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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경 May 17. 2021

워킹맘의 아이들도 잘 자랄까요?

일에 쫓겨 아이는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대로 괜찮은가요?

안녕하세요. 심플스텝스의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Studio B의 육아 컨설턴트인 보경입니다.


지난 5월 8일에는 심플스텝스의 4주년 행사 CONNECT가 진행되었어요.

일하는 여성들의 여섯 가지 고민들을 함께 풀어보는 시간이었지요. 저는 "워킹맘의 육아 고민"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 날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던 질문을 하나 던져볼까 합니다.  


워킹맘의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요?


네 살 아이를 둔 엄마예요.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가는 것이 그렇게 미안하진 않았는데, 아이가 클수록 하루 종일 작은 곳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 속상해요. 친구들은 축구도 다니고, 미술도 다니고, 엄마들이 공원도 데리고 다니고,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던데... 우리 아이는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것만 하고 있으니 자극이 부족할 것 같아요. 뭔가 좀더 해줘야하지 않을까요?
전업주부 엄마들은 아무래도 학교에 봉사활동도 많이 가고, 아이 데리러 가서 선생님이랑 대화도 하잖아요. 우리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어떤 아이랑 노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늘 걱정이죠. 학교 어땠어? 물어보면 항상 "좋았어" "그냥 놀았어" 하고 대답하고... 이렇게 엄마가 못 챙겨줘도 잘 클까요.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요. 그 말은 걱정과 불안이 되어 워킹맘의 마음을 찌릅니다. 젖먹이를 떼어 놓고 나가면 애착 형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매일 우는 아이를 놔두고 뒤돌아서면 정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던데, 나 때문에 아이가 공부를 못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은 죄책감이 되어 오늘도 출근길 엄마의 발목을 잡습니다. 실제로 Pew Reseach Center의 연구에 따르면 풀타임 직장을 가진 워킹맘들은 전업주부 엄마들보다 자신이 부모로서 역할을 잘 못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오늘은 그 불안한 마음이 가르치는 미래의 한 점을 짚어보려고 해요. 워킹맘의 아이들에게는 전업주부 엄마의 아이들보다 부족한 그 무언가가 있는지, 그것이 그 아이들의 미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에요.


워킹맘의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 Kathleen McGinn은 25개 국가의 50,000명(무려 오만!!)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답니다. 그리고 워킹맘의 자녀들과 전업주부의 자녀들을 구분해 둘 간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았지요. 그랬더니 짜잔-


미국을 기준으로, 워킹맘의 딸들은 전업주부의 딸들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많이 직업을 갖고 일하고 있고, 더 높은 직급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업무에 쓰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 년에 $1,880(약 200만 원)의 수입을 더 벌고 있었다고 해요. 워킹맘의 아들들은 어땠을까요? 전업주부의 아들들보다 일주일에 무려 7시간을 더 많이 육아에 사용했다고 해요. 가사에 25분의 시간을 더 사용한 것은 덤입니다. (이 주제의 다른 연구들도 더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New York Times의 기사를 추천해요)


자, 어떠세요? 불안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셨나요?


McGinn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성인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워킹맘의 아이들은 전업주부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엄마가 일을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연구에 참여한 워킹맘의 아이들은 현시대를 사는 워킹맘들에게 한 목소리로 이렇게 전했다고 해요. "우리는 잘 자랐으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이에요.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엄마의 세계도 잘 이해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키워나가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는 엄마가 집에 있는 시간만을 먹고 자라지 않는 것이죠! 하루에 몇 시간을 옆에 있는가 보다는 아이가 바라보며 배울 수 있는 멋진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워킹맘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육아 비책인 것 같아요.


엄마가 필요할 때

연구 결과는 희망적이지만,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헤어지기 전에, 심플스텝스의 이벤트 <CONNECT>의 연사님이셨던 나리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들려드리고 싶어요. 나리님은 일본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내 사업도 키운 창업가 엄마이십니다. 주변에서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하도 들어 "슈퍼우먼 지수" 공식을 만들어 일과 삶의 무게를 표현해주시기도 했는데요. 늘 바쁘고 일에 열심이었던 나리님은 워킹맘으로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해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셨다고 해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진로 고민이 있을 때, 뭔가 평소 같지 않을 때를 잘 파악해서 그때만큼은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정을 조율해서라도 필요한 만큼 옆에 있어주려고 하셨다고 합니다. 나리님의 일과 삶 이야기는 유튜브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어요.

https://youtu.be/HIv1HW6Zl28



오늘의 결론: 워킹맘의 아이들도 잘 자랍니다. 안정적이고도 행복한 성인으로 말이죠.


어느 날에는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못 주는 것 같은 날도 있을 수 있어요. 어느 날에는 나의 빈자리가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불안한 날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것은 꼭 내가 워킹맘이라서가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 같아요. 어느 엄마에게나 아이에 대한 걱정은 늘 따라다니지요.


자, 그러니까 오늘부터 어깨를 쭉 펴시고!

일하는 엄마의 멋진 모습으로 아이의 앞을 이끌어주세요.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에게 상담하고픈 고민이 있으신가요? 주저말고 여기에 투하해주세요. 복채는 받지 않아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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