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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May 30. 2021

경력직 이력서 쓰기, 뭐부터 시작할까요?

일 잘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스토리 부자랍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기대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되는 것인지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에 접수되는 고민들을 읽다보면 '우리가 과연 이분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정도로 성숙한 사람들일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어요. '우리가 매번 답을 알려드릴 수도 없고 또 모두의 삶에 들어맞는 정답도 없기에 할 수 있는건 그저 잘 들어주는 것 뿐이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온 마음을 담아 보내온 짧은 글만으로도 큰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거다' 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짧은 글 한편을 보내봅니다. 오늘 제가 고른 고민의 주인공은 바로 이분입니다.


저는 3년 전 육아휴직 종료와 함께 첫번째 회사이자 마지막 회사를 퇴사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너무 어렸고 도와주실 분도 주변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일이 꽤 큰 의미였나봐요, 요즘 자꾸만 일 생각이 나더라고요. 다시 일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괜찮은 회사가 눈에 띄어서 한번 서류나 내보자 하고 오랜만에 예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폴더를 열어봤는데... 10년도 더 전에 써놓은 거더라고요, 대학교 때 써놨던 것들요.

신입 이력서를 갖다쓸 수는 없어서 새로 하나 쓰려는데 한 회사만 10년 가까이 다니다 퇴사했지만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막막하더라구요. 예전에 선배들이 퇴사하기 전에 이력서랑 경력기술서 꼭 업데이트 해야된다고 왜들 그렇게 침이 마르게 말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요.

육아하다 다시 일 시작한 분들은 다들 이력서를 어떻게 쓰나요? 그리고 3년 전 퇴사 이후로 경력이 하나도 없는데 그대로 써도 되는걸까요? 아직 본격적인 준비도 안했는데 머릿속이 벌써 하얘지네요.


질문을 읽는 순간, 저도 대학교 4학년 때 6단계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써야했던 S그룹 공채를 준비하던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패기는 넘치지만 경험도 스펙도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도 오늘의 주인공만큼 고민이 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6단계에 치를 떨며 지원포기를 했기 때문에^^^^)


이력서는 취업이라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전투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기본 중의 기본.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모니터앞에 앉아 커서가 깜빡이는 것만 바라보며, 뭐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아마도 그건 처음부터 완벽한, Final Version을 상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날 때까지 정말 끝나지 않는 이력서


이력서는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한번에 완성할 수도 없고, 고칠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이력서도 없죠. 전투화도 처음에는 뭉툭해서 발에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신을수록 모양이 잡혀서 어떤 전투에 나가도 문제없는 완벽한 핏이 되는 것처럼, 이력서도 처음에는 어설프고 중구난방이지만 조금씩 고치고 업데이트할수록 어디 내놔도 모자람없이 현재의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기가 되어주죠. 하지만 몇번의 전투를 마치고 나면 새로운 전투화로 갈아신어야 하듯 커리어의 변곡점마다 우리는 새로운 이력서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처럼 10년만에 새로 쓰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다만, 길을 들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거죠.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시는 분들에게 잠시만 이력서 파일을 닫고 권해드리는 사전 과정이 있습니다. 전투화를 새로 장만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하나의 해답으로 저의 프로세스를 따라해보시면 어떨까요?



1. 먼저 의미있는 일 경험 리스트를 만듭니다. 


'일 경험'은 반드시 어떤 회사에서 무슨 직무와 직급으로 몇년간 일했던 것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처음 맡겨진 권한과 의무를 책임있게 수행했던 것, 아이들의 학교에서 부모로서 역할을 맡아 자원활동을 했던 것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직업 뿐만 아니라 내게 의미를 가져다 주는 활동, 실험적인 사이드 프로젝트, 생산의 재미를 가져다 주는 취미 활동들이 되겠죠. 저는 보통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열어 가장 첫번째 열에는 일 경험을 적고, 두번째 열부터는 일 경험과 관련된 사람, 배운 점, 에피소드의 키워드를 생각나는대로 적습니다. (네, 저는 모든 걸 엑셀로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인데요, 그래도 가끔은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일기나 업무용 다이어리, 파일들을 모아놓은 외장하드나 클라우드, 페이스북, 심지어 싸이월드까지 동원해 경험 재료를 모읍니다. (하지만 주의하세요. 파일을 찾는답시고 오랜만에 외장하드를 연결해 판도라의 상자(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옛날 사진 폴더)를 열게되고 밤새 사진을 한장한장 넘겨보며 추억에 잠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제가 추억여행을 제안하는 건 아니고요, 일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좋은 재료들이 생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2. 일 경험 리스트로 비추어 본 나의 강점과 역량을 키워드로 쭉 적어봅니다. 


강점은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일관성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내 강점을 정의하기 앞서서 일 경험 리스트부터 만든 것은 나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일관적으로 보여지는 능력을 짚어낼 수 있는 기초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 경험 리스트를 좌르르- 적어놨어도 그 속에서 내 강점을 적확한 단어로 뽑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력과 태도력으로 구분한 단어 목록을 공유할게요, 3단계로 나만의 강점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1단계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 2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잘한다고 말하는 것, 3단계는 앞으로 훈련시키고 싶은 것을 골라 모아보는거에요. 당연히, 여기에 없는 단어라도 리스트에 포함할 수 있고, 무엇이든 좋아요. 아직까지는 재료를 모으는 준비 과정이니까요. 



3. 일 경험과 강점을 조합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봅니다. 


이제 필요한 재료를 다 구했으니 마지막 준비를 해볼까요? (아직도 준비 과정이라니... 당황하셨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쓰던 이력서는 잠시 닫아두고 지금은 재료를 모으는 과정이니까요. 가만히 따라와보세요, 다 하고나면 꽤 괜찮은 전투화를 구할 수 있을거에요.)


일 경험과 강점을 조합해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로 만들려면, 먼저 앞선 일 경험 리스트에서 가장 의미있었거나 성과가 확실했던 것 하나만 골라주세요. 그 다음 아래의 질문에 답을 써내려가는거에요. 


Q. 어떤 경험인가?
Q. 내가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나?
Q. 왜 그 일을 하고 싶었나? 무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일을 하게 되었나? 
Q.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일을 했나?
Q.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Q.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면에서 더 탁월해졌나?
Q.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나의 강점과 역량은 무엇인가?


경력직 채용 지원 서류는 보통 이력서,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 길어도 1~2 page 이내로 써야하니 제한된 분량 내에서 나의 탁월한 능력과 매력적인 강점을 가장 잘 보여주려면 몇가지 스토리를 갖고 있는게 중요합니다. '채용 담당자가 알고싶은, 듣고싶은 내용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숫자 등 입체적인 언어로 경력을 표현하고, 사실만 줄줄줄 나열하는게 아니라 기여할 수 있는 가치, 나만이 긁어줄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글을 쓴다' 같은 건, 일단 나의 스토리를 많이 갖고 있는 다음의 전술에 해당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회사마다 비즈니스모델, 규모, 조직문화 등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서류만으로 모든 곳에 패스될거란 생각은 애시당초 버리세요! 하나의 이력서만으로 어떤 회사도 뚫는 그런 어마어마한 특급패스같은건 결코 없으니까요. 



4. 공백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면, 의미있는 일 경험을 지금 만들어보세요.


아이를 키우는 그 시간이 휴식은 결코 아니었을거에요. 어쩌면 회사를 다닐때보다 훨씬 빡센, 잠자는 시간만 빼고 주7일 365일 근무를 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육아의 경험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회사보다는 덜 그런 회사가 아직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씁쓸한 마음을 내려놓을 순 없지만 뭐 어쩌겠어요, 전투에 나가고 싶고 이기고 싶다면 훈련을 하는 수밖에!


많은 분들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워밍업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고, 똑똑하고 작은 가게를 열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이나 유튜브 학교를 수강하며 열심히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 미션을 달성하는 활동을 하시는데요. 저 역시 이게 나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일 감각을 살리고, 나에게 필요한 스킬셋을 모으는 작업이니까요. 다만, 저는 가능하다면 내 기존 경력과 연결이 되면서 유형 또는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로 스마트하게 접근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를테면, 내가 전에 했던 일을 하고 싶은 취준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기획해 열어볼 수도 있고, 내가 가진 지식이 꼭 필요한 비영리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나 섹터에서 짧게라도 프로젝트를 해보는거죠. 완벽히 새로운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한다고 해도 내가 쌓은 경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반 자체를 탄탄히 다지고 도움닫기를 하는게 어쩌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일하다보면 또 나와 일에 대한 피드백을 얻다 보면 훨씬 빠르게 알아차릴거에요, 내가 일할 때 어떤 사람이고 또 뭘 잘하는지.




경력직 (백만년만에) 이력서 쓰기, 이해는 되지만 혼자하려니 아무래도 어렵다고요? 마지막으로 2가지 팁을 더 드릴게요. 


먼저, 커리어 리스타트 워크북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앞서서 설명한 1-3번의 과정은 그대로 따라하실 수 있어요. 무료 다운로드

재료 즉, 스토리를 다 모아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잘 써보고 싶으신가요? 그럼 6월 3일에 위커넥트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잠자고 있던 내 이력서를 깨워줘' 이벤트에 참여해보세요. 최신 채용 트렌드와 합격 이력서와 탈락 이력서 분석, 코로나 시대 성공 재취업/이직을 위한 이력서 최종 점검 리스트까지! 한번에 싹-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참여하기


마지막으로 일, 커리어, 삶 어떤 영역이든 선택의 기로에 서계신가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고민을 여기에 보내주세요, 저희가 정말 잘 들어드릴 자신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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