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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Oct 01. 2022

식물병 사진을 제공합니다.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



이 사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가을"

낭만주의자네요.

저는 이 사진을 보면 곰팡이가 떠오릅니다.

가을에 붉게 물든 감나무 잎을 보고 곰팡이를 생각한다니,  시상을 깨뜨리는 멋대가리 없는 놈이라고 하겠지만 실제 이는 곰팡이의 작품입니다.


Mycosphaerella nawae가 바로 그 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는 15-25도씨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잘 자랍니다. 이 곰팡이는 지난 해에 떨어진 감나무 잎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싹을 튀워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5-6월이 되면 포자를 만들어 날리는데, 이 포자가 잎에 붙어 자라고 아직 방어력이 없는 연약한 어린 잎에 침입합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너무 더워 자라지 못하고요,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자라, 요즈음 9월말이면 감나무 잎을 붉게 물들이고 10월이면 그 잎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모든 식물의 에너지는 잘 아시는 것처럼 잎에서 만들어 집니다. 잎의 엽록소에서 광합성을 하면 포도당이 만들어 지고, 이것이 뿌리와 줄기로 가서 나무를 자라게 하고, 열매로 가서 단맛을 내게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일을 더해야 하는 9월 말에 잎이 붉게 물들고 10월에 잎이 떨어지니, 영양분이 부족한 감은 단맛이 떨어지고 따라서 상품성이 떨어지겠죠. 


미생물이 다른 생물에 들어가서 해를 일으키면 이를 병(disease)이라고 합니다. 곰팡이, Mycosphaerella nawae가 감나무 잎을 붉게 물들이고 조기에 떨어뜨리는 것을 '감나무 둥근무늬낙엽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곰팡이 Mycosphaerella nawae를 '감둥근무늬낙엽병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병원균으로 인하여 식물에 나타나는 증상을 병징(symptom)이라고 합니다. 감나무 잎이 붉게 물들고 조기에 잎이 지는 것이 둥근무늬낙엽병의 병징인거죠. 따라서 병징은 식물병을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늘은 식물병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식물병징 사진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쁜 감나무 둥근무늬낙엽병의 병징 사진은 미끼였습니다(^-^). 


온라인한국식물병명목록(한국식물병명목록 (rda.go.kr))인데요, 이름에서 보시는 것처럼 식물병징 사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식물병의 전체 목록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이 웹사이트는 제가 올 봄에 한번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한국식물병명목록 6판 (brunch.co.kr)). 그런데 다시 설명드리고자 하는 이유는 올 봄까지는 말 그대로 한국의 식물병 이름만을 제공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당 병의 병징사진까지 제공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 메인 페이지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임상식물병리학자분들이 모두 1,160장의 사진을 온라인한국식물병명목록의 게시판에 올려 주었습니다. 


온라인 식물병명목록에 사진을 게재하려면 식물병사진 게시판에 우선 사진을 올려 주어야 합니다. 이후 식물병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반영됩니다.


하지만 이를 바로 반영하지 않고, 아무리 식물병리학자라 하더라도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증 과정을 거쳤습니다. 한국식물병리학회 식물병명심의위원회 해당분야(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선충) 2분 이상의 전문가들이 심의를 하여, 해당 병에 맞는 병징사진이라고 인정해준 것만을 온라인 식물병명목록에 반영하였습니다. 9월말인 오늘까지 1,077장이 반영되었습니다. 


1,077이라는 숫자가 아주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진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방금 말씀드렸습니다만 해당 분야의 2명 이상 전문가에 의하여 검증된, 믿을 만한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많은 식물병징 사진이 떠도는데 맞는 것도 많지만 또한 틀린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 사진은 검증된 올바른 사진이란 것입니다. 즉 믿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이 사진은 출처만 밝히면 어디라도 사용가능한 공공누리1형 저작물입니다.  사진 아래 우측에 보면 공공누리1형 마크(OPEN이라고 쓰인 네모 그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출처를 표시하면 상업적과 비상업적 모두 이용이 가능하고, 또한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도 가능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순천대학교 김경희 교수님께서 기증하신 감나무 탄저병 병징 사진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공공누리1형 표시가 있습니다. 

공공누리 1형 저작물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여기 (공공누리 유형안내 | 공공누리 소개 | 공공누리 (kogl.or.kr))에 있습니다. 


이제 플랫포옴을 만들고 시작 단계여서 아직은 영향력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정착되고 사진이 많아지면 병리학자 뿐만이 아니라 농업인들도 많이 활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죠? 우리나라의 사진 품질과 정보화 수준이 세계 최상위찮아요. 


머지 않아 세계의 농민이 이 사진을 보고 병을 진단하고, 세계의 학자들이 이 사진을 사용하고, 세계의 각종 저작물에 우리 사진들이 이용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온라인한국식물병명목록 웹사이트에 다양한 작물보호제 회사들의 광고가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너무 나갔나요(^-^).


이래저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마지막으로 그럼 감나무의 둥근무늬낙엽병 사진을 찾는 방법을 보여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한국식물병명목록 (rda.go.kr))에 접속합니다. 그리고 식물병 검색 베너를 선택합니다. 여기에서 기주검색에서 '감나무'를 칩니다.

식물병검색을 선택하고 기주검색에서 감나무를 치시면 감나무 모든 병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양한 병명이 나오고 그 중에 둥근무늬낙엽병이 있고 그 아래에 작은사진들이 있습니다. 해당 사진을 더블 클릭하면 고화질의 이미지를 볼 수가 있습니다. 

식물병 이미지는 병명 아래에 작은 그림으로 나타납니다.


안동대학교 전용호 교수님이 기탁한 감나무 둥근무늬낙엽병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를 내려받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맺기 전에 온라인한국식물병명목록은 국립농업과학원과 한국식물병리학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시스템은 국립농업과학원이, 그리고 해당정보는 한국식물병리학회가 관리합니다. 병리학회 중에서도 식물병명심의위원회가 식물병정보와 사진의 심의 등 제반사항을 관리합니다. 


(P.S.) 표제에 사용된 예쁜 감나무 둥근무늬낙엽병 사진은, 한국식물병리학회 병명심의위원회 곰팡이 분과위원이자 경북대학교 교수이신 이승열 박사님께서 온라인 한국식물병명목록에 올려주신 사진입니다. 멋진 사진의 기증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내일 결혼하는데 많이 축하드리며, 이글을 보시는 독자께서도 함께 축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장산 국민여가캠핑장에서 깊은 가을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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