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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Dec 14. 2023

교양 있는 사람

회사와 사회

최근 <자기 결정>이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루는 토론에서 이런 발제문을 다뤘다. "내 주변에 교양 있는 사람이 있나요? 그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찾아보니 '교양'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가르치어 기름.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어라?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더 자세히 기술된 정의를 찾아봤다.


 인간의 정신능력을 일정한 문화이상(文化理想)에 입각, 개발하여 원만한 인격을 배양해 가는 노력과 그 성과.


원만한 인격, 그리고 성과. 이 단어들을 마주하니 '교양'이란 단어가 조금 더 잘 이해됐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마침내 '교양'이란 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생각 났다.



"성장하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래요."

"타 팀원의 업무에 대한 월권보다, 팀워크를 해치는 월권을 하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누가 보면 '이렇게 당연한 말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나에겐 당연하지 않은 시각들이었고 이로인해 나의 일하는 관점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닥칠 수 있는 갈등 상황에서 들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다니는 거 아냐? 빠르게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인데 왜?'

'회사는 각자 할 일을 꼼꼼히 잘 해서 시너지를 내는 곳 아냐? 내가 왜 남이 해야 할 일까지 챙겨야 하지?'



누군가 옛날의 나처럼 한 번이라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다면, 혹시 내가 이제껏 '교양' 없게 일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라도 조금 더 '교양' 있게 매사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선,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한 곳이 맞다. 하지만, 성과'만' 내기 위한 곳은 아니다. 회사(會社)는 사회(社會)와 같은 한자를 쓴다. 공동 생활을 하는 인간 집단이라는 점에선 같은 말이란 뜻이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회사를 그저 월급 받는 곳이 아닌, 여러 관계를 맺기 위한 장이란 관점으로 돌려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많은 고민이 해결된다.


사고 방식이 이해가지 않던 상사, 괜히 말투가 짜증나는 타 팀원이 그냥 '삶의 단계가 나와 다른 사람', '오늘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보이는 사람'으로 치환되곤 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모인 곳이라는 걸 이해하면, 일하는 태도에 교양 한 스푼을, 나의 성과에 사람냄새 한 스푼을 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수를 하면 '병신'으로 취급받고, 처음임에도 일을 잘하지 못하면 '일못러'로 취급받는 사회초년기를 보내다보면, 사실 이런 '일의 교양' 따윈 챙길 겨를도 기회도 없다. 가장 인정 욕구가 폭발하는 시기에 심리적 안전감이 충족되지 못하면, 남은 보지 못하고 나만 챙기게 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부끄럽지만 나도 이런 환경이 '일잘러'가 되는 환경이라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성과보다 관계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결국 큰 일은 혼자 할 수 없으니까, 더 많은 사람과 힘을 합치고 도움을 받아야만 하니까.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은 이렇듯, 일터에서까지 교양있는 사람에게 드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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