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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Sep 25. 2022

유럽에서 첫 식사로 스시를 먹고 싶진 않았다.

내가 탈 비행기가 아직 오고 있다니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4시간 동안 경유를 했다. 오후 4시에 도착해 아직 낮이었고, 공항에도 활기가 띠었다. 오랜만에 본 해외 공항 풍경에 조금은 여행이 실감이 났다.

공항의 투명한 창을 통해 해가 지고 있음을 알았고, 곧 비행기 탈 시간이 다가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밤 9시쯤 비행기를 타고 이륙 전에 잠이 들었다. 한참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났는데 비행기가 땅에 있었다. ‘벌써 도착했나?’ 생각을 하다가 곧 아직 출발을 안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을 보니 한시간 가량 지나있었다.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비행기에 결함이 있어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고 한다. 문제는 타야할 비행기가 아직 스웨덴에서 오는 중이라는거다. 결국 비행기 탄지 한시간 만에 탑승했던 입구 그대로 다시 나왔다. 이전에 두번이나 유럽을 다녀왔지만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마침 이메일로 식음료 바우처가 제공된다는 알림이 왔다. 그저 메일로 알림이 왔을 뿐 직원들의 안내는 없었다. 여기서 의문의 들었는데, 데이터가 없거나 wifi를 잡지 않은 사람은 바우처가 있는지도 모르고 이용을 못하겠구나 싶었다. 아무튼 옆 좌석에 우연히 같은 한국인이 앉았어서 그 분과 같이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왠걸, 이 때 시각이 밤 10시 반쯤인데 문을 연 가게가 스시집 뿐이었다. 결국 한국을 떠나와 유럽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스시가 되고 말았다.

여행의 시작이 왜이럴까 싶었다. 그런데 또 묘하게 신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미래의 내가 이 얘기를 얼마나 신나게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됐다. 평범한 여행의 시작보다는 이런 황당한 시작이 오래 기억될 거다. ‘그저 한국을 출발했고 경유를 통해 리스본에 무사 도착했어’보다는 ‘경유지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다시 내렸고, 바우처를 사용할 음식점은 스시집 외엔 모두 영업을 마감했어. 그래서 첫 식사로 스시를 먹었지 뭐야?’라는 에피소드가 더 웃기다. 이번 여행의 시작이 웃겨서 참 마음에 든다.

항공기 지연 보상
만일 항공 출발 시간이 지연 될 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공사에서 적극적으로 보상을 권하진 않으니
각자 예매하신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상을 신청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2시간 40분 지연되서 별도 사이트 신청 없이 메일로 바우처를 지급 받고 끝났지만,
3시간 이상 지연 되신 분들은 별도로 항공사 사이트에서 보상 신청을 진행해야 합니다.
여행을 떠났는데 지연된다면, 그 시간 만큼 여행의 순간을 놓치게 되는게 저는 참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정리>
2시간 지연 시, 식사 혹은 간식 바우처 제공
3시간 이상 지연 시, 수표 또는 은행 이체를 통한 보상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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