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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May 04.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실망감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Elf-Moondance)


직장생활에서는 확정적이지 않은 사항들은 철저하게 미정인 채로 남겨 두자. 때로는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 덥석 믿고 싶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가능성만 간직하자.     



실망(失望)감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희망이나 명망을 잃거나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마음이 몹시 상하는 감정’이다. 즉 실망감은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무언가 바라고 기대한 결과의 마음이다. 바라던 일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면 만족감을 느끼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마상(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것이 실망감이다.  


실망감은 비단 직장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언행 등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실망감은 ‘기대감’ 또는 ‘기대치’와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감정이다. 다시 말해 실망감은 기대치와 비례관계이다. 자제하려고 노력해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는 인간의 본성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매일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는 직장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생각보다 다양한 상황을 통해 나타난다. 아무리 같은 직장의 구성원들이라고 하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실타래와 같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엮여 있는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아마 여러분들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누군가의 무책임함, 그리고 각양각색의 황당한 행태들을 직접 겪거나 목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 기대를 품고 직장으로 집을 나선다. 밉든 곱든 나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나의 우군임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기대’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언급했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 왔듯이 ‘기대’와 ‘실망’은 양립할 수밖에 없는 일체(하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신사업추진팀 최 팀장은 남 과장과 함께 5개월간 신사업 타당성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밀도 있는 시장조사를 진행하였다. 기존 사업과 연계한 안정적 확장과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며 착수한 프로젝트이지만 시장은 이미 과열된 상태였다. 최 팀장은 신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입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보고서의 구성과 내용이 더욱 디테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최 팀장은 남 과장의 도움이 매우 절실했다.      


“남 과장, 요즘 많이 힘들지? 나는 요즘 마치 고등학교 때 수학 문제를 푸는 느낌이야.”

“네, 팀장님. 조금 힘들기는 하네요. 그래도 혼자서 하는 건 아니니 괜찮아요.”

“나야 팀장이기도 하고, 남자니까 그래도 좀 버티겠지만 남 과장은 나보다 훨씬 힘들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고마워.”

“뭐 이것도 다 일인데요. 팀장님도 예전에 다 이렇게 하시지 않았나요?”

“그러게, 그랬나? ㅎㅎ 아무튼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내가 이사님께 남 과장이 승진할 수 있도록 말씀드릴 생각이야.”

“아, 네. 고맙습니다.”


시간이 흘러 최 팀장과 남 과장은 서로를 의지하며 준비한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다행히 생각한 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물론 보강해야 할 과제도 함께 받았지만 칭찬으로 훈훈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편 최 팀장은 1주간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출근한 첫날 담당임원인 천 이사를 찾아갔다.     


“이사님, 잘 쉬고 왔습니다.”

“그래, 그간 고생 많았는데 피로는 많이 풀었나요? 어디 다녀왔어요?”

“아닙니다.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지냈습니다.”

“최 팀장은 아마 좋은 아빠이기도 할 것 같아요.”

“이사님, 사실은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남 과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정기 승진심사 때 남 과장을 차장으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남 과장이 기여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내가 한 번 인사담당 이사와 얘기해 볼게요.”

“네, 이사님. 감사합니다.”     


최 팀장은 자리로 돌아와 남 과장에게 사내 메신저로 이사님께 남 과장의 승진을 추천했다는 사실과 천 이사가 인사담당 이사와 논의해 보겠다는 이야기까지 알려주었다. 남 과장도 쑥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 이사가 최 팀장을 불렀다.     


“최 팀장, 지난번에 얘기했던 남 과장의 승진 건 말이에요. 내가 인사담당 이사랑 논의해보았는데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인정하지만 타 부서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네요.” 

“아, 네…….”

“비슷한 성과를 낸 과장들이 많아서 남 과장 혼자 승진을 시키자니 그렇고, 모두 승진시키기도 그렇고……. 그래서 일단 이번 승진심사에서는 보류하고, 차기 심사 때 다루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계세요. 설마 남 과장에게 언질하지 않았죠?”

“이사님께 추천 드렸다고는 얘기했습니다.”

“아, 그래요? 기대했으면 실망이 크겠네. 고민스러운 회사 입장은 최 팀장이 잘 전달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남 과장에게 확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 팀장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또한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어차피 모르는 척할 수도 없는 일이라 남 과장을 1층 커피숍으로 불렀다. 무심한 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시켜 놓고 세상 무거운 말문을 열었다.     


“남 과장, 지난번에 이사님께 승진 추천했던 것 있잖아. 그게 이런저런 상황으로 보류가 되었대. 조금 전에 이사님으로부터 들었어.”

“아, 그랬군요.”

“남 과장, 기대했을 텐데 실망스럽지? 본의 아니게 내가 미안하네.”

“아니에요. 추천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다음에 되겠죠.”     



이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남 과장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말로는 기대하지 않은 듯, 실망하지 않은 듯 이야기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누구나 그러한 상황이면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기대만큼의 실망감은 남 과장의 몫이었다. 

    

직장생활에서 승진이나 연봉 등 보상은 기대와 실망이 크게 교차하는 지점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사사로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실망감도 크다. 특정한 사람을 얼마나 믿었는지, 호감을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나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에도 그러하다. 한편 자신의 역량이나 선호를 고려하지 않은 업무를 배정할 때도, 믿었던 후배가 자신을 잘 따르지 않을 때도, 존경하던 리더가 자신만을 혹독하게 대할 때도 우리는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불타오르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회의감으로 변질되고, 무기력함에 빠져 퇴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기대나 믿음으로 인해 실망감이 더 크다고 해서 애써 기대나 믿음을 조절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 기대나 믿음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기대나 믿음에 부응하지는 못한다. 실망감의 크기와 빈도가 다를 뿐 우리 자신도 누군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여느 감정도 그렇듯이 실망감도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망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우선 확정적이지 않은 사항들은 철저하게 미정인 채로 남겨 두자.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 덥석 물어 믿고 싶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가능성만 간직하자. 만약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면 충분히 즐기자. 혹시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긍정적인 기회로 여기자. 그래야 실망감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다. 한편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소통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면 실망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소통한 만큼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기대와 믿음의 크기가 달라지고, 실망감의 크기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도 꿀팁이 될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일부를 전부로 오해하면 실망감은 커지고, 상대를 용서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은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은 공적인 생활이다. 누구든지 기분이나 감정이 상할 때가 있다. 공적인 생활에서 불거진 감정을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오면 자신만 힘들어질 뿐이다. 앞에서 본 사례와 같은 상황이라면 분명히 승진의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아마 남 과장은 다음 기회에 차장으로 승진할 것이고, 누군가는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또 누군가가 승진하고, 누군가는 실망하는 연속 말이다.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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