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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31. 2023

초대받지 못한 자

23.07.30.일요일

가끔씩 느슨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꼭 필요한 것 같다. 한동안 '저널치료'에 대해 관심이 많아 아내도 끌어들여 저널 쓰기의 여러 가지 방법을 하나하나 시도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물론 매일 같이 일기 쓰는 건 유지하고 있지만, 책 읽고 이것 저것 시도하는 그 생활을 1년 365일 지속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 같다. 요새는 책도 덜 읽고, 뭔가 시도하는 것도 적은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이렇게 쉬엄쉬엄하는 때도 분명 필요한 것 같다. 

오늘 낮에는 아내와 함께 교회에 갔다. 아내의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교회에 주기적으로 다니기를 원하신다. 아내도 나도 교회에 다니는 것을 썩 내켜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어머니의 소원 성취(?)를 위해 마실 나가는 느낌으로 교회에 다녀온다. 약 3주 전에 다녀왔을 때 '순'이라는 모임(설교 이후 끼리끼리 모여서 대화를 주고받는 모임 이름)에서 만난 부부들과 나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목사 설교 이후 차를 타고 출발하려다말고 '순'모임에 가자고 아내에게 제안하였다. 아내도 좋다고 하여 '순' 모임에 참여하였는데,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부부'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우리는 더 많은 다수 가운데 두 사람이 되어있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부부들은 하나님의 말씀, 성경의 내용, 목사님 설교 내용 등을 하나의 절대적 진리이자 기준으로 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오늘의 대화 주제에 관해 발언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 빼고 전부 교회에 관해 이야기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는 아예 얘기 자체를 꺼내지도 않았다. 간단히 '패쓰'라며 나에게 턴을 넘겼다. 아내도 나도 특히 아내... 오늘 겪었던 일과 그 곳의 분위기에 꽤나 실망했던 것 같다.

쉽지 않은 일이다. 괴로움을 무릅쓰면서까지 교회를 다닐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만의 기준과 가치관이 충분히 확립된 마당에, 그리고 무엇이든 비판하고 보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와중에, 교회에 다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어머니의 소원 성취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러니까, 단순히 교회에 다니고 말고...를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에 와도 죄다 하나님 예수님 목사님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내가 교회에 가서 내 이야기를 하면 그냥 꼼짝없이 이방인 취급을 받게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지, 하나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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