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야

목요일이 좋은 이유

by 홍정주

나는 여행을 참 좋아했었다.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간혹 내가 다니는 야학이나 센터, 복지관 같은 데서 선생님들과 수강생들끼리 버스여행을 단체관광으로 가곤 하는데 나는 그때마다 꼭 따라갔었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손으로 기록해 둘걸. 이제부터 어쩌다 여행을 갔다 오면 여행일기를 꼭 써야겠다. 부모님 간병으로 밖에 오래 나갔다 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지금, 여행한 걸 기록해 두었으면 그걸 보면서 희미해진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렸을 텐데.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앨범이 하나 있다. 그 앨범의 여행코너에서 동영상을 하나씩 꺼내 본다. ooo선생님과 같이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한 골목골목을 걸어 돌아 가 횟집에서 회를 맛있게 먹었던, 바닷가를 홀로 거닐며 뭔가를 주웠던, 폭포를 구경하는, 케이블카인지 뭔지를 타고 수목원을 한 바퀴 도는, 잘 차려진 한정식 식당에서 밥을 먹는,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구경하는...

여행자체도 좋지만 더 좋은 건 여행 가기 전날이었다.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설렘. 여행전야의 묘미랄까? 한 번은 버스 안에 어떤 문구가 붙어 있어서 유심히 봤는데 ‘여행은 때론 행복한 도망이다.’라고 써져 있었다. 나는 순간 그 문장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너는 지금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치고 있구나.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구나.


목요일이 좋은 이유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마르셀 프루스트)

나는 요일 중에서 목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아니, 요 며칠 전에 목요일이 좋은 이유를 생각해 냈고 목요일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의 나에게 목요일은 여행전야보다 훨씬 더 '지금'달콤하다. 나는 이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여행을 잘하지 않는다. 내 몸도 아프고 병든 부모님도 간병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주말마다 집에서 아주 편한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며 목요일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주일이 3일 이상 지났고, 하루만 지나면 주말이 오는 그 시간. 금요일은 목요일과 토요일을 연결해 주는 다리 같다. 아직 나는 다리를 건너지 않았다. 나는 그 기다림이 좋다. 텅 빈 목요일이 좋다


ps혹자는 내가 직장이 없고 집에서 글만 쓰는 작가라서 평일과 주말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주말에는 주중에 직장을 나가는 희경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고 이것은 나의 큰 기쁨이다.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언젠가는 집을 여행지처럼 꾸며놓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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