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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Apr 18. 2021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지구의 3번째 생물그룹 곰팡이

이제까지 대부분 미생물 책은 세균을 다루고 있다.

지구상에  미생물은 곰팡이가 15만여종으로 세균 1.5만여종보다 10배는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생물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곰팡이를 제대로 다룬 한글책이 없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이 책은 곰팡이에 대한 최근 학문 동향을 다룬 진정한 미생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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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박쥐에서 처음 발병한 것이 2019년 말이다. 그런데 불과 수개월 만에 유럽, 북미뿐만이 아니라 남미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사망자는 2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항공기 여행으로 1일 생

활권이 된 지구는 강력한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었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이동으로 개체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은 서로 어떻게 교신할까? 이때까지 우리는 숲에 있는 나무들을 독립된 개체로만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수정란풀이라는 하얀 꽃을 피우는 예쁘고 자그마한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잎도 없고 엽록소도 없어서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물이 먹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 식물은 어떻게 살아 갈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수정란풀이 옆 식물이 만들어놓은 당분을 이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수정란풀과 옆 식물 뿌리 간의 연결자가 바로 곰팡이임을 알아 내었다. 게다가 이러한 네트워크는 수정란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숲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나무들 간에 흔히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발표한 《네이처》는 표지를 나무 간의 통신망을 의미하는 신조어,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으로 장식했다.  나무 뿌리들은 곰팡이 통신망을 이용하여 서로 영양분을 공유한다. 주요 영양원인 당류를 교환할 뿐만 아니라 호르몬과 같은 신호물질, 심지어는 세균도 이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한다. 한 나무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이를 이웃나무에 알려주어 대비할 수 있게도 한다. 

    

숲속에 자라는 다양한 나무들도 지위가 있고 친소관계가 있다. 어떤 나무는 더 많은 나무와 균근(곰팡이뿌리)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못한 나무에 비해 숲에서 영향력이 더 크다. 또한 유전적으로 가까운 나무와는 더 많은 곰팡이를 통하여 서로 연결하여 더 많은 협력을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90퍼센트 이상의 식물은 곰팡이뿌리라는 정류장을 가지고 있으며 곰팡이 실이라는 고속도로를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나무가 주고 곰팡이는 연결통로 정도로만 과소평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식물을 연결하는 주체는 오히려 곰팡이다. 곰팡이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수정란풀에게 이웃 식물의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하고, 어려서 세력이 약한 난초에게 영양분을 꾸어주었다가 어른이 되면 이자를 붙여서  돌려받기도 한다. 난초과의 식물인 천마도 곰팡이에게서 영양분을 꾸어야만 자랄 수 있다.  


결국 곰팡이는 식물과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브로커이자 은행원이다. 소나무 간의 영양분을 중개하는 곰팡이는 그 이익금으로 송이라는 걸출한 버섯을 만들었다.    


곰팡이를 다루는 학문인 균학을 수강하면 첫 장에서 휘태커의 5계설을 배운다. 지구상의 생물은 크게 다섯 계(界, kingdom)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 곰팡이는 균계(菌界) 라는 하나의 독립된 계를 차지한다. 곰팡이는 분해자의 역할을 하며 지구상에서 동물과 식물에 버금가는 큰 생물그룹이라고 배우지만 그 당시에는 실상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분해자로서의 곰팡이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지휘자이자, 물질의 생산자로서 곰팡이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면 왜 곰팡이가 동물, 식물에 이은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큰 생물 그룹인지를 명확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상> 공식 브로그
https://blog.naver.com/geuldam4u/222310684754


곰박 2021.02.27.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의 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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