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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n 19. 2024

마지막 밤이 아쉬워, 다시, 쇼츄바

2024 가고시마 - 셋째 날 / 카페 / 테라스 페어 / 쇼츄바

결국 오늘도 가고시마의 다른 지역은 가보지 않았다.




유노히라 전망대(湯之平展望所)에서 사쿠리지마 항으로 돌아 나오는 버스에서 흔들거리며 서 있었기 때문일까요? 페리에서는 앉아 있었는데...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온몸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당이 필요해!!!


길가에 철퍼덕 앉아서 구글맵을 뒤졌습니다. 항구 근처에는 카페가 별로 없더군요. 가고시마 미술관 쪽에 역시 괜찮아 보이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차를 타고 미술관 쪽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뭔가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의 전차 정류장이라고 하기엔 심하게 단정하다.



위의 사진은 가고시마항 사쿠라지마 페리 터미널에서 걸어 올라와 스이조쿠칸구치(水族館口駅) 전차역으로 건너가기 직전의 모습. 뭔가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의 전차역 역이라고 하기엔 좀 심하게 단정한 느낌이긴 한데, 저에게 가고시마의 모습은 이런 느낌입니다.




가고시마시립 미술관. 7년 전 방문했을 때 관람했었다.




:: 커피와 달다구리가 필요하면, 일단 미술관 근처로



목적지가 가고시마시립 미술관 바로 옆이라서 미술관 앞의 육교를 건너면서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가고시마시립 미술관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미술관입니다. 세잔이나 모네의 작품 외에도 근현대 미술의 유명 작가들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7년 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시간을 꽤 많이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미술관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노인의 조각은 로댕의 작품입니다. '깔레의 시민들' 중 작품의 중심이 되는, 죽음을 앞둔 노인 '우스탸슈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Pierre)'라고 하네요. 가고시마에 처음 들른 분들이라면 가고시마 미술관은 추천할만한 코스입니다.



가고시마 미술관 앞 거리의 분위기



가고시마 미술관을 추천하는 이유는 미술관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도 좋기 때문인데요. 미술관, 박물관, 현청, 시청, 공원 등 중요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도로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인지 근처에 괜찮은 카페들도 많고요. 어제 중고 LP샵을 추천해 줬던 Luck Apartment도 이쪽 구역이 있는 카페였죠.



카페인과 당 보충을 위해 찾은 카페, Diniz Coffee



오늘 카페인과 당 보충을 위해 검색한 카페는 Diniz Coffee & Sweets라는 곳입니다. 미술관 바로 옆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요. 가게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하마터면 앉지 못할 뻔했습니다. 딱 한 자리 남은 곳에 운 좋게 앉을 수 있었어요.


1층은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 한 원두라던가 각종 커피 용품을 살 수 있는 샵이었고, 2층에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2인석이 6-7개 정도 놓여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의 사진을 보면 혼자 앉아서 커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 좌석이 몇 개 보이는데 그건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커피도 아주 깔끔했고 초콜릿도 좋았다. 당! 충전!



커피는 에티오피아 원두에 예쁜 이름을 붙인 Beautiful Day를 주문했고요, 달다구리는 이 집에서 젤 유명한 것처럼 보이던 푸딩을 주문하고 싶었으나 솔드아웃이라 어쩔 수 없이 허니 초코 케이크를 주문했... 었나 봅니다.


테이블이 엄청 다닥다닥 붙어 있는 편인데요. 손님들이 전부 엄청 젊은(어린?) 여성분들이라 뭔가 '아저씨가 와서는 안 되는 곳에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신호를 보내는 무릎을 위로해 줄 필요도 있었고, 당을 충전해서 기분을 좋게 만들 필요도 있었어요. 꾹 참고, 커피와 초콜릿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치웠습니다.



남일본은행 앞의 셔틀버스 정류장




:: 해지는 가고시마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저녁을




당을 충전하기는 했는데, 이대로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기엔... 체력이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아, 세월이여... 그래서 일단 호텔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묵고 있는 호텔에도 레스토랑이 엄청 많이 있어요. 지금 세어보니 13개의 레스토랑이 있네요.


아까 호텔에서 나올 때 보니까 이벤트 같은 걸 하는 레스토랑도 있었단 말이죠. 그런 걸 이용하면 마지막 하루 정도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몸이 좀 덜 피곤하겠죠. 맘에 드는 레스토랑이 없다면 일단 온천부터 한 판 하고 나오면 체력을 회복할 수도 있고요.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있던 '테라스 플랜' 안내. 아침에 찍어 두었었다.





일단 로비에 가서 가성비가 제일 좋아 보이는 이벤트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Cellar N에서 하는 '테라스 플랜'이라는 건데 두 시간 동안 몇 가지 요리와 와인, 수제 맥주, 쇼츄, 위스키 등을 무제한 마실 수 있고 요금은 6,500엔. 그리고 이름이 '테라스 플랜'이니까 당연히 테라스에 앉을 수 있겠죠? 해지는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를 바라보면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거잖아요. 이 정도면 굳!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는 건데, 로비에서 해당 레스토랑에 문의해 보더니 지금 바로 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싸! 럭키!




시로야마 호텔 Cellar N의 입구



방에 올라가서 짐을 넣어두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오던 식당 바로 앞이더군요. 왔다 갔다 하면서 메뉴판을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것을 괜찮은 가격으로 팔고 있는 바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음식도 준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텔이잖아요. 다른 레스토랑에서 가져오면 되는 거죠 뭐. ㅋㅋ



해가 지기 직전, 테라스에서 보이는 사쿠라지마




들어갔더니 마음에 드는 곳에 앉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테라스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난로를 피워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리가 너무 넓어서 혼자 않아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해서 널찍한 자리에 혼자 철퍼덕 앉아서 메뉴판을 받아 들었습니다.




(왼쪽) 혼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던 좌석     (오른쪽) 무료로 계속 마실 수 있는 주류 메뉴



시로야마 호텔에서 직접 브루잉하는 맥주 네 종류, 위스키와 쇼츄, 스파클링/레드/화이트 와인, 몇 가지 종류의 칵테일 등이 120분 동안 무료입니다.


다시 얘기하겠지만 위스키는 산토리 가쿠빈이었고, 쇼츄는 아라와자 사쿠라지마(あらわざ桜島)였습니다.




첫 잔은 화이트 와인으로



음식은 알아서 가져다준다고 하니, 주류만 주문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일단 첫 번째 잔은 화이트 와인으로 부탁했습니다. 레이블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떤 와인인지 물어보니 남아공의 샤르도네라고 하더군요. 남아공 특유의 거친 느낌을 상상하고 마셨는데, 응? 남아공에서 이 정도의 와인을 만들 수 있었어? 저의 선입견을 깨 주는 괜찮은 샤르도네였어요. 앞으로의 와인들도 기대가 됩니다.




가볍게 입맛을 돋우는 첫 번째 접시



사진을 찍지 못한 두 번째 잔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첫 번째 음식으로 어뮤즈 뷰쉬가 나옵니다. 사실 어디에도 오늘의 '음식'에 대해서 알려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몇 가지 음식이 나오는지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모른 채로 마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거 한 접시 나오고 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첫 번째 접시에는 도미 젤리, 스페인식 오믈렛과 생햄, 삶은 문어와 감자 샐러드가 담겨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음식이었습니다. 사실 가격이 너무 저렴하잖아요. 술이 무제한이고 음식까지 나오는데 6,500엔이라니. 게다가 호텔의 서비스와 이 경치인데 말이죠. 그래서 음식을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솔직히 대단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신경'을 많이 쓴 음식이라는 티가 좀 납니다.


다른 요리를 하고 남은 도미의 자투리 부분을 사용했을 도미 젤리. 보존성이 높은 햄, 언제나 필요한 달걀 등 재료를 선정하거나 요리 방식을 고르는 게 가성비를 살리는 방향으로 구성한 느낌이랄까요?




슬슬 해가 넘어가고 있는 풍경



세 번째 술과 두 번째 음식



세 번째로 마자쿠 IPA(まぁざくIPA)를 마시고 있다 보니 두 번째 음식으로 감바스 알 아히요가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요리이긴 한데 일본에서 먹어본 적은 없는 음식이네요.


뻔하지만 짭짤하게 맛있고, 적은 재료지만 빵을 찍어 먹으면 계속 안주가 되기도 하는 요리입니다. 확실히 구성이 재밌어요. 그리고 사진에는 잘 안 보일 것 같은데, 큰 새우 말고 아주 작은 새우들이 들어가서 구수한 갑각류의 감칠맛을 더욱 살리고 있더라고요. 나중에 집에서 감바스 알 아히요를 할 때 통통한 새우젓을 넣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 와인과 마지막 요리



네 번째 술은 레드 와인을 주문했습니다. 역시나 남아공의 까쇼더군요. 이것 역시 품질이 괜찮았습니다만 까쇼 특유의 강인함보다는 남아공의 특징적인 거친 느낌이 좀 남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요리인 먹물 빠에야



그리고 함께 나온 마지막 요리는 오징어 먹물 빠에야. 어뮤즈 부쉬를 포함해 세 가지의 요리로 마지막에 포만감을 줘야 한다면 역시 '밥'만 한 게 없겠죠. 저렴한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 자투리 재료나 저렴한 재료들로 신경 써서 구성을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맛있기도 했고요.



산토리 가쿠빈 한 잔과 아라와자 사쿠라지마 한 잔



남은 요리를 먹으면서 술은 두 잔을 더 주문했습니다. 위스키 한 잔은 산토리 가쿠빈이 나왔고, 쇼츄 한 잔은 아라와자 사쿠라지마가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산토리 가쿠빈은 아주 별로인 위스키라고 생각하던 술입니다. 그저 하이볼이나 만들어 먹는 저렴한 술. 한데 쓸데없이 유명세를 타면서 가격에 엄청난 거품이 만들어진 술이라고요. 그 생각에는 아직도 큰 변함이 없긴 한데요.


이날 마신 가쿠빈은 좀 달랐습니다. 엄청 오일리한 질감에 버터향이 끝없이 올라옵니다. 가쿠빈에 뭔가 특별 한정판 같은 게 있나요? 아니면 올드 보틀인가? 무슨 요술을 부린 건지 바텐더에게 묻고 싶었어요. 이런 가쿠빈이라면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지 않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잔이었던 아라와자 사쿠라지마(あらわざ桜島). 홈페이지에 가서 설명을 찾아보면 이곳에 다 옮겨 적기에 너무 많을 정도로 수상 경력이 화려합니다. 입을 댔을 때 바로 느껴지는 청량감, 뒤에 따라오는 기분 좋을 정도로만 은은한 단맛, 마지막에 따라오는 화려한 꽃향. 이름 때문인지 마치 벚꽃 같더군요. 거부감이 들 정로로 알콜이 치고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결국 귀국할 때 한 병 사가지고 오기도 했어요.

                    

여기까지 마시고서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온천을 하러 갔죠. 오늘은 아침에 온천을 못했으니 야경을 보면서 온천을 하고 싶었습니다. 역시!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아침에 보던 풍경과는 또 다르게 장관이었습니다. 가고시마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온천이라니~!




:: 마지막 밤이 아쉬워, 다시, 쇼츄바



아니, 무슨 온천이라는 게 생명의 물 같은 건가요? 치유의 샘 같은 건가요? 온천을 마치고 나오니 컨디션이 싹 회복됐습니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각. 이대로 마지막 밤을 보낼 수는 없었죠. 정말 1분의 고민도 없이, 10초의 고민도 없이 다시 택시를 타고 텐몬칸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지막 쇼츄바 로쿠의 입구



검색해서 찾아낸 새로운 쇼츄바. 오늘은 로쿠(鹿, ROKU)입니다. 한자로는 사슴인데 발음은 위스키나 쇼츄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로쿠와 같네요. 그리고 가고시마(鹿児島)의 지명에서 앞글자이기도 하고요. 재밌는 이름이에요.




특이하게 됫병을 쓰지 않아 오히려 모던하게 보이는 쇼츄바, 로쿠(鹿, ROKU)



들어서자마자 좀 놀랐습니다. 물론 이시즈에(礎)도 좀 세련된 스타일의 클래식한 바와 닮아 있긴 합니다만 이곳도 아주 세련되고 모던한 클래식 바의 느낌입니다. 비슷하지만 좀 다른 느낌. 바에 앉아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 이유를 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이곳 로쿠의 백바에는 쇼츄가 모두 720ml 병으로만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시즈에를 비롯해서 제가 가본 대부분의 쇼츄바는 됫병 그러니까 1.8L짜리 큰 병을 쓰거든요. 작은 병을 쓰니까 위스키랑 그 사이즈가 같고, 그래서 세련된 위스키바와 비슷한 백바라고 느껴져서 다른 쇼츄바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아닐까요?



일단 소다와리로 스타트



첫 번째 주문은 '소다와리로 마실 것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위스키바에 가면 첫 잔으로 하이볼을 마시고, 쇼츄바에 가면 첫 잔을 소다와리로 마시는 것이 저의 버릇이자 패턴이자 루틴입니다.


당연하게도 야스다, 플라밍고, 야사이지칸 등 마셔본 쇼츄부터 추천을 하시길래 모두 마셔봤다고 하니까 이사코마치(伊佐小町)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역시나 마시기 편하고 향긋한 스타일. 최근 유행하는 쇼츄 스타일이긴 한데 엄청나게 매력적인 향은 아니고 무난한 스타일입니다.




조금 비싼 것으로 한 잔



그러고 보니 마지막 날인데 아주 특별한 쇼츄를 마셔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싸도 괜찮으니까 재밌거나 특별한 쇼츄를 추천해 달라'라고 부탁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추천해 주신 Mellowed Kozuru Excelence. 딱히 비싼 쇼츄는 아니긴 합니다만, 아주 재밌는 쇼츄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일단 재료는 쌀입니다. 쇼츄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는 아니죠. 오키나와의 아와모리(泡盛)는 길쭉한 인디카종을 쓰니까 일단 제외하고 떠오르는 유명한 쌀 쇼츄는 구마모토의 하쿠다케(白岳) 정도입니다. 일본에서 쌀이라면 쇼츄보다는 니혼슈를 만들어야 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쌀 증류주는 오히려 안동소주겠네요. 중국에서도 쌀로 증류주를 좀 만듭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쌀 증류주에는 '역한 뉘앙스'의 어떤 냄새가 느껴집니다. 한데 이상하게도 살로 만든 일본 쇼츄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하쿠다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니혼슈를 만드는 방식으로 쌀을 깎아서 쓰는지 뭐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요.


다시 이 쇼츄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서, 이 녀석도 그런 잡내가 아예 없습니다. 마시자마자 쌀인 줄 몰랐어요. 오히려 위스키의 뉘앙스에 훨씬 가깝습니다. 아니 가깝다기보다는 위스키라고 말하면 믿을 정도예요. 약 6년간 오크통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쇼츄는 보통 숙성을 잘하지 않아요. 어쨌든 오크통에서 숙성을 했는데도 오크향이나 바닐라향이 과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거기에 이 쇼츄는 41도니까 꽤나 고도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쇼츄는 25도 정도로 맞추거든요. 그래서 가수(加水) 하지 않은 것이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랍니다. 물을 조금 넣기는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도수가 높으니까 이게 또 쇼츄보다는 위스키의 느낌이 나더란 말이죠.


어쨌든 이거 마시면서 꽤 재밌었어요.




다시 소다와리로 입을 씻는 한 잔



독한 술을 한 잔 마셨으니 다시 입을 씻기 위해 소다와리를 한 잔 부탁했습니다. 이번에로 리치향이 피어오르는 마시기 편한 쇼츄. 오토메사쿠라(乙女桜).



안주 거리를 주문하는데, 뭔가 기시감이 들었다.



조금 출출하기도 하고, 안주가 필요할 것 같아서 메뉴판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어디선가 본 메뉴판입니다? 이거 이시즈에에서도 본 거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바에서 직접 안주를 만들지 않는구나. 아마 근처의 가게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요런 간단 안주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나 보다.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바텐더 중 외국인 여성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여행하러 와서 알바 중인가? 하면서 얘기를 하는데, 어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알바가 아닙니다. 여기, 그러니까 쇼츄바 로쿠의 마스터입니다. 이름은 Maya Aley. 미국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쇼츄의 본고장 가고시마에 있는 쇼츄바에서 미국인 여성 마스터가 운영하는 쇼츄바라고? 이 무슨 조합이죠?


그리고 또 얻은 정보 하나는, 첫날 방문했던 쇼츄바 이시즈에(礎)와 이곳 로쿠(鹿)는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다는 사실. 아하! 그래서 안주 메뉴판이 같은 것이었군요!




마지막으로 야쿠시마의 쇼츄




마지막으로 추천받은 쇼츄는 쿠로코지 야쿠노지마(黒こうじ屋久の島)입니다. 검은 누룩을 사용했고 야쿠시마의 물을 사용해서 빚은 쇼츄라고 합니다. 야쿠시마에 갔을 때에는 미타케(三岳)만 마셨었어요. 그게 젤 유명하더라고요. 이제 와서(?) 새로운 야쿠시마 쇼츄도 한 잔 경험하네요.




텐몬칸의 늦은 밤. 이제 안녕.



계속 더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그래야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ㅎㅎ 이대로 호텔로 돌아갔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마지막 밤의 라멘을 먹어야죠.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 체인점인 단보(暖暮)에서 라멘을 한 그릇 먹고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좀 정리하고 잠을 청합니다.


이제, 내일, 돌아갑니다.



역시나 하카타 돈코츠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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