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대출과 전세 이사
"식욕을 잃어 억지로 먹는 것이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욕망이 수반되지 않는 공부는 기억을 훼손하며,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을 보존하지 않는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기> 중에서
가끔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문제상황이 발생하고는 한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어떤 문제 상황에 밀어 넣어져 정보를 습득하고 경험에 정면으로 부딪혀야만 하는 순간 말이다.
최근에 한 이사가 그런 경우다. 4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부담되는 고정비인 월세, 좁은 생활공간, 주변 환경의 소음 등 문제의식을 느끼는 요소들이 조금씩 쌓여갔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게 지내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합리화하며 이사 준비를 계속 미뤄왔다.
그런데, 살고 있는 건물에 문제가 생겨 몇 주 내로 갑자기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기회라고 판단했다. 언젠가는 결심과 행동이 필요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이사였기 때문이다.
회사까지의 출퇴근 거리와 가용 예산 등 몇 가지 조건을 세우며 이사를 준비했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로 이사를 가는 것이었다.
전세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인생 처음으로 대출을 받았다. 글을 쓰는 지금은 모든 절차가 끝났지만, 대출을 준비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인터넷 검색을 통한 수많은 정보 수집과, 수십 장의 서류 준비, 은행을 방문하기 위한 회사 출퇴근 시간 조율 등 여러 가지 투두리스트에 부담감을 느꼈고, 불안과 걱정에 짓눌려 몇 주를 보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은 검색을 통해 수많은 사례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나의 객관적인 조건 역시 대출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내가 본 몇 권의 재테크 도서에서는 감당가능한 적절한 수준에서 레버리지(대출)를 일으키는 것이 장기적인 재테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확실히 내가 부담해야 하는 대출금의 이자는 기존에 감당해야 했던 월세보다는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다.
공부에 필요한 욕구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필요'고, 다른 하나는 '호기심'이다. 책에서 배운 인사이트가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그중에 가장 필요한 분야가 바로 재테크가 아닐까 싶다.
가끔 우리는 여러 가지 합리화와 핑계를 대며 싫은 것, 피하고 싶은 것, 미루고 싶은 것을 쌓아간다. 하지만 일상에서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 보면 하기 싫은 일이 사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일 수도, 피하거나 미루고 싶었던 일이 사실 가장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내가 했던 이사도 그렇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해보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문제는 맞닥뜨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냥 내버려 두면 상황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나를 괴롭히는 문제를 오랫동안 피하기만 하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충분한 정보 수집과 리스크 검토가 필요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 속에서도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다만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상황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상력으로 불안해하지 말 것!
건강한 욕심 & 공부하고 실천하기
마지막으로 이사를 마무리하며 했던 생각은 '건강하게 욕심을 내보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습관'이 인생의 전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거 환경의 개선을 위한 이사뿐만 아니라 재테크도 마찬가지고, 커리어적인 성취나 인간관계도 포함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보기 위해 현실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조건들을 정리하고, 그 조건에 맞춰 준비한 요소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용기 내어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필요한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