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알 없어요^^
아기가 갑자기 눈을 깜빡였다. 가끔 한번씩 깜빡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본인 아이들도 그랬다며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시어머니도 냅두면 괜찮아진다고, 아이가 셋이 있는 남편 회사 동료도 아이가 눈을 깜빡였는데 지금은 안한다고 했다.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뒀는데 아기의 눈깜빡임이 점점 심해졌다. 하루종일 눈을 깜빡이니 불안해졌다.
눈깜빡임 원인을 찾아봤다. 안과적으로는 시력, 속눈썹 때문이라고 하고 정신과적으로는 틱장애, 불안장애 때문이라고도 했다. 가장 흔한 이유는 알레르기(미세먼지, 결막염)이라고 한다. 예전에 처방받은 결막염 안약이 있어 그걸 눈에 넣어줬는데도 계속 깜빡였다. 일주일만 더 지켜보고 안과 가려고 했는데 점점 조급해졌다. 아기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아기를 다그쳤다.
"ㅇㅇ야, 눈 이상해. 그렇게 하지마."
"하지 말라니까. 엄마 ㅇㅇ눈 그렇게 하면 보기 싫어."
결국 하루도 못기다리고 아기 조퇴시키고 안과에 갔다. 이왕 가는 거 큰병원으로 다녀왔다. 가는 시간 한시간, 병원 대기만 두시간. 대기시간이 길어지니 아기도 나도 짜증이 났다. 아기는 뛰어다니다 코코아를 바닥에 엎었다. 기다리다 지친 할아버지는 대놓고 욕을 해서 간호사를 울리기도 했다. 예약을 하고 와도 사정은 비슷한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두시간이 지나 드디어 진료를 받았다. 간호사가 폴리 자동차로 유인을 하고 그동안 의사가 아기의 눈을 살펴봤다. 1분정도 봤나?
"아기 시력에는 문제 없어보여요. 속눈썹도 찌르지 않구요. 알레르기가 살짝 보이네요. 하루에 한번씩 약 발라주면 바로 좋아질 거예요. 그런데 눈 깜빡이는 게 습관이 좀 된 것 같아요. 깜빡일 때마다 식염수를 넣어주셔요."
"아 그럼 별 문제 없는 건가요?"
"네. 괜찮습니다."
"저기..... 별 문제 없는데 계속 그러는 거면 소아정신과를 가봐야 할까요?"
나는 울먹였다.
의사는 피식 웃었다.
"틱장애로 눈을 깜빡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 의사는 별것도 아닌데 왠 유난이냐는 느낌으로 웃었다. 기어이 광주까지 가서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소아정신과까지 생각을 할 정도로 유난을 떤 건 딱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였다.
"엄마 잘못이 아닙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고백해야겠다. 우리부부는 얼마전 피터지게 싸웠다. 아기 앞에서 욕하고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신체적 폭력만 빼고 싸움에 필요한 모든 행동을 다 했다. 그릇도 깨졌다. 아기는 갑자기 밥을 잘 먹었다.
"엄마, ㅇㅇ는 엄마따라 갈거야."
"ㅇㅇ는 엄마랑 같이 갈거야."
아기는 내 옷자락을 잡고 나만 따라다녔다. 30개월 아기도 다 아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싸우면 자신의 존재가 불안해진다는 것을.
"야 이 ㅇㅇ놈아. 니 애새끼가 뭐라고 하는지 좀 봐라. 애가 나한테 뭐라하는지 보라고!!!!!!"
3일 전쟁끝에 화해한 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화를 내고 엉엉 울었다.
부부싸움 하기 전부터 아기가 눈을 깜빡였지만 점점 심해진 건 싸움때문 인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싸운 후로 아기의 눈깜빡임이 거슬렸다. 아기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벌받는 것 같았다. 가슴이 콕콕 쑤셨다.
병원 다녀와서 눈깜빡임은 바로 좋아졌다. 단순 알레르기라 해서 마음은 놓였지만 그 후로도 계속 관찰했다. 아기가 눈을 깜빡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기는 색감 화려한 tv를 볼 때, 미세먼지 심한 날, 불안할 때 눈깜빡임이 심했다.
1. tv볼 때
유튜브로 로보카 폴리를 틀어주는데 연관 재생? 자동재생? 암튼 그런걸로 장난감 자동차 영상이 재생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아기는 그것만 보려했다. 좋아하는 자동차가 종류별로 다 나왔다. 그때부터 아기가 눈을 깜빡인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tv를 안보여주면 눈을 깜빡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방학기간이어서 영상을 평소보다 더 많이 본 것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해외 유튜브인데 색감이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이어서 내가 봐도 눈이 뺑글뺑글 돌았다. 유튜브를 안보여주려고 애니메이션 영화(니모, 주토피아)를 다운받아 보여줬다. 확실히 눈깜빡임이 덜했다. 아이들 보는 동영상이라도 눈을 너무 자극하는 동영상은 자제해야 한다.
2. 미세먼지
미세먼지 심한 날은 나부터 목이 칼칼하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 아기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 심한 날은 아기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깜빡인다. 이것도 신기한게 아침에 청소, 물걸레질 싹~ 하고 환풍기 돌려놓으면 아기의 눈깜빡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알레르기 진단이 나왔으니 청소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아기 눈에 식염수를 넣는 건 아기가 너무 싫어해서 그냥 눈을 자주 씻어주는데 그것만으로도 증상이 많이 좋아진다.
3. 불안할 때(스트레스)
무엇보다 부모가 불안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아이에게 하지말라고 다그치는 것도 불안을 자극하는 거라고 한다. 병원 다녀오면 증상이 바로 좋아지는데 부모의 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기가 장난치며 웃을 때와 뛰어 놀 때, 기분이 좋을 때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아기가 스스로 잘못한 것이 있을 때 눈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엄마에게 혼날 걸 알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평소에 나는 아기에게 잘해주고 잘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아기의 눈에는 화난 엄마표정이 무서웠나보다. 그래서 아기가 잘못하고서 눈을 깜빡거리면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 예를 들면 아기가 내 얼굴을 발로 세게 찬다던가, 새벽에 쿵쿵 뛴다던가, 밥하고 있는데 자동차로 내 뒤꿈치를 찍어버린다던가, 안경을 잡아 빼서 구부린다던가 할 때 말이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미 안경은 두번이나 부서졌다. 아직도 그걸 어떻게 이해해주고 훈육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안을 자극하는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기가 심하게 말을 안들으면 이놈아저씨나 도깨비를 소환했다. 무서운 존재도 시들해지자 엄마가 사라지는 것을 선택했다.
"ㅇㅇ 말 안들으면 엄마가 필요없구나. 엄마는 가야겠어. 안녕~"
아기는 울며 매달렸는데 효과가 좋은 만큼 아기에게는 불안했을 것 같다.
안경알 없어요^^
그래. 이게 말만 쉽지 실천하기 어렵다는 건 나도 안다. 오늘 아침, 아기가 울고 진상치다 미숫가루를 매트에 쏟아버렸을 때.....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버럭이 정말 주체하기 힘들정도로 튀어나왔으니까. 너무 화가 나서 10시 등원인 어린이집 9시에 보내버렸으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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