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표는 언제나 기록이 아닌 완주다
Day 6
2.50K 18:46 7’30’’
981.29 K and 360 days left
월요일이라 그런가, 늦은 밤이라서 그런가, 오랜만에 트레드밀에서 달려서 그런가. 오늘은 도통 속도도 힘도 안나서 달리는 중간 여러번 쉬었고 기록도 시원찮다. 일도 그랬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 도통 감이 안잡혀서 집중안될때 하면 딱인 결산을 하다 퇴근했다.
왜 이러지? 뭐 이런 날도 종종 있는거지 하면서도 괜히 조바심과 울적함이 동시에. 에잇- 가끔은 이런 날도 있고 금세 회복해서 기분 째졌다가 또 울적하고 그런거지, 뭐.
+ 7분대 기록에 속상한것이냐 묻는다면 사실 그 이유가 9할인 것 같기도...
+ 그치만 스쿼트 백번넘게 하고 기분이가 다시 좋아짐:-)
Day 7
3.38K 21:12 6’16’’
977.91 K and 359 days left
"당신이 측정 가능한 전진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목적과 의미를 찾겠다는 시도를 포기한다면... 엄청난 양의 레몬 사탕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도 버리고 매일 옳은 일과 진실한 일을 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자신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을거예요. 매일 의미를 더하면 그것이 삶의 의미가 되고, 매일이 당신 삶의 표현이 되겠지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자주 생각하는 사람.
Day 9
4.78K 29:11 6’06’’
973.13 K and 357 days left
나는 지금껏 10K 마라톤 대회에 두번 참여해봤다. 10K. 말이 10K지, 내 속도로는 한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야 겨우 10K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10K는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뛰다 걷다 뛰다 걷다 해도 10K쯤은 내 체력으로 완주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마라톤은 10K만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사실 10K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프, 풀, 울트라 등등. 더 긴 코스와 더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레이스가 있다, 아직 내가 도전해보지 않은, 달려보겠다고 엄두도 못 낸.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내가 10K만 달릴 수는 없다. 10K까지만 달리고 거기서 멈춰버리면 다른 레이스는 영영 달려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10K 레이스를 아무리 빨리, 아무리 멋있게, 아무리 성공적으로 달렸다고 해도 나는 하프나 풀 코스를 달린 사람은 될 수 없다.
이게 꼭 비즈니스같다고 오늘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나의 첫 10K짜리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내가 달릴 체력이 되고, 만약에 잘하면 완주도 하고 기록도 꽤 괜찮은 10K짜리 레이스. 그런데 나를 계속 10K 레이스만 달리게 두면 실력은 그대로 성장을 멈추거나 더 나빠지고 만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20K 레이스도 도전해보고 더 체력을 키우면 풀 코스도 달려야 한다. 그래야 내가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않고 스케일과 임팩트가 큰 레이스, 사업을 할 수 있다.
지금 나는 꼬꼬마 러너로서도 대표로서도 10K 완주를 목표로 달린다. 물론 아직은 1K만 넘게 달려도 호흡이 가빠지고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요때만 지나면 호흡이 가쁜 것도 익숙해지고, 이 정도 뛰었으면 좀 더 뛸 수 있지 하는 마음이 들어 속도를 늦추더라도 그만 멈추고 싶은 욕구가 조금, 아주 조금 사그라든다. 하지만 아마 영영 사라지진 않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완주가 목표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달리면 괜찮다는 걸 잘 아니까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좀 더 달려보기로 결심한다. 아무리 달려도 피니시 라인이 보이지 않는 지지부진함에 지치지만 앞서 달리는 또 뒤에 쫓아오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어야지. 목표는 언제나 기록이 아닌 완주다.
Day 11
4.99K 31:20 6’16’m
968.14 K and 355 days left
"이렇게 큰 한 바퀴가 5K라고?"
경포호에 도착해 나도 모르게 내뱉은 첫 마디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큰 호수 둘레가 5K밖에 안된다고? 한 10K는 너끈히 될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지금까지 달렸던 10K 마라톤은 이것보다 훨씬 길었던거야? 이상한데?
하지만 강릉 러닝 코스 중 최고로 꼽히는 경포호는 이미 수많은 러너들이 5K쯤 된다며 이미 달리며 검증했고, 그저 나는 이 무지막지한 둘레에 위축되지않고 그저 내 속도에 맞춰 달리면 그만이었다. 물론, 언제나 말이 쉽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 전 몸풀기가 노래 두곡을 들어도 끝날 줄 몰랐던 것 같기도.
슬슬 시동을 걸어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5백미터 좀 넘게 달리니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부터 10분간 호흡 컨트롤이 어렵고 중간중간 정강이와 종아리가 저리고 왠지 어깨와 등도 묵직한 기분이 들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할 만 한데? 오늘 좀 오래 달리겠어?' 하는 마음이 스믈스믈 올라와 2K는 거뜬히 달리고 운이 좋으면 2.5K에서 3K까지 쭉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그때까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은 마음'을 모른 채 해야한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하며, 마치 내 최애곡이 플레이되는 양 스스로를 속이며.
하지만 모르는 척 하는게 그리 쉽지 않다. 중간중간 당근도 줘야 한다. '저기 보이는 기둥까지만 달리자, 저기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만 지나치고 쉬자.' 저기까지만을 두세번 아니 서너번을 하다보면 가쁜 숨이 익숙해진다. 속도도 처음보다 느려졌지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달리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경포호를 왼쪽에 끼고 달렸다. 멀리 보이던 호텔을 지나쳐 왠지 달리기 트랙이 없을 것 같이 보이던 호수 반대편을 달려 3.4K쯤 되었을 때 속도를 쭈욱- 늦춰 걸으며 숨을 골랐다.
'와, 내가 출발한 곳이 저기 반대편, 저기인가? 정말이네? 5K 정도 되겠어!'
달리기 전에는 너무 크고 막막하게만 느껴졌는데 20분을 쉬지않고 달리고 나니 출발점까지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 인간은 얼마나 비겁하고도 위대한가. 결국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득한다.
+ 알고보니 경포호는 5K가 채 안되었다. 나도 모르게 출발점을 지나치고는 '어? 여기 출발점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다급히 애플워치를 봤을 때 4.7K가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괜히 신나서는 나머지 3백미터를 채워 딱 5.00K만큼 달리려다가 Pause를 잘못눌러 4.99K로 기록이 저장되어 왠지 슬퍼져 버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