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큰 힘
“잠시만요.”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한 순간들이 있다.
서로 멈출 수 있고,
부딪치지 않아도 되고,
괜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말 대신 침묵이 먼저 나오고,
설명 대신 회피를 선택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지나친다.
말이 줄어들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공기도 함께 차가워진다.
도시가 차가운 게 아니라,
관계가 차가워지고 있다는 느낌.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혹시 불편해질까 봐,
괜히 튀어 보일까 봐,
나만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그래서 더 조용해진다.
그리고 더 멀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은 원래 말을 하고 싶은 존재다.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달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어주는 경험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완벽한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어도 괜찮다.
중간에 멈춰도 괜찮은 자리라면.
그래서 나는 요즘 생각한다.
서로 말을 꺼내도 되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잘 말하지 않아도,
말이 느려도 괜찮은 모임이.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 자리.
그저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
나는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다.
그곳에서는
“잠시만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갈 것이다.
그 작은 멈춤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조금씩 낮춰줄지도 모른다.
거창한 변화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조용하지만 차갑지 않은 사회.
말이 다시 돌아오는 사회를
작게나마 경험해보고 싶다.
어쩌면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잠시만요.”
그 말 한마디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