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rekim Jul 22. 2019

사실과 삶에 대하여

최근 글 청탁을 하나 받았다. 진로선택에 대한 글이었다. 몇 차례 비슷한 류의 요청을 받아왔지만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삶에 대해 조언하는 것을 즐겨하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우습고 유치한 일이라 생각한다. 재미로는 얼마든지 떠들수 있지만 그 일이 재미를 넘어서려할 때면 늘 아차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번 제안에 응한 것은 적어도 하나 쯤은 깨달은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국에 가서는 작은 '생각'에 그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당장 힘줘말할 용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실을 다루는 연습을 하라는 다소 뻔한 글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사실들'이 널려있는데 그 중에서는 주춧돌이 될만한 사실들도 있지만 까치발로 서기에도 부실한 사실들 또한 존재한다. 옳은 결정의 핵심은 필요한 사실들을 제때 사용하는 것인데 결정에  필요한 사실들을 부지런히 모아두지 않거나, 필요한 사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오염된 사실이라면 옳은 결정은 점차 요원한 것이 된다.


진로를 선택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은 것 같지만 나는 그 외에 다른 적절한 방법은 전혀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명백한 사실들을 수집하고 그 사실이 내어놓는 결론 안에서 자명한 위험은 피해내고 바르게 난 길만을 따라가는 것이다. 설사 그 길이 종국에는 바르게 난 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고 하더라도 삶에 다른 대안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든 사람에게서든 조언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사실을 얻기 위해 힘써야한다.  

물론 조언을 할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조언을 경청할줄 아는 미덕도 사실을 직접 다루는 일만큼 삶에 절실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조언도 내가 사실을 직접 다룰수 있을 때야 진짜 조언이 되는 것이다. 


희망이나 절망 따위의 정서적 요소가 일절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사실들

관점이나 의견이 아닌 그 자체로서의 사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사실'을 다루는 일에 시간을 들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종종 누군가에게 그 힘이 수저나 빽이 된다는 것도.

작가의 이전글 시장을 이해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