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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냥이 Nov 10. 2022

내 몸을 살피고 관리하는 경험을 쌓자


허리가 또 아파왔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매일 12시간 이상씩 앉아있었고 퇴사 후에도 최소 8시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래 앉아 있어서 약해진 허리는 바뀌지 않는 생활습관 탓에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빗길에 미끄러져 제대로 다친 것도 영향이 컸다.


허리가 뻐근할 때마다 찜질을 하고 주물러주면서 간간히 풀어주었는데 이번에는 찜질만으로는 회복되지 않았았고 걷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요즘 듣고 있는 교육이 막바지라 꼭 참석하고 싶어서 기어가다시피 갔다가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과 허리 이야기를 하니 통증의학과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2년은 거뜬할꺼라면 강력하게 추천하신다. 기사님도 오래 앉아 있는 직업 특성상 허리가 안 좋다면서 병원에 가서 주사를 꼭 맞으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주기적으로 이렇게 생활에 지장을 받고 택시비도 제법 나가니 2년이라는 기간에 귀가 솔깃해진다. 스터디 카페에 앉아 가까운 통증의학과를 검색해보고 후기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으면서 허리에 주사를 맞았던 기억이 났다.

그 효과는 2주 남짓 지속되었었다.


일단 당장 병원을 가기는 어려워서 약국에 가서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요청했다. 약사님은 약을 주시면서 병원에 가서 맞는 주사에 대해 여러 가지 말씀도 해주셨다. 여러모로 고민 끝에 결국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기립근이 많이 긴장되어 있다며 며칠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그렇게 이틀을 갔다. 그리고 그 주말에 몸살로 하루 종일 잠을 자야 했다.


치료를 받는 이틀 동안 실내 자전거를 타지 못했는데, 근육 통증 때문이었는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5분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한 번에 45분까지 탈 수 있게 되었는데 20분 만에 숨이 가빠왔다. 그래도 타던 습관이 있어서 매일 5분씩 식간을 늘려 다시 45분까지 시간을 늘리는데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활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점은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그 효과를 실감했다. 항상 체력이 좀 좋아졌다 싶으면 몸살로 앓아눕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다시 허약한 몸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었다. 건강해질 수 없는 몸인 것 아닐까 싶을 만큼 언제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거의 1년 동안 서서히 쌓아온 습관은 며칠의 휴식과 치료에도 무너지지 않았고, 돌아간 제자리는 허약한 상태가 아닌 습관으로 만들어 낸 그 자리였다.




지난달에 신청했던 무료 강의 알람이 왔다.


신청한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될지 알고 미리 신청이라도 한 듯, 강의 내용은 내 몸을 살피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내 몸의 통증과 마음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주로 불편해하는 일상의 통증과 관리법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잘 알고 있고 신경도 꽤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서 이렇게 다시금 통증이 찾아오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에 운동을 하고 먹을 것을 신경 쓰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산책도 나간다. 앉은 자세, 걷는 자세에 신경 쓰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고 요즘은 스트레스 관리와 뇌 건강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어렸을 때 잔병치레가 잦으면 커서 안 아프다는 말이 있었다. 경험상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어렸을 때는 아프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어서 아플 때마다 부모가 알 수밖에 없다. 성장한 지금은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약을 먹어야 되는 상황이면 약사와 상담하고 병원에 가야 하면 다니던 곳으로 바로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간다. 병원도 다녀보고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내 몸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일이다.


내 몸이 이러한 상태일 때 어떤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었고 어떤 약은 부작용이 있었고, 병원과도 궁합이 있어 실력과는 무관하게 치료가 잘 되는 병원이 있고 영 진척이 없는 병원도 있다. 어느 병원의 어느 의사가 나와 맞더라, 어느 약이 어떨 때 효과가 좋더라, 이럴 때는 병원보다는 한의원이더라 라는 데이터가 그동안 아파오면서 직접 쌓은 자산이 되었다.


건강염려증처럼 조금 이상하다고 바로 병원에 가고 바로 약을 삼키라는 말이 아니다. 참아야 될 상황이 아닌 때 견딜 필요는 없다는 말이며 나에게 맞는 치료와 회복 방법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몸의 상태를 살피고 인지하더라도 적절한 대응 방법을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파악하고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 이 당연한 사실을 내 몸에 대해서는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프면 견디지 말고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빨리 대응하자,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쌓다. 이 병원이 아닌 것 같으면 다른 병원도 가보고 양약에서 효과가 미미한 것 같으면 한약도 먹어보고 주사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침도 맞아보는 거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 침에 대해서는 겁이 나서 일 년을 물리치료로 버티다가 겨우 용기를 냈었다.)


나의 통증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나에게 맞는 치료법도 내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내 몸을 관리하는 것에도 통용되는 말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최상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내 몸을 관리하는 경험을 얼마나 쌓았느냐가 그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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