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방

by 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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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끄러운 편이다.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들로 채웠다. 특히나 애정이 가는 사람을 만나는 때면, 기분은 언제나 구름을 뚫고 치솟았고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오두방정은 다 떨고.


학교에 다닐 땐, 사람들과 둘러앉아 있는 게 당연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자각하지도 못했다. 일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코로나가 닥치고, 사회생활에도 적응을 못 했는데 재택근무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때 나는 아마 처음으로 집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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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깨달은 점이 많았다. 첫째, 살이 3kg가 훌쩍 찐 걸 보아 이전에는 운동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이곳 저곳 많이도 쏘다녔던 것 같다. 7천 걸음은 기본이었다. 둘째, 밥맛도 사람이랑 있어야 돌았다. 친구를 만나면 자꾸만 먹고 싶은데, 혼자 있으면 귀찮음을 이겨내기 힘들어 밥 때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겨내고 싶지도 않았고. 억지로 챙겨먹어도 맛이 없었다.


자꾸만 애인을 불러냈다. 사적 모임은 제한해도, 가족과 애인만큼은 봐줄 수 있는 상한선이었다. 애인을 불러놓고 그제서야 맛있게 식사를 하고, 산책도 하고,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다.


애인의 불평을 듣고 나서야 내 의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 나는 혼자 있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혼자 놀고 혼자 쉬어본 적이 없었다. 혼자서는 산책도 가지 않았다. 나는 나를 놀아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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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혼자 사는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게을러서 인테리어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안락하게 꾸며놓고 보니 몸을 뉘어놓고 한참 뒹굴거리고 싶어졌다. 글을 쓰니 혼자서도 할 일이 넘쳐났다. 가끔 요가도 했고, 피아노도 쳤다. 음악도 하루 온종일 틀어놨다. 그렇게 차츰차츰 혼자의 맛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주말은 내 것이 아니었다. 본가에 내려가거나, 애인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났다. 오늘은 정말 드물게 나 혼자 맞는 금요일이다. 벌써 시간은 자정 넘어 새벽으로 가는데. 일기장에 내일의 계획을 가득히 적었다. 아침엔 방울 토마토를 먹어야지. 오후엔 서점에 가야지. 문득 조용하고 나직한 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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