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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발리 - 꾸따(Kuta) 무더위

by 장만보

느지막이 일어나 식당으로 간다. 오늘은 딱히 계획이 없다. 굳이 계획이라 한다면 숙소에서 쉬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는 정도일 것이다.


식당에는 시리얼과 빵과 과일, 데운 음식 몇 가지가 있다. 동남아시아에 와서 망고로 배를 채우려던 나의 전략은 실패인 듯하다. 지금은 계절이 아닌가 보다. 후식으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이 곳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덥다.


끝자리가 .999인 환전소는 피하라고 카페에서 읽었으므로 환율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곳에서 100달러를 환전했다. 화폐 단위가 커서 환율로 장난을 치거나 잔돈을 많이 섞어 헷갈리게 만드는 수법을 쓰는 곳들이 있는 것 같다.


꾸따 해변 도로


슬리퍼를 사기 위해 골목 상점을 훑어보았다. 스티로폼처럼 부실한 플라스틱 슬리퍼를 3만 5천 원에 가져가란다. 가격은 시작가의 30%으로 흥정하라고 역시 카페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30% 계산을 헷갈려서 얼떨결에 5천 원에 달라고 말했다가 딜이 성사되었다. 왠지 더 깎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조금 돌아다녔더니 더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다. 근처 편의점에서 모기약과 선크림과 빈땅 맥주를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람 없는 한적한 풀장에서 모양 빠지게 튜브에 매달려 열심히 물놀이를 했다. 서양 사람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우아하게 수영을 잘하던데, 해외에 나오면 수영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더불어 한국에 들어옴과 동시에 수영을 배우려던 다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도 참 신기하다.


꾸따 숙소 수영장


숙소 바로 앞에 피자집이 있는데 무더위에 10미터 걷는 것도 두려워 배달을 시켰다. 우리나라처럼 식당 음식을 앱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니 편하고 좋다. 픽업 오토바이의 위치도 지도에 표시되고, 지금 음식점에서 출발한다는 등의 진행 상황을 제법 자세하게 알려준다. 배달 기사와 메신저로 중간중간 대화도 하며 첫 주문에 성공했다.


용기를 내어 숙소를 나와 조금 걸으니 마트에 과일이 지천이다. 익숙한 과일과 처음 보는 과일들을 카트에 가득 담는다. 무거운 그린 망고도 욕심을 내서 담았다. 생고구마를 씹는 식감과 비슷한 그린 망고는 소금을 찍어 먹으면 단맛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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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따 스퀘어(Kuta Square)의 식료품 마트


꾸따 지역에서의 하이라이트는 해변에서 거북이 방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새끼 거북이를 바다로 떠나보내는 이벤트를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지켜보며 혼자 수십 번은 시뮬레이션을 했건만, 3월까지는 새끼 거북이가 부화하지 않아 프로그램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꾸따 해변에서 노을과 서퍼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100장 넘게 찍어도 아쉬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핑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우리 가족은 서핑 천국 꾸따에서 그저 수영과 배달음식과 과일로 알차게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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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따 해변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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