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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욱 Nov 29. 2022

똥 이야기

식사시간이거나 비위 약자는 열람금지

 사람들은 똥 하면 얼굴부터 찌푸린다. 왜 하필 똥이냐. 하지만 외면한다고 똥과 단절할 수도 없거니와 탈이 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누어야 하는 똥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차대한 관계에 있다는 게 현실이다.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똥을 잘 누는 일은 변기에 앉는 짧은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일이기에 역시도 똥 이야기는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될 문제인 것이다.     


똥을 더럽다고 하는 이들 중에는 볼 일을 다 본 후에 제 똥이 손끝에 살짝 묻어도 대수롭지 않게 슬쩍 휴지에 문지르고 물로 씻은 후 아무렇지도 않게 과일을 집어 들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바삭한 치킨 한 조각을 그 손가락으로 붙잡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사실은 내 경험담도 포함인 건 안 비밀.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요런 생각이 든다. 똥은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그것만 더러운 것이 아닐까. 어차피 내 속에 품고 있던 것이 몸 밖으로 나왔다고 몸서리칠 것까지 무엇 있으랴.

하지만, 사람들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마다 똥 밟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똥은 될 수 있으면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인 건 분명하다. 하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게 똥이라는 고백도 허다하니까.     


과거에 나 역시도 이러한 일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똥은 비위를 상하게 하는 말이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여겼으며,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되도록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오늘 똥똥 거리는 것은 무언가 쓰고는 싶은데 쓸거리가 딱히 없었다는 것과 노트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예전에 끄적거려 놓았던 몇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와서는 미완성의 문장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인데, 과연 끝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만약 독자들이 이 글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는다면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어찌 되었든 그게 한 꼭지를 끝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몇몇 독자들은 알다시피 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대변을 치워준 적이 있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다른 사람의 똥을 치우는 일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활동량이 많지 않은 노인은 소화가 잘되지 않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설사나 변비가 많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함께 입사한 요양보호사 중의 몇몇은 똥 냄새가 역겹다며 며칠 만에 그만두기도 했으니 다른 사람의 똥을 치우고 엉덩이를 닦아주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인지기능을 잃은 치매를 앓고 계신 환자들이다 보니 이 똥이란 것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고 벽에 칠을 해 놓는 일도 다반사라 역시도 똥에 관계된 일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다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확연하게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고 한 일주일간은 점심 먹기가 힘들었다. 요양원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는데, 욕창 환자의 고름 냄새, 노인 특유의 냄새, 예고 없이 풍기는 똥 냄새, 그리고 또 똥 냄새…….

보름쯤 지났을 때, 어르신들과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며 그분들의 하루를 걱정할 만큼의 정이 쌓여갈 때 한 할아버지께서 심한 설사병이 났었다. 간호사는 지사제를 줬고 웬 독약을 주냐는 어르신을 이리저리 달래서 약을 먹여드렸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께서 똥을 눌 때마다 설사가 멎었는지 제대로 된 똥이 나왔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할아버지의 기저귀를 열 때마다 두리번거리는 젊은 놈을 보며, 할아버지께서는 뭐 볼 게 없어서 늙은 놈 똥구멍을 그리 보느냐고 타박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갔고 한 이틀쯤 지나자 할아버지의 똥이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색깔이며 냄새도 완벽한 아! 건강한 장이 내놓은 것이 분명한 똥으로 바뀌었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던 내게 할아버지는 혀를 찼다.

"아니, 자네는 더럽지도 않은 겐가. 쯧쯧."

"진짜 더러운 건 요 입에서 나오는 거지. 밑으로 나오는 건 더러운 게 아니라고 누가 그랬잖아요. 아! 그리고 세상에 똥 안 싸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요."

젊은 놈의 너스레에 할아버지도 허허 웃고 말았었지.     


사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똥일 것 같다. 드시는 거야 겉으로 드러나기에 조금은 수월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돌봐주는 이보다 돌봄을 받아야 할 어르신들이 훨씬 많은 요양원에서 배변 문제는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더욱이 어르신들은 반가움이 앞서서 오랜만에 면회를 온 가족이 싸 온 음식을 과식하거나 평소에 물을 잘 드시지 않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설사와 변비 문제는 아주 심각한 편이다.

똥을 잘 누지 못하면 얼굴 색깔이 좋지 않고 시름시름 앓기도 하며 괜한 열이 나기도 한다. 어르신께서 갑자기 프로그램을 거부한다. 짜증을 낸다. 폭력적으로 변한다. 이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제일 먼저 살피는 일이 배변 체크다. 똥을 보면 뱃속을 짐작할 수 있고 어떤 음식을 드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똥을 누어야 잘 먹을 수 있고 먹어야 잘 눌 수 있는 법.

이 일은 노인뿐만 아니라 아기부터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일이 어디 똥에만 해당하겠는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우리는 똥의 진실을 설파해야 한다.     



건강한 생각을 자주 해야 바른 행동이 나온다. 좋은 책을 읽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 자연 속에서 튀어나온 시인들의 황홀경의 언어들은 말해 무엇하랴. 자주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자! 예쁜 말로 세상을 곱게 꾸미자! 그리고 잘 먹고 잘 누자! 함께.     


김수영 선생의 말씀을 빌려 부족한 글을 마친다.     

"깨끗하게 똥을 누게 하려면

우선 깨끗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     


독자분들의 시원한 하루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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