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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l 04. 2024

만사 귀찮은 날은 그냥 뒹굴

짧은 도쿄 긴 교토 (14) - 07.02





어제 비 맞으며 오사카를 다녀왔더니 좀 피곤했나 봅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하고,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길래 오늘은 방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어제 올렸던 포스팅의 메인 사진을 따라 그려봤습니다. 미나미카타역의 철길 건널목. 우리나라에서는 철길 건널목 볼 일이 별로 없잖아요. 일본에는 유난히 많은 것 같아요. 평소 자주 보지 못하던 것이라 그런지 자꾸 사진을 찍게 됩니다.







방에서 뒹굴긴 했지만 저녁은 나가서 먹고 싶었어요. 헌데 뭔가 신경 써서 맛집을 찾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목부터가 ‘만사 귀찮은’ 날이잖아요. 그냥 번화가로 나가면 체인점이든 뭐든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기야 마치 쪽으로 나갔습니다. 비는 아직도 부슬부슬 오다가 말다가 하는 중.


대충 걸어 다니다가 발견한 집. 토리세이입니다. 마침 카운터에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어요. 주문을 패드로 하는 가게라서 주문도 쉬웠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적어서 좋았습니다. 메뉴판에 흘려 쓴 일본어가 가득하면 어떻게든 주문이야 하지만 사실 불편하거든요. 영어, 일본어 메뉴가 모두 있는 데다가 사진까지 보여주니 얼마나 좋나요. 가벼운 기분이었어요. 이때까지는...







첫 잔은 쇼츄 소다와리였던 것 같은데 사진을 깜빡했고요, 주문한 야키도리 꼬치들이 나왔습니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말이, 가슴살 와사비(사사미와사), 표고버섯(시이타케), 네기마, 껍질(카와). 요런 걸 주문했네요. 음... 솔직히 여기서 우즈라야 정도의 야키도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 이건 좀 심합니다. 요즘 한국에도 이것보다 잘하는 집이 쌔고 쌨어요. 뭔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베이컨 관자 말이와 껍질 튀김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오, 껍질 튀김은 맛있네요. 술안주로 딱입니다. 근데 사실 이건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메뉴잖아요. 마지막 식사로 주문한 닭국물 라멘은, 하... 분명히 찐한 닭국물이긴 한데, 닭 특유의 비린내가 다 가시지 않은 ‘그대로’의 국물이네요.


사실 오늘은 스트레스 없이 식사하고 싶었는데, 막상 대충 찾은 가게에서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적지 않은 돈을 쓰고 나니 ‘선택 과정’에서 겪지 않은 스트레스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식으로 식사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차라리 이런 식사보다는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레토르트들을 사다가 밥상을 차리는 게 백배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가게를 나서니 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립니다. 그래도 해가 지고 나니까 온도가 좀 낮아져서 시원합니다만, 습도가 높아서 잠깐만 걸으면 땀이 차오릅니다. 생각해 보니 비 오는 풍경을 많이 못 찍었네요. 우산 쓰고 걸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못마땅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카모 가와를 건넙니다. 하루에 카모 가와 사진 한 장. 이번 여행에서 카모 가와 사진은 몇 장이나 찍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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