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재 Jul 23. 2024

자전거로 몽생미셸에서 퐁토르송까지

퇴사 후 프랑스에 갔다 - 6.

6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이후 프랑스에 3주간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지내되 촉박하게는 지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몽생미셸 여행 3일 차, 자전거 여행 2일 차입니다. 몽생미셸에서 나 홀로 여행객은 보기 드뭅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의 장점이 많죠. 혼자인 게 민망하지 않거든요. 오늘은 몽생미셸 일대에서 그나마 큰 마을인 퐁토르송Pontorson에 가기로 합니다. 이 밤만 자면 파리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일단 배부터 채웁니다. 숙소 바로 옆에 작은 테이크아웃 베이커리Brioche Dorée가 하나 있는데, 체인점이라 그런지 맛이 무난한 게 나쁘지 않습니다. 잠봉 바게트와 카페라떼를 주문해 산책길 벤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프랑스 아저씨들이 지나가며 '보나빼띠!' 하고 외칩니다. 저는 민망한 표정으로 '메르시'라고 중얼대죠. 오늘도 프랑스의 인사 지옥에 빠지고 맙니다.


    어제 장장 6시간에 이르는 자전거 고행길로 엉덩이가 미친 듯이 아프지만, '이건 근육통이다. 다친 게 아니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역시나 통증이 저를 괴롭힙니다. 허나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안겨주는 자전거 여행을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퐁토르송에 거의 다다르자 꿈만 같은 가로수길이 펼쳐집니다.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얼룩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전거 여행객보다는 동네 산책 나온 주민들이 더 많이 눈에 띄기 시작할 때쯤이면 어느새 마을 입구입니다.


    갈레트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무려 구글 평점 4.8의 갈레트 전문점Crêperie du Couesnon이 있어서 의심 없이 들어섰습니다. 음식점 외부부터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형광빛의 주황색을 포인트로 매장 곳곳이 동화 속 같았습니다. 갈레트라는 음식과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있을까요? 물론 어딜가든 파리는 피할 수 없지만요.



    저에게 있어서 갈레트는 그저 크레페를 네모나게 먹는 요리입니다. 중간에는 이것저것 넣고 싶은 재료를 넣으면 되는 거고요. 저는 기본 세트 구성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계란과 토마토소스, 햄이 얹어져 나오더군요. 맛있는 것만 모아 놨으니 맛있을 수밖에요. 음료로는 주스와 버터밀크 중에 선택하라길래 버터밀크를 선택했는데 밥그릇에 텁텁한 신우유 같은 것이 담겨 나왔습니다. 그건 제 입맛엔 안 맞았어요. 독특한 걸 먹어보고 싶어서 시켰는데 실패였죠. 다 먹고 나니 디저트로는 딸기잼을 바른 갈레트가 나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갈레트 풀코스를 즐겼습니다.



    프랑스 시골 마을 퐁토르송에서 대단히 할 건 없습니다. 저는 천천히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객들이 자주 들렀다 가는 마을인지 자전거가 꽤 많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강가에는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들이 있었고, 프랑스의 대관령답게 양 모양의 가랜드가 마을을 장식했습니다. 아마도 다시 올 일 없을 이 마을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기 위해 구석구석 걸었습니다.



    자전거를 반납한 뒤에는 몽생미셸섬을 다시 한번 걸으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습니다. 몽생미셸을 떠나는 날 버스 연착으로 2시간을 버리기도 했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온몸이 쑤셔 잠 못 드는 밤도 있었지만 잊지 못할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프랑스의 시골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럴 때 보면 저는 인구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전거로 달리는 몽생미셸 해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