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실이하늘 Apr 14.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자기애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RosZie)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할 줄 아는 자기애가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더욱 살찌운다.


필자도 꽤 긴 시간 자기애(Narcissism)를 소재로 삼아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 이유는 감정이란 느껴지는 것이라는 다소 수동적인 의미에 집중했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도 결국 직장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하나로 낙점하고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자기애’는 자신이 존재할 만한 남다른 가치가 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편 다른 감정들에 비해 자신의 욕구 정도에 따라 스스로 발달시킬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또한 주로 충만한 자신감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로 자기애를 강화하기도 한다. 성격이나 환경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래서일까 넘쳐도 문제이고, 모자라도 문제인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애는 자신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에서는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 구축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자기애가 과할 경우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인색하며,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고, 타인의 의견은 깔보거나 업신여기기도 해서 사회적 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기애를 긍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한편, 타인의 마음을 충분하게 헤아릴 수 있는 균형감도 요구된다.   

   

대외사업팀 공 차장은 오지랖이 넓고, 목소리도 크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늘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 위해 연신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모습이 직원들에게 심심치 않게 눈총을 받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입직원들에게는 잘난 척하는 사람이거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관종이라는 첫인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공 차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늘 그랬듯이 여기저기 분주하게 영역 표시를 하듯 자기애를 과시하고 다닌다.     


주 부사장은 발주처인 (주)○○으로부터 원하는 날짜에 상품이 인도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대외사업팀 팀장인 차 부장을 불렀다.


“차 부장, 왜 (주)○○로 보내는 상품이 늦게 도착한 거예요?”

“협력업체에서 작업이 지연되었기 때문인데 사전에 연락했었습니다.”

“(주)○○에서는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는데 일을 이렇게 처리합니까? 거기가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 몰라요?”

“아……. 죄송합니다. 전후 상황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 부장은 자리로 돌아와 담당자인 채 과장을 불렀다.


“채 과장, 지난번에 (주)○○에 상품이 늦는다고 연락 안 했나?”

“했습니다.”

“그런데 왜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는 거지? 부사장님께 연락해서 난리를 쳤다고 하네. 누구에게 연락했어?”

“(주)○○ 담당 대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 이 친구야, 그 중요한 건을 메일만 보내면 어떡해?”     


옆에 있던 공 차장이 얄밉게 끼어든다.


“채 과장, 그건 그렇게 처리하면 안 돼! 메일을 못 받았다고 하면 그만이거든. 내가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데 아주 힘들었었지. 부장님 이거 좀 시끄러워지겠는데요?”

“공 차장이 경험이 있었으면 채 과장을 좀 챙겨주지 그랬어?”

“뭐 딱히 물어보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주)○○가 중요한 업체이면 선임이 체크를 좀 했어야지! 아우, 머리 아프게 생겼네.”

“그러게요. 나한테 물어봤으면 깔끔하게 처리했을 텐데, 채 과장! 나에게 물어보지 그랬어? 부장님, 제가 (주)○○ 담당 대리와 일을 해봤는데 좀 어리숙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연락해서 처리해보겠습니다.”

“공 차장이 처리하지 말고, 이것도 경험이니 채 과장이 일단 정리해봐! 여의치 않으면 내가 (주)○○ 이사님께 연락해볼 테니.”     


흥미롭게도 공 차장과 같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일이 시작되기 전이나 아예 끝나버리면 나타난다. 필요할 때는 자기 일이 아니라서 기피하고, 일이 벌어지면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거라며 풀이 죽은 당사자 앞에서 필요 없는 말을 한다. 더 큰 문제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퍼뜨리고 다니기도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들은 그 말이 사실인 양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사건의 담당 직원이 전해 들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팀의 선임으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다니니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뭐가 그리 좋다고 방방곡곡 떠벌리고 다니는지 원망을 넘어 울분이 치솟는 것도 당연하다.


당신은 직장생활에서 공 차장 같은 직원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비슷한 경험은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공 차장과 같은 자기애는 사회적 관계관리 차원에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든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왜곡된 자신감과 자기애로 인한 언행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만큼 자신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토록 남부럽지 않던 자기애는 도리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함에 우울해지고, 삶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너나없이 우리는 자기애를 지니고 살아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본능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기애를 올바르게 강화하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자기애가 직장생활에서의 유익한 감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를 확신할 수 있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남을 의식하면 자기애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과 관심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존재감도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다. 세상의 잣대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무모하다. 어쩌면 나의 유일한 장점만으로도 세상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기꺼이 인정하는 선한 자기애를 누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허탈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