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주관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77억 인구의 취향은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다르다. 하지만 분명 평균적인 취향이라는것이 존재할것이고 평균으로 갈수록 그들의 취향은 놀랍도록 많이 겹치게 된다. 보통 내눈에 이뻐보이면 남눈에도 이뻐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정규분포 그래프와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이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누가봐도 잘생기고 이쁜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인생의 복을 타고난 그 사람은 정규분포의 정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반대로 정규분포의 끝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라.
소수이지만 분명 그 사람의 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순수미술은 자기 작품을 사줄만큼 좋아해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자기의 취향을 원하는만큼 추구하며 이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으로 받아들어져 장려된다.
순수 미술 자체가 항상 새로운 시각, 틀을 깨는 시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본인 개성을 추구할수록 인정을 받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디자인은 이와 다르다.
산업디자인의 기본적인 목표는 단순하다.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것이 절대적 목적은 아니다.
많이 팔려야 하므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 제품은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국민차라 불리던, 소나타를 보라. 차 자체의 상품성과 상관없이
과감하고 새롭지만 대중의 호감을 받지 못하는 디자인 때문에 판매량에서 대굴욕을 겪고있다.
중국에서 인턴할때 많은 중국차를 보았는데 다들 새롭고 개성강했다. 하지만 사고싶은 마음이 드는 차는 없었다. 다른 정규분포 그래프 끝쪽의 브랜드를 예를 들면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 프랑스 시트로엥의 DS가 있겠다. 이렇든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은 소수의 매니아층은 좋아할지 모르나 판매량 감소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는 매우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할 때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옷 사듯이 기분내키는 대로 여러대 사기도 힘들고 환불도 어렵다. 교환주기도 길어서 한번 사면 적어도 5년간은 바꾸기 힘들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차를 파는 입장에서도 한번 출시하면 5년간은 디자인을 바꾸기 불가능하다. 중간에 페이스리프트라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보통 판매량이 신통치 않을 때 페이스리프트와 신차 출시가 빨라진다.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브랜드로는 대표적으로 볼보가 있다.
북유럽에서온 단정한 스타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한다.
반면 호불호가 강한 디자인 중에 성공한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으로 렉서스가 있다. 렉서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지만 나를 포함해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북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중 판매량 1위가 이를 반증한다.
현대 소나타, 볼보 S60, 렉서스 IS
그렇다면 볼보와 렉서스 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디자인의 방향성은 정반대이지만 디자인의 퀼리티 자체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들의 디자인 보는 수준도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보는 북유럽 디자인 감성과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절묘히 조합해 매우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렉서스를 보면 복잡한 디자인이지만 선과 면들이 모두 논리적인 위치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멋지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핀들 그릴이 처음 선보였을 때는 나또한 충격적이고 조금 어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렉서스는 이를 꾸준히 다듬고 발전시키며 사람들을 설득시켰고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명한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존재이유를 모르겠는 면과 그래픽으로 대중의 눈밖에 난 소나타와는 대조적이다.
무난하다는게 대중의 취향인 것도 아니며 과감한것이 대중의 취향과 거리가 먼것도 아닌것 같다.
특히 요즘은 점점 과격한 디자인이 많이 팔리며 평균적인 대중의 취향이 단순히 무난하다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정말 강한 디자인의 차가 많이 팔리는 걸 보면서 놀랐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를 반영해 예전보다 새로운 디자인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새로움에 눈이 가긴 하겠지만 단지 새로움, 그뿐이라면 금방 질릴것이다. 그럴바엔 나라면 눈에 익숙하더라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겠다. 높은 디자인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신선한 디자인, 그것이 모든 자동차 디자이너가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