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냥이 Oct 17. 2022

본의 아니게 인터넷 단식 한 날

데이터센터 화재발 시간낭비에 대한 반성


카카오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전 국민이 멘붕을 일으켰을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주말이라 집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택시나 모빌리티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콜택시 이전 세대라 지금도 급할 때는 그냥 손을 들어 택시를 잡거나 지역 공공 택시 어플을 이용하는데, 만약 필요하다면 콜택시 전화번호를 찾는 방법도 있다. 불편하다 느낄 새도 없이 그냥 택시를 잡아 타고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카톡 대화도 거의 없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카톡량이 확 줄었는데 이것 또한 급한 연락은 문자나 전화로 해결했을 거다. 그런 급한 일이 없는 주말이었고 본디 연락을 자주 하는 타입이 아니기도 해서이다. 카톡 이전 세대라 40자 안에 용건을 채워 넣는 것도 익숙하다.


카카오 뱅크도 이용하지 않고 카카오 웹툰도 시간이 될 때 몰아서 본다. 메일은 네이트를 이용하고 다음 카페 활동도 아주 가끔 눈팅만 하는 정도다.


그래서 전 국민이 금전적 손해를 보고 불편을 겪고 결국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안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의미 없이 유머글에 시간을 낭비했는지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는지 기회비용으로 확인하다


나름 SNS 안 하고 카페 활동도 안 하고 즐겨 찾는 사이트도 없어서 무의미하게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적다고 생각했었다.

한다면 다음앱의 카페 인기글을 보는 정도였다. 하루 서너 번 정도 보고 자기 전에 한번 보는 정도라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인기글 100개를 다 보는 것도 아니고 유머글만 보는데 시간을 얼마나 쓰겠나 생각했던 것이다.


카카오가 마비되면서 다음앱도 작동되지 않았는데 그 되지 않는 앱을 습관적으로 몇 번이나 열면서 매번 스스로 놀랐다.


아니 이걸 지금 왜 열어?


말 그대로 습관이었다.

시간이 비면 다음앱을 열어 카페 인기글 메뉴로 들어갔다. 휴식을 주로 취하는 주말에는 그 횟수가 더 많았다.

앱이 작동되지 않으니 먹통인 앱을 열었다가 그냥 닫고 다른 일을 했다.

책을 읽고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낮잠도 자고 실내자전거도 탔다.

그래도 저녁이 되니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항상 하는 것 없이 짧게 지나가기만 했던 주말이 평일과 같은 양의 활동을 하고 낮잠까지 잤는데도 시간이 남아버렸다.

별로 낭비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그 어플 하나 먹통이 됐을 뿐인데 말이다.




사실은 무의미한 인터넷 사용이 많았구나


아직까지 다음 카페 인기글은 정상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오후 2시까지는 그랬다. 어떻게 아느냐면, 놀랍게도 어제 그 경험을 하고도 나는 오늘 다음앱을 몇 번이고 열었다가 닫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습관이었다.

습관적으로 어떤 활동이 끝나면 어플을 열어 유머글을 소비했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걸 본다고 해서 휴식이 되지는 않는다.

순간 웃음 짓게는 만들지만 기분을 즐겁게 만들지도 않고 무언가 남기지도 않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것을 안 함으로써 얼마의 시간과 체력을 아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원래 기운이 남는 월요일이지만 마냥 늘어지고 싶은 4시가 넘었는데도 이렇게 글을 쓸 기력이 남아 있다.


무의미한 인터넷 사용은 휴식도 되지 않고 어떠한 활동도 되지 않으면서 기력만 소모된다. 많은 체력을 쓰지 않아 신경 쓰이지 않지만 그 적지 않은 시간을 모으면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낭비되는 양이 적다고 해서 그렇게 흘려버릴 필요는 없다. 사실 그것도 아쉬운 게 저에너지 인간 아닌가.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낭비하는 시간 줄이면서 알뜰하게 에너지 절약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카카오 데이터센터 사태로 뜬금없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미 정착되어버린 습관을 바꾸기 위해 과감하게 다음앱을 지워버렸다. 최근 뉴스 단식 중이라 어차피 뉴스도 안 보니 이 기회에 유머글 소비하는 습관도 고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대로 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