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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31. 2023

흔한 월요일

23.07.31.월요일


7월의 마지막인데, 동시에 한 주의 시작이다. 6월의 마지막 날, 벌써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는데 벌써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났다. 남은 달도 8,9,10,11,12월 딱 5개 뿐이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한 해다. 


월요일은 늘 쉽지 않은 것 같다. 집 나간 영혼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데 약간의 버퍼링이 필요한 셈이다. 회사를 집이라고 표현한 데에서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점심시간에는 나홀로 식사를 하기 위해, 아니 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따로 먹겠다'고 선언했다. 어젯밤 먹었던 '마라샹궈'가 속에서 말썽을 일으켜 속이 좋지 않아 점심을 먹기 어려울 것 같다고 둘러댔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속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밥 한 줄이라도 먹을 생각에 '김가네'에 들렀다. 입구에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나는 김밥 딱 한 줄을 포장할 것이었으므로 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단 한 줄을 포장하는 데에도 대략 15분의 시간이 걸린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길로 돌아나왔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서브웨이였다. 아니, 들어가기 전에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보고 방향을 바꾸었다. 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나는 '그냥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DDP로 향했다. 


잠깐, 이 때 생각했던 내용을 글로 옮겨보려고 한다. 과연 점심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가? 내가 지금 밥을 먹지 않고 굶으면 나는 불행에 더 가까워질까? 그 순간 이런 물음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식사를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불행해진다...'하는 신념이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한창 공부를 하던 대학 시절, 점심 먹기가 귀찮아 미루다가 결국 늦은 점심을 '봉구스밥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나면, 오히려 저녁 때쯤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저녁에 폭식을 하게 되는... 그래서인지 나는 식사는 제때 챙겨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식사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므로, 설령 지금 밥을 먹지 않고 이따가 배고파진다고 한들 크게 괴로워질 것 같진 않았다. 배고픔마저 내가 선택했다면 나는 그것이 나를 불행으로 몰고가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의 배고픔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일찌감치 퇴근 준비를 마치고 6시 15분 쯤 되어 회사에서 나왔다. 집에 도착하여 아내를 만난 시각은 대략 7시 30분쯤이었다. 이 정도에만 도착해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해도... 꽤 넉넉하다는 느낌이 든다. 최소 4시간은 함께할 수 있으니... 퇴근 시간에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퇴근 시간은 곧 나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와 함께 할 수 시간의 양을 의미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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