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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Apr 24. 2022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


한반도에는 56,248종의 생물들이 있다(생물자원관, 2021).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산자 식물이 8,156종,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동물이 32,273종 그리고 이들을 분해하여 다시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미생물이 15,819종이다. 사람도 한반도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의 1종일 뿐이다.     




이들 생물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면서 대한민국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생물들은 모두가 제마다의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생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유기물에 가두어 다른 생물들에게 먹이로 공급하는 식물이다. 식물이 없으면 동물도 사람도 먹을꺼리가 없다.      


이런 식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동물이나 미생물을 식물병원체라고 한다. 이들 병원체들이 식물의 몸속에서나 주변에서 자라며 생장을 방해하면서 발생시키는 증상을 우리는 식물병이라고 한다. 한국에 자라는 식물에 이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병원체의 의하여 발생하는 병명을 모아 놓은 책이 바로 이 책, 한국식물병명목록이다.    

       


우리나라 식물병 기록의 역사     


우리나라의 식물병에 대한 기록은 조선 중기 효종 때까지 올라간다. 신속의 농가집성(1655)에 도열병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 이어 서유구의 행포지(1825)에는 배나무/향나무의 붉은별무늬병의 기주교대에 관한 내용이 있다.      


과학적인 측면의 첫보고는 1906년의 통감부 모범장의 우에다(上田)에 의한 인삼뿌리썩음병이고 제대로 된 첫 병해목록집은 1928년의 권업모범장의 나카타(中田)와 타키모토(瀧元)가 쓴 조선작물병해목록이다. 이 책은 농촌진흥청도서관에서 pdf파일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약 100년전의 책인데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손으로 만든 첫 병해 목록집은 1972년 한국식물보호학회에서 만든 ‘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이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때는 병뿐만이 아니라 해충과 잡초도 함께 다루었다. 1998년에 발간된 3판에서부터 병이 분리되었고 한국식물병리학회가 주관하였으며 책이름이 지금과 같은 ‘한국식물병명목록’ (3판)이다. 여기에는 908개의 식물에 발생하는 3,385건의 식물병의 목록을 담고 있다. 이어 2004년에 4판이 출간되었고 그리고 2009년에 한국식물병명목록 5판이 출판되었다.       


   


한국식물병명목록 6     


13년만에 출간되는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에는 한국에서 보고된 관속식물 4,606종 중에 1,382종(버섯 8종은 별도)에서 병을 일으키는 2,400개의 병원체에 대한 6,534건의 식물병이 기록되어 있다     

병원체별로 보면 곰팡이(난균문 포함)가 월등하다. 곰팡이는 국내에 4,683종이 보고되었는데 이의 40%에 해당하는 1,876종이 병 발생에 관연한다. 그리고 이들은 4,243건의 병을 일으켜 전체 국내 보고병(6,534건)의 64.9%에 이른다. 병 숫자로 보면 곰팡이를 이어서 선충이 20.6%, 바이러스가 8.9% 그리고 세균이 4.3%다.    

  

세균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3,586종이 보고되었는데 이의 3%에 불과한 109종이 282건의 병을 일으키고 있어, 보고종의 40%가 병원균인 곰팡이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식물과 곰팡이가 상호작용이 강하고 동물과 세균이 상호작용이 강한 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부연하자면 곰팡이는 바늘과 같은 균사로 되어 있어서 식물을 잘 침투하고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 잘 자라므로 식물과 상호관계가 강하다. 여기서는 식물의 병을 다루고 있지만 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할 때에도 곰팡이가 도와주었고 지금도 식물의 90% 이상이 뿌리에 있는 곰팡이의 도움으로 영양소를 얻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대신에 세균은 수영을 하는 단세포로 되어 있고 따라서 물이 많아야 하기에 동물에서 전파가 쉽고, 또한 상대적으로 고온성이므로 동물과 상호작용에 특화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식물병명목록의 내용 구성     

 

식물병병목록은 4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병원체가 공격하는 대상인 기주(식물, 버섯. 이하 표현을 간결하게 하기 위하여 식물로 칭한다.)가 있고 다음으로 이를 공격하는 병원체(미생물, 바이러스, 선충)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 결과로 생긴 병(명), 그리고 이를 기록한  문헌이다.     



식물명     

첫 번째 구성요소인 식물부터 보자. 생명체 이름의 기준은 학명(Scientific name)이다. 그런데 학명이 라틴어로 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그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쉬운 일반명을 지어 서로 소통한다. 일반명은 당연히 국가마다 다른데 여기에서는 한국명(국명)과 영문명(영명)을 기록하였다.     


기존의 식물명 학명과 국명은 이창복 선생님의 원색대한식물도감(2003)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학명을 인쇄물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는 한반도의 생물다양성(https://species.nibr.go.kr/index.do)을 기준으로 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검색되지 않는 식물은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http://www.nature.go.kr/main/Main.do), 농촌진흥청의 씨앗은행 (http://genebank.rda.go.kr/plantMain.do), 그리고 기존 한국식물병명목록(이창복, 2003. 원색대한식물도감)을 참고하였다.      


학명의 경우에는 이외에도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과 미국의 미주리 식물원이 함께 운영하는 The Plant List (http://www.theplantlist.org)와 미국 농무성 유전자원센터 GRIN 시스템(https://npgsweb.ars-grin.gov/gringlobal/taxon/taxonomysimple)을 참고하였다.   

   

특별히 재배작물의 경우에는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 없는 식물이 많고 또한 학명도 실제 농업현장에서 쓰는 학명과 상이한 부분이 있어 국립수목원에서 발간한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집(2016)’을 기준으로 하였다.      

식물의 영명의 경우에는 한반도의생물다양성에는 제공하지 않기에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기준으로 하고 여기에 없는 것은 미국 농무성의 GRIN 시스템을 참고하였다. 최근(2022. 2.)에 국립수목원에서 식물들의 영명을 재정리하여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을 발간하였는데 서로 충돌이 있을 경우에는 이 책자를 최우선 반영하였다.      

     

병원체명

두 번째 구성요소 병원체와 관련해서는 특히 곰팡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2011년까지는 국제식물명명규약(ICBN, International Code of Botanical Nomenclature)에 적용받았는데 여기에서 곰팡이는 완전세대명과 불완전세대명이 모두 유효한 이름, 즉 정명(Correct name)이었다. 하지만 2011년 멜버른에서 열린 제19차 식물학회에서 국제조류균류식물명명규약(ICN, International Code of nomencalture, Algae, Fungi and Plant)을 채택하는데, 여기에서는 완전세대명과 불완전세대명 중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하나의 이름만이 정명이 되고 나머지는 이명 (synonym)이 되었다.  

    

예를 들어 5판이 출간된 2009년에는 ICBN이 적용되어 감나무 탄저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유성세대명 Glomerella cingulata와 불완전세대명 Colletotrichum gloeosporioides가 모두가 정명이었다. 하지만 6판에서는 ICN이 적용되어 이 중에 더 많이 사용되는 Colletotrichum gloeosporioides 만이 정명이고 Glomerella cingulata는 이명이 된 것이다.   

   



6판에는 1,876개의 곰팡이 학명이 나오는데 병명심의위원회의 곰팡이 분과에서는 이들 학명을 일일이 세계균학회(IMA)가 운영하는 MycoBank DB와 확인하면서 정리하였다. 다만 모든 학명을 Mycobank의 정명으로 대체하지는 않았는데 판단컨대 기존 5판에서 쓰인 학명이 타당하고 MycoBank에 정명으로 되어 있드라도 아직 학계가 받아들이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은 기존명을 유지하되 MycoBank의 정명을 비고에 표시하였다.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6판에서 속명을 추가하였다. 바이러스의 경우에 특이하게도 종명만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Tobacco mosaic virus (TMV)도 바이러스의 종명이고 속명은 Tobamovirus인데 6판에는 속명을 추가하여 (Tobamovirus) Tobacco mosaic virus (TMV) 형태로 기록하였다. 

     

병명

세 번째 구성 요소 병명과 관련해서는 가장 큰 변화는 바이러스와 선충에서 있었다. 기존에 바이러스의 일반명인 ‘모자이크병(Mosaic)’, ‘위축병(Stunt)’ 등의 이름들이 실제 바이러스 병증상을 설명하는데 부적절하고 오히려 이 이름이 증상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준다고 바이러스 분과는 판단하였다. 이에 바이러스 분과는 국내외 해당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심스럽게, 병명의 국명과 영명 모두를 삭제하고 모두를 그냥 바이러스병으로 통칭하였다. 이에 향후 바이러스 분과는 국민들이 더 쉽게 부를 수 있도록 각 학명에 맞는 일반명을 제정할 숙제를 안게 되었다.      


한편 선충분과는 기존에 많은 선충병들이 구체적 이름없이 식물기생선충병으로 통칭되었다. 이번에 선충분과에서는 많은 노력을 들여서 이들의 원인병원체 일반명과 병명을 기록하였다. 이로써 국민들이 더욱 쉽게 선충병을 구분할 수 있고 호칭할 수 있게 되었다.      

  

문헌

네 번째 구성요소인 문헌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논문 원문의 DOI와 URL을 추가한 부분인데 이는 책자에서는 기록하지 않았고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에 추가하였다.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http://genebank.rda.go.kr/kplantdisease.do)에서는 최근에 보고된 논문 위주로 한번의 클릭으로 해당 논문의 원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식물병명목록의 배치     

 

이상으로 식물병명목록을 이루는 4개의 구성요소 식물명, 병원체명, 병명, 문헌의 수집방법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식물병명심의위원회의 곰팡이, 세균/파이토플라스마, 바이러스(바이로이드), 선충 분과에서 식물에 따라 병원체명과 병명 그리고 문헌을 수집 정리하였다. 다음은 독자들이 이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부분인데 먼저 식물의 배치는 식물명 국명의 자모순으로 배치하였다.     

 

5판에서는 식물을 식용작물, 채소, 과수, 특용작물, 관상식물, 수목, 야생초본류 및 목초류, 버섯 등으로 나눈 후에 그 안에서 한글 자모순으로 배치하였으나 식물이 위의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가 없어 불편하였다. 또한 일본과 대만의 식물병명목록은 식물의 학명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사용자가 식물을 학명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를 도입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      


다음으로 하나의 식물내에서의 병원체간의 배치인데 5판과는 달리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선충 순으로 배치하였다. 그 이후에 각 병원체 내에서는 병원체의 학명을 기준으로 하여 배치하였다. 글로는 어려운데 아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록의 배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6판에서는 병원체가 목록의 중심이다. 따라서 5판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병증상 또는 병명이 기준이 되고 이런 증상을 보이는 병원체를 열거하기도 하였는데,  6판에서는 철저하게 병원체를 기준으로 하고 하나의 병원체가 다수의 병징을 보이는 경우에는 같이 열거하였다. 

     


감사의 말씀     


이상의 작업으로 드디어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이 출간되었다.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은 1,390개 식물(버섯 8개 포함)에서 병원체 2,400종이 일으키는 식물병 6,534건과 이를 기록한 문헌 9,958건을 포함하는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는 책자로써 식물병리학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이 책의 발간과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책에는 일제 강점기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모든 식물병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작물병해목록부터 한국식물병명목록 5판까지 작업한 모든분들게 먼저 감사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4판의 편집위원장을 맡은신 신현동 교수님, 5판의 편집위원장을 맡으신 김완규 박사님은 6판의 내용에 대하여도 꼼꼼하게 점검하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특히 신현동 교수님은 감수위원으로 포함되는데도 극구 부인하시며 정말로 세심하게 끝까지 이 책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 주셨습니다.     


6판의 출발은 1900년대 초반부터이지만 실질적인 작업은 한국식물병리학회 병명심의위원회 2017-8년(위원장 오창식 교수님)부터입니다. 이 때부터 5판에 추가되는 신규병명을 수집하고 DB화를 겨냥하고 기존의 한글 파일을 엑셀파일로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어 작업은 19-20년 병명심의위원회(위원장 김순옥)로 이어지고 운좋게도 21-22년 병명심의원회가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21-22년 심의위원회는 분과별로 나누어서 작업하였는데 전체 병의 65%를 차지하는 곰팡이 병은 최영준 교수님이 총괄하고 김순옥, 백창기, 이동현, 이승열, 최인영, 최효원 박사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세균분과는 전용호 교수님이 총괄하고 공현기, 김경희 교수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일반명 모두를 바이러스병과 바이로이드병으로 합친 바이러스 분과는 이수헌 교수님이 총괄하고 변희성, 서장균, 임성모 박사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식물기생선충으로 뭉뚱거려져 있던 식물기생선충에 적절한 이름을 일일이 부여한 선충분과는 최인수 교수님이 총괄하고 김동근, 김영호, 전재용 박사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특별히 6판은 관련기관의 검토를 받았는데 생물자원관의 현창우 박사님이 식물명을 꼼꼼히 검토하여 주었고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임원석 박사님이 6판의 병명목록이 국가검역에 불이익을 주는 점이 없는지 검토하여 주어 이 책의 신뢰성을 높여 주었습니다.      


학회장님들의 지원없이는 학회의 사업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식물병리학회의 이용환(′17), 김흥태(′18), 김기덕(′19), 이윤수(′20), 김국형(′21) 전임회장님과 그리고 22년 윤성환 회장님께서 식물병명목록 작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빠뜨리지 말아야 할 분들이 있네요. 실제 책자 발간과 관련하여 분과별 작업을 취합하고 오탈자를 수정하고 편집한 분들이 김선희, 최효림 학생입니다. 그리고 월드사이언스의 정창기 님이 목록을 이쁘게 배치하고 표지를 예쁘게 만들어 주었어요.    


이 모든 분들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의 출판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면으로나마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아울러 더 발전된 모습의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http://genebank.rda.go.kr/kplantdisease.do)으로 보답할께요.   



<한국식물병리학회 병명심의위원회를 대신하여, 2022. 0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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