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두번 꽃을 산다. 도매꽃 파는데서 손질되지 않은 꽃을 산다. 멀리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보낼 때는 전문 플로리스트의 손길을 거친 브랜드 꽃을 보내지만, 내가 보고 즐기는 꽃은 양 많고 저렴한 도매꽃으로 산다.
싱싱하지만 손질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꽃이지만 잎을 떼고 줄기를 자르는 것이 나름 기분좋다. 플라워 카페 사장이 된 것 같이 행복하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 무대가 있는 플라워 북카페 하나 차리는 것.
뭐 암튼 이번달에도 도매로 꽃을 샀다. 5월이니만큼 색색의 카네이션이 인기였다. 핑크색 카네이션을 사고 보니 유치원 선생님이 생각났다. 담임 선생님과 방과후 선생님 두 분의 꽃을 작은 엽서와 함께 보냈다. 서울에서 바로 내려온 날이라 예쁜 꽃을 제대로 손질하지도 못했다. 큰 잎만 겨우 떼어낸 5~6송이 정도의 카네이션.
점심쯤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선물을 못받게 되어 있어서 전화를 하셨단다. 특히 생화도 금지품목이라 안된다고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나름대로 부담없이 작게 보낸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선생님께 부담이 되어 버렸다.
유치원이 사립이 아니라 병설이라 좀 더 규제가 있는 것 같았다. 카네이션은 교실에 두고 아이들과 함께 보는 걸로 마무리 했다. 전화는 방과후 선생님께 또 받았다.
이 정도의 마음도 안된다니 서운하고 섭섭했다. 게다가 선생님께 부담과 난처함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키워서 꺾은 거라고 할 걸 그랬나?
스승의 날 시즌이 아니면 괜찮았을까?
첫째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그러니까 아이의 선생님이라 불리는 분들께는 모두 꽃을 드렸던 것 같다. 꽃다발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정말 작은 꽃이나 미니 화분이었다. 굳이 돈으로 환산하면 2000원 정도 될까?
엄마들의 치맛바람과 봉투로 아이들 학교생활이 달라지던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선물금지법"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대놓고 선생님의 차별을 받아봤기에 더더욱.
스승의 날이 연말이면 어떨까? 내아이 잘 봐달라는 느낌이 아닌, 내아이 잘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담을 수 있게 말이다. 헤어질 때 진심이 더 잘 느껴지니 말이다. 작은 마음조차 안되는 법이 나는 참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