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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May 11. 2024

형광초록의 계절

봄과 여름사이 짧은 시간

봄과 여름사이 짧은 시간 어디쯤.

걷다 만나는 나뭇잎의 색들이 형광색으로 느껴지는 계절이  있다. 이 계절에 단풍나무는 형광초록별이 달린 것처럼 보이고, 벚나무길 벚꽃 잎을 밀어낸 자리에 돋은 벚나무의 새잎들은 형광숲을 만든다. 길이 빛나고 숲이 반짝거리는 짧은 계절. 햇볕이 뜨거워지는 여름의 빛이 더 찬란하더라도 지금 이 계절의 초록만큼 설레지는 않을 것이다.

초록별같은 단풍나무
형광 숲 터널이 된 벚꽃길


조정래 작가님의 책, 아리랑을 읽다가 만난 문장에서 작가님은 “유록색”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유록색. 처음 이 유록색이 담긴 문장을 읽고 또 읽었었다. 이 형광초록의 계절을 이야기하시는 거라 추측했다.


웅장하고 장엄한 자태의 지리산은 우아하고 환상적인 유록색 비단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백설로 치장했을 때의 지리산은 신령스러웠고, 눈이 녹으면서 흑회색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지리산은 위엄이 충만했고, 이제 싱그러운 유록색이 번지고 있는 지리산은 자애로웠다. -아리랑


지리산은 아니지만, 유록색 한라산


작가님은 유록색을 매우 사랑하시는 것 같다. 작가님의

다른 책 속에서도 유록색을 만날 수 있었다.

온갖 꽃이란 꽃은 다 피워놓고 4월은 이울고, 꽃과 함께 유록색 새싹들을 돋아 올리며 5월이 오고 있었다. -풀꽃도 꽃이다
5월의 들녘에 쏟아지는 햇살은 현란하게 눈부셨다. 유록색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는 들과 산의 푸르름은 꽃에 못지않는 아름다움으로 물결치고 있었다.-허수아비 춤
유록색이 초록색으로 변한 계절 흐벅지게 핀 목련이 가녀린 한숨 되어 처연하게 떨어지네. -한강


여러 문장 속에서 유록색 표현들을 읽고, 지금 형광초록의

계절을 말씀하신 거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나도 이 유록색을 사랑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푸르름. 이 유록의 계절(형광초록의 계절)의 빛깔을 사진으로 담아 보는 나. 그리고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이 유록색 글을 꼭 써보고 싶은 나. 며칠 고민하고 쓰고 또 지우고. 별 내용은 없으나 꼭 쓰고 싶었던 유록색 글.


 

비 오는날에는 더 빛나는 색
유록색 다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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