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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n 29. 2024

내일은 비 온다니 오늘은 산책

짧은 도쿄 긴 교토 (10) - 06.29 / 난젠지 산책 (사진주의)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쨍~합니다. 날씨 어플을 보니 내일, 모레는 비가 좀 많이 올 것 같네요. 지금 교토는, 아니 일본은 장마철이니까 이게 당연한 거죠. 여행을 시작할 때에도 그걸 각오하고 온 거고요. 그래서 철저하게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출발한 여행이란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별 거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결심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날씨가 좋은 하루가 생기니까 그냥 버리긴 아깝더라고요. 분명히 덥긴 하겠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가봅니다.






카모강을 건너 본토초를 걷습니다. 본토초의 메인 타임은 늦은 밤이죠. 아마 이번 여행에 본토초의 밤거리를 걸을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너무 비싸요. 본토초 ㅠㅜ), 일단 지금은 그냥 골목 구경만 하려고 왔어요. 그리고 예전에 단골이었던 ‘쿠로’라는 바가 닫았다는 소식은 라인을 통해 마스터한테 들었는데, 그 자리에는 뭐가 생겼는지 보고 싶었어요. 그냥 닫혀 있더군요. 다른 가게가 생기진 않은 것 같아요.


그나저나 본토초도 뭔가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교토의 구석구석이 깔끔하게 정비된 느낌이 있어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본토초의 끄트머리, 산조도리 근처에 하카타 나가하마라는 라멘 가게가 있더라고요. 점심은 650엔. 면을 카타로 해달라는 걸 깜빡했어요. 아니 그전에 주문할 때 물어보질 않더군요. 맛은 아주 깔끔한 돈코츠입니다. 매력적이냐... 라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어요. 상호에 하카타와 나가하마를 같이 쓴 이유도 궁금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도쿄에도 하카타 텐진이라는 라멘 가게가 있었는데.






도자이선을 타고 게아게역에 내렸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이폰 지갑으로 교통카드 되는 거 개편해요.


출구를 잘못 나갔더니 ‘네지리맘포’를 길 건너편에서 찍을 수 있었어요. 터널 바로 앞에서 찍으면 이런 뷰가 안 나오더라고요. 완전 럭키비키잖아~






터널을 지나 텐쥬안을 거쳐 난젠지 쪽으로 걸어갑니다.





난젠지의 산몬에 도착했어요. 별 기대 없었는데 규모가 굉장합니다. 좀 놀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교토의 3 대문 중 하나라고 하네요.





난젠지의 법당. 이쪽이 원래 목적지는 아니었으니 빠르게 스캔하고 패스. 법당 안에는 작은 불상을 모시고 있어요.





자, 오늘의 목적지가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여기에서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목적지. 난젠지의 수로.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고, 여기저기에서 사진으로 많이 보던 곳입니다. 교토에 여러 번 왔었지만 난젠지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비와호의 물을 교토로 끌어들이는 상수도 역할을 하는 데, 메이지 시대(1868~1912)에 지어졌다고 하네요. 당연히(?) 난젠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창건한 사찰이고, 기존의 사찰 위를 지나가는 수로를 만든 것입니다.






근데 적어도 나는 난젠지보다 이 수로에 더 관심이 많은 걸... 아마 이게 없었더라면 이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좀 걸어서 그런가? 금세 피곤해져서 여기 그늘에 앉아 좀 졸았습니다. 세상 좋던데요. 물소리, 풀소리, 나무소리, 벌레소리, 새소리. 오랜만에 온갖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 뭐,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요. 뭔가 자연 속의 산책이 좋아져서 아라시야마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대략 한 시간이면 가겠더라고요. 하지만 거긴 다음번 맑은 날에 가기로.






수로의 뒤편으로 가보니 수로를 위에서 볼 수도 있더군요. 정말로 물이 흘러갑니다. 좀 탁하고 민물 비린내도 좀 납니다. 정말 이게 헤이안 신궁 앞까지 흘러서 카모가와로 합쳐지는 건가.






바로 근처에 사이쇼인 이라는 작은 절이 있어서 슬쩍 구경하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수로에서 다시 한 장.





왠지 난젠지의 메인 건물 같아 보아는 곳은 들어갈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여기까지만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러다가 아까 그 터널, 그러니까 네지리맘포 앞에서 ‘게아게 인클라인’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는데요. 인클라인이 뭔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폐철로더군요. 아마도 기차가 지나다닌 것 같진 않고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한 장치들이 움직이기 위한 레일을 깔았던 흔적이고 지금은 산책로를 만들어 둔 것 같았습니다. 터널 옆으로 올라가면 보입니다.


지도를 보니 이 길을 따라가면 교토 동물원으로 연결되더군요. 오? 좋은데? 오늘의 산책은 이쪽으로 가자!






한 15분 정도 걸었을까? 교토 동물원이 보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비와호 무슨 뮤지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교세라 미술관 앞을 지나고 헤이안 신궁 오도리를 지나서 계속 직진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물이 난젠지 수로를 통해 끌어들인 물이겠죠.






게속계속 걷습니다. 니오몬도리 즈음 오니까, 여긴 관광객이 안 보이는 진짜 교토 사람들의 거주지 같았어요.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기야초도리가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길에 조용한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서 좀 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카페가 잘 안 보입니다. 스타벅스를 발견하긴 했지만 왠지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저 타임즈 건물 앞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차라리 방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비가 오겠죠. 그러면 방에서 나오기 싫어질 겁니다.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 방으로 바로 돌아오기보다는 슈퍼마켓에 들렀습니다. 즉석밥, 즉석국, 즉석카레류는 사둔 게 있으니 반찬과 과일을 좀 샀습니다. 이제 내일 하루 집콕할 준비가 끝났네요. 완전히 땀으로 쩔어버린 몸. 샤워 한판 하고 나서 수박 조금과 시워~언한 맥주로 더위를 좀 날려봅니다.


아~ 이제 살 것 같네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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