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을 전환하고 싶다면, 이 3가지를 기억하세요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 세 번째 글을 쓰는 위커넥트의 노유진입니다. 매거진 연재를 시작하며, 조언 또는 힌트를 얻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봐 주십사 설문을 받았는데요. (고민 상담 신청은 여기서!)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매거진이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여기에 물어봐도 될지 탐색 중인 독자분들께서 마음속 고민을 선뜻 꺼내기 어려우면 어떡하지?라고 조금 걱정했어요. 내 고민을 셀프 상담해야 하나 싶던 와중에 다행히도 고민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어요. 요청 받은 고민 상담 내용 중 첫번째 사연을 소개합니다.
어떤 고민을 하고 계세요?
"막연히 관심을 두고 있던 소셜벤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으로 커리어를 본격 전향하려 합니다. 이전 경력은 기획, 마케팅, 영업, 1인 기업 등 약 10년 정도예요. 저와 같이 다른 분야 경력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새로운 업계로 경력을 전향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있으니 다들 창업이나 프리랜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조직에서 한창 활동하는 실무자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인턴과 신입 채용공고 위주인 상황에서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 길이 좁은 것처럼 느껴져서 고민입니다."
오, 말씀을 들어보니 10년 경력을 보유한 구직자이고 커리어의 새로운 장, 챕터를 준비하는 과정이자 중요한 전환점에 와계시네요! 또, 이 연차에, 이 나이에 과연 계속 조직에서 일할 기회가 있을까?란 고민도 있으신 것 같고요. 위커넥트에서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많은 후보자들과 나눴던 대화들을 복기하며 3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늦은 때란 없어요. 잘 쌓아둔 경력 자산을 영리하게 활용하면 됩니다.
나이가 많은데 괜찮을까요? 이 질문은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그동안 200건이 넘는 매칭 사례들만 봐도 그 질문에 절대로 늦은 때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다만 주의할 점으로, 이전 경력과 100% 일치하는 기회만을 찾지 않을 것을 당부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도전을 할 땐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안전 지역에서 나와야 합니다. 이전 경력, 경험, 스킬을 적어도 50% 정도 전환 가능(transferable)하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0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용기 있는 선택이지만, 내가 가진 자산을 조직에서 잘 써먹을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합니다. (완전히 다른 직업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일을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어느 정도 구축된 후에는, 조직 내에서 직무를 더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어요. 시간 면에서나 에너지 면에서나 훨씬 효율적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경력직이 새로운 업계로 진입을 할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네트워킹이라 생각해요. 코로나로 인해 업계 행사와 만남이 줄어들어 네트워킹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루틴 모임, 북클럽,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온라인 상에 많이 생겨났어요! 오히려 경력직이기에 이런 기회에 대한 접근성도 더 높고 장벽도 더 낮아진다 생각해요.
그런데 혹시... 나란 사람 네트워킹이 부담스러우신가요? 그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물며 옷을 살 때도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는데, 커리어라는 중대한 선택 앞에서 네트워킹을 주저하실건가요?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조언으로 도움을 주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을 돕는 일,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내 경력, 경험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는 걸요!
조직이 아닌 역할 중심으로 이력서를 재구성해보세요
긴 경력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많이 듣는 조언이지요. 이 조언은 전환하려는 사람에게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전환하려는 방향에 맞게 내가 정의해야 더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이걸 '앵커링 효과'라고도 표현하더라고요. 앵커링 효과는 배를 고정하는 닻(anchor)처럼 상대방의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심어두어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뜻해요. 시간 순서대로 경력을 나열한 이력서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이렇게 인지했으면 하는 '포지션'을 이력서 상단에 적는 것이 설득에 훨씬 유리합니다.
관련해서 지난 4월 '경력공백기 NO! 경력개발기' 웨비나의 연사자 소리님의 경력 전환 노하우가 참 인상적이어서 소개하고 싶어요. 소리님은 10+년 넘게 비영리 조직에서 기획, 마케터 등 여러 직무를 경험했으나 조직에서 붙여준 이름으로 이력서를 쓰지 않았어요. 소리님은 IT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IT 스타트업과 관련된 경력을 6가지로 분류해 이력서를 재구성했어요.
소리님이 붙인 새로운 역할명 중 하나는 'SaaS 도입'이었습니다. 비영리 모금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조직에 처음 도입한 선구자 역할을 여러 조직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체 경력 중 그와 관련된 경험들을 한 카테고리에 모았습니다. 도전 끝에 소리님은 SaaS 스타트업으로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입사 첫날 회사에서 소리님을 전체 직원들에게 소개할 때 '비영리 업계의 SaaS 도입 전문가'라고 소개해주셨다고 해요. 그만큼 앵커링이 잘되었다는 뜻이겠죠? (소리님의 더 자세한 경력 전환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서 더 읽어보세요)
소셜벤처를 하는 마음은 이런 것 같아요
얼마 전 소셜벤처 창업가 한 분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1인 창업과 법인 창업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요. 아마도 그분이 지금의 소셜벤처를 경영하기 전 1인 사업가로 일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책임감의 레벨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마음이 주는 막중한 느낌이랄까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엄청 공감했어요. 위커넥트에도 헤드헌팅 회사처럼 채용 서비스를 한 달에 몇 건씩 성사시켜야 한다면 그 임팩트는 딱 그 정도 수준일 거예요. 그런데 위커넥트는 시장의 판도를 바꿔보고 싶은 더 높은 열망이 있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며 매칭의 규모를 더 늘려 가려고 합니다. 판도를 바꾸려면 기세, 그 숫자가 중요하니까요.
2019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임팩트 투자 컨퍼런스 'SOCAP'에 참여했었는데요, 그 때 Million Lives Club 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 클럽은 수혜자(고객) 규모가 100만명인 소셜벤처를 멤버로 선발하는 일종의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해요. 솔루션이 5~10년 내에 시장을 뒤흔들 수 있으려면 그만큼 스케일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흐름이라 생각했어요.
이처럼 소셜벤처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처럼 '스케일업'에 대한 목표 의식이 좋은 일을 하겠다는 사명감만큼 크고 대담하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 마지막 조언은, 지원동기에 소셜벤처의 미션에 공감한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 확장에 대한 열망(+계획)도 함께 적어보는 것입니다.
개인 사업, 스타트업, 비영리 그 어딘가 있는 것 같은... 어쩔 땐 임팩트로 어쩔 땐 수익으로 탱탱볼처럼 여기저기 튕기는 것 같은 얄궂은 소셜벤처를 하는 사람의 마음도 전하며, 고민을 투하해주신 독자님과 언젠가 일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눌 동료로서도 얼른 만나고 싶어 지네요! 좋은 소식이 있다면 꼭 들려주세요 :-)
일, 커리어, 삶 어떤 영역이든 선택의 기로에 있나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가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이든 여기로 투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