 나에게 일종의 죄책감이 든다. 며칠 전에 언니와 대화를 나누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아사 직전에 작은 빵 한 덩이를 훔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벌을 줄 수 있을까.
이 그리움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조금만 더 슬퍼하고 싶다. 그리운 만큼 너무 아프다.세상의 모든 사랑과 이별의 노래가 엄마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날이 올까?
계속 간직하고 있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가끔 도망치려는 것뿐이지만, 잊으려 애쓰는 내가 미워질 때가 있다. 천국에 있는 엄마가 행여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나를 위로한다. 내가 아는 엄마라면, 기꺼이 내가 아프지 않은 쪽을 선택하도록 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