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13 - 스시 카오루
일본에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여행 중에 '스시'를 잘 먹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됩니다. 짐작해 보자면, 좋은 스시야들은 예약을 해야 되는 곳들이 많은데 저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가게를 정하는 편이라서 지나가다 보이는 이자카야에서 저녁과 술을 함께 해결하게 됩니다. 그러니 스시야는 잘 안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스시야 보다는 향토요리를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죠. 교토라면 가이세키를 먹고 싶고, 가고시마라면 쿠로부타 샤부샤부를 먹고 싶은, 뭐 그런 성향이거든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좀 달랐어요. 가고시마의 풍부한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동안 쿠로부타에 밀려 외면하고 있었던 가고시마의 제철 생선들을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출발 전에 식당들을 좀 찾아두었고, 가고시마에 도착한 다음 호텔 컨시어지를 이용해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곳도 그렇게 예약한 곳 중 하나입니다. 가게의 인스타그램에 공석 현황을 자주 업데이트 해주기 때문에 예약이 가능할지 확인하기는 쉬운데, 전화로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이 예약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텐몬칸 끄트머리,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すし馨 스시 카오루입니다.
타베로그 평점으로 가고시마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인기 있는 가게입니다. 2025년 11월 현재 3위네요. 그리고 1, 2위는 아주 비싼 가게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캐주얼한 곳 중에서는 가장 평점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예약할 때 코스를 미리 정해두었기 때문에 도착하면 음료를 주문하고 바로 코스가 시작됩니다. 사시미와 요리가 포함되는 좀 긴 코스도 있는데요. 저는 입이 짧아서 그냥 스시 코스로 예약했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바로 애피타이저가 나오는군요. 데친 이까게소(오징어 다리). 간파치(잿방어)와 아키타로(돛새치) 위에 야마이모(산마) 갈아서 올린 야마카케. 그리고 고보우아에(우엉 무침)입니다. 하나같이 맛있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여기, 보통 가게가 아닌데? 하는 느낌.
다음으로 홋카이도 즈와이 카니(대게)의 게살과 내장을 올린 샐러드입니다. 비주얼을 보고 큰 기대가 없었는데, 게살과 내장을 먹어보니, 이거 엄청 맛있네요. 역시 홋카이도의 대게인가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일까요.
이제 스시가 시작됩니다. 캐주얼한 곳이라 그런지 먹는 속도에 맞춰 스시를 내준다거나 하는 세심함은 없습니다. 꽤 빠르게 앞의 접시를 채워주시더니, 어느 정도 먹으면 그다음 스시들을 빈자리에 계속 올려주시네요. 그래서 사진 찍기가 아주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쥐어주시는 속도가 빨라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빼먹은 사진도 있어요. 사진보다는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려니 사진이 좀 아쉽긴 하네요.)
모두 가고시마의 생선이라고 하셨습니다만, 아마도 혼마구로만큼은 가고시마의 것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게도 홋카이도 산이었던 것처럼요.
평소에 먹기 힘든 이사키(벤자리?), 아라(다금바리) 같은 생선이나 가고시마가 아니면 못 먹는 타카에비, 아키타로 같은 걸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지 못한 테마끼(손말이 초밥)를 끝으로 스시는 끝났습니다. 사진과 메모를 참고해서 세어보니 총 20점이었네요. 짧은 코스로 예약하길 잘했습니다. 이 정도로 충분히 배가 불러요. 스시와 요리까지 나왔다면 아마 다 먹지 못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미소시루입니다. 도미를 오랜 시간 끓였는지 깊이감이 두툼한 미소시루라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시를 많이 먹어보진 못해서 네타와 샤리의 조화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분명히 맛있는 가게이고, 분위기도 좋고, 친절하고, 가성비도 좋습니다. 타베로그의 평점이 높은 이유가 있네요. 예약이 꽉 찰만한 가게였어요. 다음에 가고시마에 가면 또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