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연소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불완전 연소의 청춘들...
청춘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안에는 내가 거쳐온 모습이 있는가하면 내가 피한 모습도 있고 나를 비켜간 모습이 있는가하면 나를 통과해간 다른 이의 모습도 있다.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던 내가 있는가하면 환희로 가득하던 내가 있고, 날 질식시킬 것 같았던 이들의 모습이 있는가하면 날 통쾌하게 만들었던 이들도 있다.
사실 영화는 청춘의 영화이지만 심히 어둡고 성적이다. 그간 소개된 다른 일본의 청춘 영화들과는 그 궤를 같이 하기는 하되 기울기에서는 조금 차이를 둔다. 밋밋하면서도 사각거리는 청춘이 아니라, 씨큼하고 질겅거리는 느낌이 가득한 청춘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이들 청춘은 청춘이 시작되는 순간에 내장되어 있는 달콤한 폭발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작되자마자 폭발되어버린 듯 잔해를 수거하고 있는 청춘들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처절하게 남자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잠옷 바람의 사토코로부터 시작된다. (앗, 조제의 그녀 이케와키 치즈루가 아닌가.) 하지만 거기서 좌절할 수는 없는 법 언젠가는 근사한 연애를 하게 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사토코는 이제 남자들의 로망을 채워준다는 콜걸 클럽에서 전화 받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악착같이 돈을 모으려 애쓰고, 비록 콜걸이되 대학시절부터 일편단심 기쿠치만을 향하여(비록 제대로 고백 한 번 못하였으나) 애정을 보내는 콜걸 아키요가 일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러스트레이터인 도코는 (실제 영화에서 도코 역을 맡은 나나난 키리코는 영화의 원작 만화를 그린 인물이다) 함께 사는 오랜 친구 치히로를 경멸하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좋은 남자를 만나 얼른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일념 하나로 무수하게 차이면서도 끊임없이 남자를 갈구하는 치히로가 도코는 못마땅하다. (약간의 레즈비언 코드도 있는 것 아닌가 싶지만, 불분명한...)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토코, 아키요, 도코, 치히로의 일상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제 할 일을 다한다. 길에서 주운 돌맹이를 신으로 모시는 사토코, 남자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기쿠치에게만은 순정한 뿔테안경의 친구일 뿐인 아키요, 거식증에 걸린 듯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면서 세상과 담을 쌓는 도코, 생일날 남자 친구로부터 버림받고 엉뚱한 정액 세례나 받을 뿐인 치히로는 그렇게 자신들의 청춘을 연소시키는 중이다.
사실 영화는 청춘의 영화이면서 동시에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로 남자에게 상처를 입고 불완전 연소된 삶으로 인하여 검은 연기를 폴폴 피워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이름의 완전 연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은 남자라는 이름의 다른 촉매제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완전히 불살라지지 않은 이들의 청춘은 공통되게 쓸쓸하다.
청춘의 맛이 어디 한 두가지 뿐이겠는가. 축약된 인생이라도 되는 듯 모든 맛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이 바로 청춘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 중 어떤 맛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며 추구하고, 또 어떤 맛은 치매에라도 걸린 듯 완전히 잊어 그런 맛이 있는지조차 까먹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런 영화를 보면서 종종 그렇게 잊고 있던 맛을 떠올리는 것이겠지...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ストロベリ- ショ-トケイクス: Strawberry Shortcakes) / 야자키 히토시 감독 / 이케와키 치즈루, 나카고시 노리코, 나카뮤라 유코, 나나난 키리코 출연 / 125분 / 2007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