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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정 Sep 02. 2022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 <Manchester by the Sea>

케이시 에플렉이 나오는 영화이다.

이영화는 회복에 관한 이야기같다.

미 동부 보스톤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는 어딘가 억눌린 남자같다. 무뚝뚝한 표정에 항상 똑같고 지루한 루틴을 가진 그는 퇴근하면 맥주 한병에 티비로 하루를 때우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아파트 세입자가 짜증나는 요구를 하면 욕설로 되받아치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고용주가 말로 잘 타일러도 ‘어쩌라고’ 식으로 나온다.

그는 사실 어부였다. 아내 랜디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이들이 있었다. 맨체스터는 동부 어촌 으로 유명한 곳이다. 술과 친구들과의 게임을 좋아했던 리는 어느날밤 술을 마시고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게임을 즐기다 아내 랜디의 바가지에 친구들을 내보내고 안주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멀리 떨어진 마트에 걸어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데 벽난로의 안전망을 내리는것을 잊어버려 아내를 제외한 아이들이 모두 불타는 집에서 죽고만다.

이일을 계기로 리는 아내와도 이혼하고 죽은듯이 삶을 살기 시작한다. 모든것을 잃어버린 상황의 맨체스터와 가족의 따뜻함이 있던 맨체스터는 너무나도 달라보인다. 황량한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만이 남은 그의 마음속처럼 바닷가의 작은마을도 한없이 차가워 보인다.

그는 어느날 심부전을 앓던 형 ‘조’ 가 사망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조카 패트릭을 만나게 된다. 패트릭은 고등학교 아이스 하키 선수이고, 엄마는 우울증과 알콜 중독이었고 아버지마저 죽게 된것이다.  어쩔수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리는 조카 패트릭을 맡게된다.

마치 자신의 일인데도 남의 일처럼 멀찍이 떨어져 아버지의 관과 시신처리, 한겨울이라 땅이 얼어 뭍을수 없다는 이런저런 말은 하는 패트릭의 태도는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고 마음을 열지 않는것은 삼촌 리의 태도와 다를바가  없어보인다. 리도 이혼한후 홀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고등학생 조카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와 잔다던가 하는 익숙치않은 , 마치 자신의 일상의 침입자 같은 패트릭이 처음엔 불편했지만 서서히 싫지는 않은 눈치이다.

상처입은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이라 해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눈물이 많이 난 영화였다. 또 회복, 탄력을 뜻하는 resilience 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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