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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Aug 07. 2023

말귀

23.08.04.금요일


쓸 수 있는 주제는 몇 개 더 있지만,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쓰는 게 가장 일기다운 게 될 것 같다. 아내와 둘이 화장실에 들어가있었다. 나는 샤워를 하고 있었고 아내는 옆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타로점을 보고나서 타로에 관심이 생겨 타로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그리고 타로점과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타로코칭' 이라는 게 있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하면서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말을 꺼냈다.


타로코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자, 비슷한 개념의 다른 심리검사들도 있다고 아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듣도보도 못한 검사 이름을 나열하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들리지가 않았다.


'TAT통각~~'

'로르샤르~~'


죄다 무슨 검사 이름인데 나는 그게 진짜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것이다. 심지어 화장실에 있으니 소리도 울리고 해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이 전혀 못 알아듣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친절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

라고 내 안에서 외치고 있었다.


나 역시 계속해서 '뭐라고? 그게 도대체 무슨 단어야?' 라고 이야기하면서 아내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내 역시 계속해서 그 검사 이름만을 반복적으로 내뱉을 뿐, 나를 위한 '친절한' 설명을 내놓진 않았다. 거기에서 나의 기분은 더더욱 확 상해버렸다. 내가 원했던 상황은 이런 것이다.


"아, 이 검사 이름이 복잡해서 잘 알아듣기가 어렵구나. 이 검사이름은 T.A.T.통.각. 검사 라고 하는 것인데, 알파벳 TAT 그리고 통각 단어가 합쳐진 이름이야. TAT는 무슨 약자인데 나도 잘 모르겠네. 이 검사는 ~~~이러이러한 검사야."


라고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원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요새 1급 정교사 연수를 듣고 있는데, 이 연수 이야기를 할 떄마다


일쩡연수

일쩡연수


라는 것이다. 도대체 일쩡연수가 뭐야? 

선생님들끼리나 아는 '은어'를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매우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다. 나는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고 배려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단어를 굳이 굳이 줄여서 일쩡연수라고 부르는 아내의 행태 역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나는 매우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내에게 약간 신경질적으로 내 느낌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잘 수긍해주었고, 나는 곧 아쉬움이 밀려왔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기분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내가 원했던 상황은 이런 것이다.


"자기야, 지금 하는 말이 전혀 이해가 안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은데, 아주 천천히 하나씩 끊어서 말해줄 수 있어?"


그러나 나는 위와 같이 표현하는 대신, 계속해서 "뭐?뭐? 뭐라고?" 라고 되물으며 상대방이 어련히 내 말뜻을 이해하고 교정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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