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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Nov 10. 2018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기

단단한 줄 알았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기가 있다. 감성적이라서 말랑말랑한 게 아니라 마음에 단단한 성벽을 쌓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채 굳지 않은 진흙이었던 것이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헐렁한 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때의 나는 자존감이 저 아래로 내려가 위기감에 허덕이며 스트레스를 차곡히 쌓아간다.

나는 쉽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도 꼭 이런 시기에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나에게 일어난다. 연속으로 터지는 사건들에 대비하지 못한 채 당할 수밖에 없다면 그 모든 일들에 겹점은 '나'라는 이유로 모든 원인과 탓을 '나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점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한없이 끝으로 떨어진다. 이때의 해결법은 "이 또한 지나가리"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것. 분명히 이 순간이 지날 것을 알지만 아직 지나지 않은 이 시간을 버티는 것이 고역이다. 이때의 나는 예민하고 웅크려 가시를 세운다. 이미 연타로 데미지를 받아 예민해진 내가 이로 인한 실수를 한다면 또 다른 상처가 얹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또 하나는 '가만히 있을 것'. 가만히 있음으로써 나약한 나의 속내를 드러내지 말 것. 공격성을 띠어 타인에게 그 분노를 향하게 하지 말 것. 

이 시기의 나는 그저 가만히 물 위에 떠있듯 멈춰서 지금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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