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싫었던 이유
내가 당신들이 싫었던 이유는 말이야. 당신들이 사는 삶의 방식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어. 오히려 당신들이 사는 삶의 대안을 존중하고자 노력했지. 이 사회가 바라는대로 사는게 아니라 새로운 대안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꾸려나가는 그 모습을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당신들에게 화가 났던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했지. 난 왜 당신들에게 화가났을까. 그 때 당신들과 함께 있으면서는 내 내면 속 내 모습에 대한 화라고 생각했지. 혹은 어떤 우월감이 나를 자꾸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게 만들었다고 속으로 삭히고 삭혔단 말야.
그건 비겁함이었어. 눈에 바로 보이는 문제는 해결할 생각도, 목소리도 없는 당신들이, 마치 이 세상의 문제를 다 끌어안고 해결하고 있다는 듯 구는 그 비겁함 말이야. 정작 자기들은 무너지기 싫어서 끝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달리면서, 마치 무너진 것들을 보살핀다고 스스로를 확신하는 그 비겁함.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에 대한 진심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열심히 현실에 부딛히며 살 용기는 내지 못하겠고. 그렇게 그럴싸한 대안, 그럴싸한 이상 안에 파묻혀 안정적으로 살면서, 그 바깥의 삶에 대해서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그 나약함이 꼴보기 싫었던거야.
진심이 아니었지. 당신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그 이상은 그냥 겉치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어. 당신들이 꿈꾸는 이상에 사랑은 없었거든. 당신들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빈자리의 필요를 충족하는 공급의 연결망만 있었지. 진심이었다면 그렇게 짜증섞인 목소리를 낼 필요도,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필요도 없었을테니까.
차라리 다 무너져버리지 그랬어. 차라리 다 인정해버리지 그랬어. 나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나의 이상은 내 현실이 무너져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너질 용기도 없으면서 아등바등 어떻게든 자기가 바라는 자기의 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도 다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경멸하는 그 모습에 나는 버티다 버티다 질려버렸던거야.
들켜버리는게 무서웠겠지. 남들이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것도 견디지 못하는 당신들이 난 그래서 정말 싫고 화가났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