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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sumer Apr 11. 2023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잘 먹힌다.

어제 오랫 만에 선배님 두 분과 술자리가 있었다. 두 분 모두 내가 30대에 스포츠마케팅 관련 일을 하던 시절 알게 된 분들이다. 나도 선배님들도 밥벌이로 하는 일에는 변화가 있지만, 종종 연락을 주고 받았고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자리라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님 중에 한 분은 글로벌 음료 회사 마케팅팀에 재직하실 때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셨다. 내가 다니던 스포츠브랜드 행사 때 음료를 진행해주신 것은 물론이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분이다. 회사를 퇴직하신 후에 여러 곳으로 강의를 주로 나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강의 외에도 '코칭' 활동도 하고 계셨다. 강의도 어렵지만 나는 코칭이라는 것이 더 엄두가 안났다. 나도 제대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누군가의 상태를 점검해주고 발전을 도모해준다는 것은 한층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선배님이 성공하는 강의에 대해서도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성공하는 강의라는 것은 결국에는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반응, 평가 점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강의를 의뢰한 기업이나 단체 담당자와 강의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서로 간에 오해가 없도록 의사소통을 하는 단계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가끔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강의 후에 받은 평가 점수가 기대보다 낮았던 경험도 공유해주셨다. 객관적으로 조직 담당자 요구했던 내용에 대해서 강의를 준비해서 실시한 것인데, 조직 구성원들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룹 '015B'의 노래 중에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노래가 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많이 불렀는데 그 무렵 나와 친구들은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동화 속의 왕자님은 현실에는 없는 거야~"


'동화 속의 왕자님은 현실에는 없지만 여기 너를 좋아하는 내가 있으니 눈을 돌려 나를 좀 봐라'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강의에서도 이런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동화 속의 왕자님'이 안되면 '왕족'정도라도 찾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간파해서 '현실에서 왕족 찾는 방법'을 알려주면 귀를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꼭, 강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조직 구성원 누군가를 점수가 아닌 코멘트 형태로 평가할 때,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될까? 나도 예전에는 도움이 된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 잘 모를까? 그 단점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못 고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습관, 하루도 아니고 20년 이상 살아온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니까 하루 아침에 그 단점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마흔 중반이 된 나는 이제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나의 단점과 개선방안을 포함한 고마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어떤가? 조직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다면 평가를 무탈하게 넘긴 것이 기쁜 일까? 거꾸로 나에게는 기분 나쁜 다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나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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